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막강해진 '리뷰의 힘'…사장님들 울분도 ↑

  • 2021-03-15 09:22
"자필로 사과문 써서 사진 찍어 보내세요", "오면서 담배 한 갑"
음식점 업주들이 무리한 요구를 받더라도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리뷰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모바일을 통한 음식 배달 거래액은 지난 2017년 2조 3543억 원에서 2019년에는 9조 877억 원으로 매년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배달앱 이용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동시에 업주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사례 역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리뷰 무서우니 별 수 있나"…무리한 요구도 들어주는 수밖에
실제로 소비자들은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할 때, '리뷰'를 가장 큰 기준으로 음식점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배달앱 '요기요'에서 소비자들에게 음식을 주문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을 물은 결과, '리뷰 수와 내용'을 고려한다는 응답이 42.6%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고객 평점'이 18.6%로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리뷰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서울 구로구 소재 한 배달전문점 A 사장님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배달앱 리뷰가 매출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휴일에 바빠서 간단한 실수가 나온 적이 있는데, 거듭 사과를 드렸는데도 '자필 사과문'까지 요구받은 적이 있다"며 "그래도 리뷰가 무서우니 별 수 없다. 웬만하면 요구를 들어주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서비스 줄테니 리뷰 다오"…이벤트까지 진행해야
리뷰 관리를 위해 다수의 업주들이 선택한 방법은 '리뷰 이벤트'입니다. 리뷰 이벤트는 소비자들이 음식을 주문하면서 리뷰를 남기겠다고 약속하면, 음식점 측에서 기존 음식에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리뷰 이벤트 역시 소비자들의 주문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4.5명은 리뷰 이벤트를 보고 처음 생각과 다른 매장에서 주문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배달앱에서 확인하고 싶은 내용으로는 '이벤트(가격 할인·서비스 제공)'가 59.7%로 1위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업주들은 서비스 비용에 부담을 느끼지만, 경쟁에 뒤쳐질 수 있는 만큼 한 번 시작한 리뷰 이벤트를 중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난해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가 발표한 '배달앱 거래관행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업체들은 '리뷰 작성시 서비스 제공' 28.5%와 '할인쿠폰 발행' 22.1% 등 추가비용이 발생해 부담이 크다고 답했습니다.
A사장님의 경우, "리뷰 이벤트로 서비스를 주더라도 그것 때문에 본 메뉴 주문이 더 들어오면 얼마라도 더 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리뷰 이벤트를 통해 들어온 리뷰나 별점은 웬만하면 좋게 써준다"며 "이런 식으로 좋은 리뷰들이 모이면 안 좋은 리뷰가 달렸을 때 그나마 영향을 덜 받는 편"이라고 리뷰 이벤트 진행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리뷰 믿고 시켰는데"…알고보니 '가짜 리뷰'?
이렇듯 배달앱 속 '리뷰의 힘'이 나날이 커져만 가는 가운데 '허위 리뷰'를 올려주는 대행업체마저 등장했습니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이 중 한 업체는 "배달 위치는 가게 주변 아파트 아무 장소나 (임의로) 설정하면 된다"며 허위 리뷰 작성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가게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주문하기 때문에 그 집에 실제로 음식이 배달되는 건 아니다"라며 "큰 문제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또한 "우리(허위 리뷰 업체)가 주문할 때 결제된 금액은 가게에서 우리에게 다시 돌려주는 방식"이라며 "갑자기 가게 리뷰가 많아지면 이상하니까 하루 최대 4건까지만 리뷰를 단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업체에서는 '허위 리뷰 작성' 외에도 '악성 댓글 밀어내기', '맛집랭킹 올려주기' 등 맛집 랭킹을 조작하는 데에 인력을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배달앱 운영사들은 여러 방식을 통해 '리뷰 조작 업체'들을 막아내는 데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4월 "리뷰 조작 업체들을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등 허위 리뷰에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며 "지난해 상반기에만 약 7만 건의 의심 사례를 적발했고, 리뷰 노출과 리뷰 작성 권한을 차단하는 후속조치를 단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배달 앱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역시 가짜 리뷰를 거르는 AI시스템을 개발해 리뷰의 정확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리뷰'를 본 후 믿고 주문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성장해 온 배달앱에서 '허위 리뷰'를 작성하는 행위는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나아가 선진적인 모바일 배달 문화를 위해 소비자와 자영업자, 배달 플랫폼 등 이해관계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0

0

© 2003 CBS M&C, 노컷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