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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인증받은 음식물 분쇄기, 정작 가정에선 불법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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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 인증받은 음식물 분쇄기, 정작 가정에선 불법 설치

    환경부 인증 내걸고 불법 설치…신축 대단지 아파트로 확산

    주방용 오물 분쇄기 불법 개, 변조 예시 (사진=주방용 음식물 분쇄기정보시스텝 캡쳐)

     

    가정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쓰이는 주방용 분쇄기가 신축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 인증을 받았다고 선전하는 제품도 실제로는 핵심 부품을 떼고 불법 설치되기 일쑤여서 소비자 피해는 물론 환경오염까지 우려되고 있다.

    부산의 한 신축 대단지 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에 A업체가 내건 주방용 오물분쇄기 광고. 쾌적한 주방을 만들 수 있다는 내용과 함께 환경부 인증을 내세우며 구매욕을 북돋는다.

    실제, 환경부는 지난 2012년 10월부터 20% 미만으로 음식물을 배출하는 가정용 오물분쇄기에 한해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나머지 80%는 기기에 부착된 2차 처리기를 통해 걸러내는 건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남은 찌꺼기를 다시 버려야 해 다소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A업체에 구매 문의를 해보자,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A업체 설치 담당자는 "대외적으로 홍보할 때는 환경부에서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2차 처리기를 달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설치할 때 2차 처리기를 달면 사용할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환경부에서 정한 기준을 통과해 인증받은 제품이 불법 제품이 되어 가정에 설치되는 셈이다.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업체의 설치 완료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고, 설치 예약 댓글도 달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다른 인증을 받은 오물분쇄기 업체 대다수도 이처럼 설치 과정에서 2차 처리기를 떼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B업체 관계자는 "주방용 분쇄기 한 대에 고가 제품은 100만원을 넘는 것도 있다"며 "많은 돈을 들여 설치하는 소비자 중 누가 80%의 음식물을 따로 버리는 불편함을 감수 하겠느냐. 차라리 설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 상황을 설명했다.

    단속을 의식한 일부 업체들은 가정을 직접 방문해 설치 내용을 알려주겠다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2차 처리기 설치 여부를 묻는 질문에 C업체는 "지금까지 38만개를 설치했지만, 소비자들이 불만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며 "왜 불편하지 않은 지 자세한 내용은 설치할 때 알려주겠다"고 안내했다.

    한국상하수도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주방용 오물분쇄기 인증제품의 실제 외관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인증과 단속 등을 책임지는 환경부는 이 같은 현실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환경부에 접수된 오물분쇄기 설치 건수는 670건으로, 한 개 업체가 38만건을 설치했다고 광고하는 시장 상황과는 동떨어져 있다.

    게다가 지난해 전국적으로 가정 내 불법 오물 분쇄기를 설치해 적발된 사례는 환경부에 단 한 건도 없다.

    주방용 분쇄기 대다수 업체가 신규 아파트 단지의 공구업체로 뛰어들어 입주박람회를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한 단지에만 한 달 사이 수백개의 오물분쇄기가 설치되고 있지만, 단속 실적은 전무하다.

    특히 부산지역 등 최근 들어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수도권이나 다른 지역 분쇄기 업체들이 환경부 인증을 내세우며 원정 설치를 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설치 전까지는 불법 분쇄기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관리·점검 없는 환경부의 인증제도가 오히려 불법 오물 분쇄기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A업체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2차 처리기를 떼고 설치하는 사례는 없다"며 "혹 유통 업체에서 잘못된 안내를 했을 수 있지만,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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