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지난달 13일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방출을 결정했습니다. 2년 뒤부터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내부 오염수 방출을 시작으로, 늦어도 2051년까지 오염수 방출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입니다.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원자로 1~4호기에서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번에 해양방출이 확정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는 이 사고 당시 흘러나온 지하수를 모아둔 것입니다. 현재 오염수 탱크는 총 용량 약 137만 톤으로, 그 중 약 125만 톤이 채워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루에 약 170~180톤씩 증가하는 추세로 볼 때, 2022년 여름이 되면 오염수 보관 능력이 한계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이 오염수는 200여 종의 방사성 핵종을 담고 있고, 그 중 고농도 오염수는 탱크 내부에 있더라도 방사선을 방출할 만큼 큰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를 정화하기 위해 2013년부터 다핵종 제거 설비(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 이하 ALPS)를 시행했습니다.
◇'오염 물질' 제거 못하는 '오염수 처리 시설'…日 "그래도 오염수는 바다로"
문제는 일본이 내세우는 원전 오염수 처리 시설인 ALPS가 '삼중수소(트리튬)'를 제거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삼중수소는 방사성 물질의 한 형태로, 이와 접한 수산물을 섭취한다면 신체 내 방사성 물질이 축적돼 유전자 변형, 세포사멸, 생식기능 저하 등 신체에 큰 손상을 입게 됩니다.
이처럼 삼중수소가 해양으로 흘러들어갈 경우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일본 정부는 연간 최대 22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삼중수소를 바다로 흘려보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출 안전하다"…日정부 주장 근거는?
IAEA(국제원자력기구) 전문가 그룹은 지난 2018년 11월 13일 '지층주입, 해양방출, 수증기방출, 전기분해 수소방출, 지하매설' 등 5가지 오염수 방출 대안을 제시하며, 오염수에 대한 처리계획 결정을 일본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지난해 2월 10일, ALPS 처리수 소위원회 보고서를 포함한 오염수 처리방안에 대해 IAEA에 검토를 요청했습니다. IAEA는 이 보고서에 대한 검토 결과를 발표하면서, 일본이 검토한 방안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확인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5가지 오염수 방출 대안 중 '지층주입, 전기분해 수소방출, 지하매설' 등 3가지 방법은 규제, 기술, 시간적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다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2가지 대안인 '해양방출, 대기방출' 방안은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하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이 현재 해양방출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근거는 IAEA로부터 기술적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해양방출이 비용적 측면에서 저렴하기 때문에 이 방안을 선택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더불어 해양방출시, IAEA 기준인 '연간 1mSv(1미리시벨트)미만'으로 낮춰 배출해야 하는데, 현재 탱크에 저장된 ALPS 오염수의 80%는 IAEA의 배출기준을 충족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도쿄전력은 ALPS 오염수를 2차 처리해 제거할 수 없는 삼중수소(트리튬) 이외를 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용납 못해", "무책임" VS "감사", "환영"…주변국의 상이한 반응
일본의 이같은 결정에 국제 사회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주변국인 우리나라와 중국, 대만 등은 반발하고 있지만 미국과 IAEA는 오히려 일본을 두둔하는 모양새입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출이 결정된 지난달 13일 긴급 관계 부처 차관 회의를 열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조치"라고 강력 반발했습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역시 지난달 19일 대정부 질문서 "우리 정부의 입장은 첫째,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 제시, 둘째, 우리 정부와의 충분한 상의, 셋째, IAEA 검증에 우리 전문가들의 참여"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세 가지 여건이 마련되고 우리가 볼 때 IAEA의 기준에 맞는 적합한 절차를 따라 (방류가) 된다면 굳이 우리가 반대할 것은 없다고 본다"는 것입니다.
중국 역시 일본 정부 조치가 나오자, 이 소식을 속보로 보도하는 등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중국 대사관은 "이 지역의 안전과 안보에 가장 긴급한 도전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한 일본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이 결정은 대단히 무책임하다"고 맹비난했습니다.
또한 일본의 결정에 미국의 책임을 묻기도 했는데, "미국이 이를 묵인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미국과 일본은 핵으로 오염된 인도·태평양을 만드는 것을 원하는 것인가, 그들은 방사능 오염수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본인의 SNS 계정을 통해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처리수를 처리하는 결정을 투명하게 하려는 일본에 감사하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 존 케리 기후특사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과 관련한 미국의 개입 여부를 당장 계획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일본이 IAEA와 긴밀히 협력해 왔고 앞으로도 (협력을)계속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IAEA 역시 미국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후쿠시마 제1 원전에 저장돼 있던 처리수의 처리 방안을 결정했다는 일본의 발표를 환영한다"며 "IAEA는 이 계획의 안전하고 투명한 이행을 추적 관찰하고 확인할 기술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 결정 이후, 도쿄전력의 세부계획 수립 및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최종 승인 후 실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출이 실행되기까지 2년 남았습니다.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는 국제사회가 인류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모아야 합니다. 인류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국제적 방안을 세우고, 일본 정부의 오염수 처분 관련 활동을 지속적으로 주시하는 등 국제사회가 함께 대처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