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도화선이 된 '돈봉투 만찬' 사건에서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수사의뢰와 면직이라는 중징계 카드를 꺼내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감찰을 직접 지시한 직후 22명이라는 역대급 규모의 합동감찰반을 꾸린 지 20일 만이다.
장인종 법무부 감찰관은 7일 감찰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합동감찰은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며 "당연히 진행상황과 결과를 보고 드렸고,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개혁대상 1호로 지목된 검찰을 수술대에 올리면서도 그 메스는 법무부와 검찰에 쥐어줬다.
그 결과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이끈 특별수사본부장이었던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우병우 최측근'인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면직 청구라는 불명예를 안긴 것이다.
특히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돈봉투와 3만원이 넘는 식사비에 적용돼 검찰 내 2인자로 통하는 전 중앙지검장은 친정의 수사를 받는 처지인 비위검사로 전락했다.
다만, 예산 지침과 청탁금지법 해석 여지로 위법 논란을 피해간 안 전 국장에 대한 감찰결과는 '반쪽 감찰'이라는 비판의 소지도 있다.
안 전 국장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1000 차례 이상 통화한 정황이 드러나 의혹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특수본 검사들에게 돈봉투를 건넸기 때문이다.
합동감찰반은 "수사 종결 나흘 만에 저녁 술자리를 갖고 특수본 간부들에게 금품을 지급해 수사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면서도 "공공기관인 법무부가 법무부 소속인 검찰 공무원에게 주는 금품에 해당해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법무부와 검찰의 감찰결과에 대해 청와대는 '승인'이라고 채점을 했지만, 이런 사전 정지작업을 계기로 본격적인 검찰개혁 작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오늘 감찰결과 발표는 자체 감찰규정과 법리에 따른 법무부의 자체 판단이며 청와대는 이를 존중한다"고 다소 건조하게 평했다.
그 신호탄은 새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임명을 통해 대대적인 인사 태풍과 조직 개편을 일으키는 것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대체적 전망이다.
여기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에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