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고 이민호 군이 사고를 당하기 전 과장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내용 (사진=문준영 기자)
고(故) 이민호 군의 유족과 현장실습 공동대책위원회가 30일 사고 업체 대표와 공장장 등 업체 관계자 4명을 제주지방검찰청에 고소·고발했다.
대책위는 민호가 허가 없이 연장근무와 휴일 근무, 야간 근로에 내몰렸고 업체가 산재를 은폐했다며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 연장 근로 내몰리고…2백여만 원 받지 못해, 점심 시간에 회의도민호는 현장실습 당시 만 18세 미만으로 근로기준법 상 연소자에 해당한다. 연소자의 근로시간은 1일 7시간, 1주 40시간 이내로 해야 한다. 업체와 학교가 맺은 현장실습 표준협약서 또한 1일 7시간 1주 35시간을 규정하고 있다.
대책위는 "업체가 민호를 비롯한 현장실습생에게 매일 11시간, 12시간의 장시간 근로를 시키고, 휴게 시간으로 부여되는 점심시간 1시간 중 30분을 회의시간으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11월 21일자 CBS노컷뉴스 ‘매일 12시간 넘게'…현장학습 사망 고교생이 짊어졌던 삶의 무게)또 "현장실습생들은 장시간의 연장근무를 힘들어하면서도 계속적으로 카카오톡 등으로 지시되는 연장근로를 거부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야간·휴일근로 제한도 위반했다.
연소자의 경우 야근·휴일근로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이를 시키려면 본인 동의와 고용노동부장관(각 지방관서 위임)의 인가가 있어야 한다.
대책위는 "업체는 인가 없이 휴일근로를 지시했고,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22시 이후의 근로도 지시했다"고 말했다.
9~10월 민호의 근무 일지 (사진=문준영 기자)
민호의 경우 연소자이므로 법정 근로시간인 1일 7시간 이상 근무를 한 시간은 모두 연장근로 시간으로 계산해야 하지만, 업체는 성인 근로자와 동일하게 8시간 근무 이후 근무를 연장근무로 계산해 가산수당도 미지급했다.
대책위는 "민호의 시간 외 근로수당을 계산해보면 지난 7월 20일부터 사고 발생일 11월 9일까지 미 지급받은 시간 외 근로 수당액은 207만8481원"이라고 밝혔다.
◇ 사고 발생전 2차례 다쳐…업체 산재 은폐 의혹민호는 지난 9일 사고 발생 이전에도 2차례 업무상 재해를 당했다. 그러나 업체는 업무상 재해를 행정관청에 보고하지 않았다.
대책위는 "2번째 사고의 경우 갈비뼈가 다치는 큰 사고로 응급실에 내원할 정도였는데 산업재해 발생을 보고하지 않았다"며 "이는 명백한 산재 은폐"라고 지적했다.
사고 발생 기계와 작업에 대한 안전교육도 진행되지 않았다.
(관련기사: 11월 23일자 CBS노컷뉴스 제주 고교생 현장실습 사망 현장 곳곳 재해 '노출')대책위는 "민호가 회사 임원과 동료들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내용을 보면 해당 기계가 이전에도 수차례 고장이 발생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그럼에도 업체는 제대로 된 정비 없이 기계를 고치는 업무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재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작업을 중지하도록 하고 있다"며 "하지만 업체는 사고 발생이던 지난 9일부터 10일 동안 사고 발생 기계에 대한 아무런 안전 보건 조치 없이 작업을 계속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업체가 유족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