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버려지는 아기들…'베이비박스'의 비극

시린 겨울 바람에 매서운 추위가 엄습했던 그 날. 공사 자재 더미에서 태어난지 얼마 안 된 한 생명이 온기를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행인에 발견되기까지 영상 3도의 추위 속에 무참히 버려져 있었던 그 아기는 탯줄과 태반이 붙어있는 채로 드럼통 위에 놓여있었는데요.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지난달 3일 새벽 5시 30분 한 여성이 영아를 두고 가는 장면을 포착했고, 친모인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맞은편에는 부모가 양육을 포기한 영아를 임시로 보호하는 간이시설인 '베이비박스'가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습니다.
영아유기죄(형법 제272조)에 따르면 영아를 살해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직계존속이 영아를 유기할 때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지만, 야속하게도 영유아 유기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41건이던 영아 유기 범죄는 2016년 109건, 2017년 168건, 2018년에는 183건까지 늘어났습니다.
해마다 영아유기가 늘고 있는 배경에는 지난 2012년 8월부터 시행된 입양특례법이 있습니다. 개정된 입양특례법에는 친부모의 출생등록을 의무화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양육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여성들이 자신의 출산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꺼리면서 입양 대신 유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축복받지 못하는 출생 '버려지는 아이들'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베이비박스'는 정부의 인정을 받은 공식적인 아동보호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베이비박스'에 보호된 아기들도 영아유기로 집계하고 있는데요.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이들은 2010년 4건에서 2011년 35건, 2012년 79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다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이후인 2013년에는 252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양승원 주사랑공동체 사무국장은 "2012년 8월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시행되자마자 아이들이 물밀 듯이 들어왔다"며 "이후 한 해에 260~270명씩 들어왔다"고 전했습니다.
◇돈 없어서, 따가운 시선에…벼랑 끝 내몰린 미혼모들
미혼모를 향한 부정적 시선과 생활고 또한 아이 양육을 포기하도록 내몰고 있었는데요.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표한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2018)'에 따르면 미혼모 10명 중 6명은 근로소득이 없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이 아버지의 경우 대부분이 출산 및 양육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양육비를 지원받고 있다고 답한 미혼모는 11%에 불과했습니다.
미혼모에게는 경제적 어려움도 큰 벽이지만, 주변의 눈총과 손가락질 또한 견뎌내야 했습니다.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이야기를 들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82.7%에 달했으며, 혼전임신에 대한 비난을 들은 비율도 70.2%로 조사됐습니다.
아이 양육으로 인해 직장에서는 '권고사직을 강요(27.9%)'받고, 학교에서는 '자퇴를 강요(11.6%)'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양육비 모르쇠', 정당한 이유 없인 형사 처벌까지
되풀이되는 미혼모들의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 정부는 '보호출산제'를 다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보호출산제'란 영아 유기나 살해 방지를 위해 아동의 출생신고 서류 등에서 친모의 개인 정보가 드러나지 않고 출산 후 출생을 등록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16일 '미혼모 등 한부모가족 지원 대책'을 발표하여 △임신·출산 지원 강화 △차별적 제도 개선 △자녀 양육 지원 강화 △학업·취업 등 자립지원 등 계획을 밝혔습니다.
임신과 출산 관련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청소년 산모의 나이를 만 18세에서 19세 이하로 높이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학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임신과 출산을 사유로 한 유예와 휴학을 허용한다는 방침입니다.
한부모 가족이 입소해서 지낼 수 있는 복지시설에 대한 입소 기준도 완화합니다. 소득 기준을 기존 중위소득 60% 이하에서 100% 이하로 완화하고, 시설 입소 기간도 5년에서 8년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내년 7월부터는 법원의 감치명령 결정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이내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습니다.
지난 9일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 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는데요.
또한 양육비를 주지 않는 배우자에 대해 출국금지,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명 공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영아유기·살해 막으려는 제도에도…미혼모 '반발'
아이를 책임지고 키우려는 미혼모들에겐 더욱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출산 사실이 알려지는 걸 두려워해 영아를 유기하거나 살해하는 사건을 막겠단 취지인 '보호출산제' 제도는 정작 미혼모들에게는 정작 반가운 소식이 아니라는데요.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등 한부모·아동인권단체들은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가 부모의 정보를 알지 못하는 것도 알 권리 침해"이며 "충분한 지원체계 없이 '보호출산제'만을 도입하는 것은 사각지대에 방치된 여성에게 극단적인 선택지만을 강요하는 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코로나19로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여성을 도울 수 있도록 출산 전부터 양육까지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단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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