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던 활동가들이 이스라엘군에 붙잡혔다가 이재명 대통령의 비판 하루 만에 석방되면서 특유의 직설 화법이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오후 국무회의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이스라엘 영해나 영토가 아닌데 제3국 선박을 막 나포하고, 잡아 가도 되느냐"며 작심 비판에 나섰다.
이에 현장에 배석했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임웅순 안보실 2차장, 김진아 외교부 2차관 등이 복잡한 현지 사정을 설명하며 신중한 태도를 표했다. 위 실장과 임 2차장은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민감한 외교 사안을 물밑에서 협상하는 데 능숙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고 "자원봉사 가겠다는 제3국 선박을 나포하고 (사람들을) 체포해서 감금했다는데 타당한 일이냐, 법이고 자시고 기본적인 상식이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발부된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을 거론하며 "우리도 검토해 보자"고까지 말했다.
이스라엘에서 석방돼 22일 귀국한 김아현·김동현 활동가. 연합뉴스신중하지 못하다는 야당의 비판이 쏟아졌지만, 채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21일 오전 활동가 2명의 석방 사실이 공개됐다. 청와대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이스라엘 측은 이번 일로 한-이스라엘 관계가 영향을 받지 않고 더욱 발전하길 희망한다는 뜻을 전해 왔다"고까지 설명했다.
하루 동안 침묵하던 주한이스라엘대사관도 강 수석대변인의 발표 이후 입장을 냈는데, 이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는 내용 등은 담겨 있지 않았다.
다만 "이스라엘은 복잡한 안보 상황 속에서 반복적인 선단 사태에 대응하며 책임감 있고 신중하게 행동하고 있다"며 "한국인도 탑승했던 이번 선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역내 평화 노력을 훼손하려는 시도로, 인도주의적 성격이 아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을 뿐이다.
사실 이스라엘은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이번에 나포된 다른 활동가들을 거칠게 다루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국제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었다. 그를 묵인해 왔던 네타냐후 총리마저 "그가 활동가들을 대하는 방식은 이스라엘의 가치와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가능한 한 빨리 활동가들을 추방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스라엘 측이 이 대통령의 발언에 수위를 조절해 대응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이 이스라엘의 레이더와 항전장비 등 방산 수출 주요 고객 중 하나라는 점 또한 간과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의 공개 발언으로 인해 국내에서의 이스라엘 규탄 여론이 고조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외교적 대응의 명분과 수위는 국내 여론의 추이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우리 외교부는 물론 이스라엘 또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석방된 활동가 김아현(활동명 해초)씨도 귀국하면서 "많은 나라들이 중동 정세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이스라엘과 외교적인 갈등을 피하고 싶어한다"면서, "그 와중에 한국 정부는 한국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 대통령은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에 "상응하는 도덕적·행정적·법적·정치적 책임이 주어져야 한다"고 비판하고, 삼성전자 노조 파업에 대해선 "개인적 이익 도모도 중요하지만, 이면에 존재하는 연대와 책임 의식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는 등 여러 사회적 이슈에 직접 나서고 있다.
직업 관료의 외교적 조율 방식과는 달리 인권변호사 출신 정치인인 대통령의 공개적 문제 제기는 해당 사안에 대한 주목도를 끌어올리고, 높은 지지율에 기반해 여론의 결집을 유도하며, 결과적으로 사태 해결을 도모하는 효과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최선을 다하되 필요에 따라 직접적, 적극적, 시스템적으로 나서는 것 아니겠느냐"며 "모두가 잘 사는 방법에 대해 선·원칙·법에 대한 부분을 강조하고, 통치자의 방향을 정확하게 전달해 서로 합의나 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큰 가이드라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교 문제 특성상 차후 상대국의 은근한 보복이나 로비 등을 감안해 주의가 필요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아산정책연구원 장지향 지역연구센터장은 "중동은 하루가 다르게 (국가간의 관계가) 계속 바뀌는 곳이어서, 우리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기보다는 무난하게 국제 규범에 맞춰 공개 발언을 하는 것이 좀 더 좋겠다"며 "이스라엘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 로비를 하는데,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각인되면 추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