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지원도 중요하지만…인구 다운사이징 준비해야

[초저출생: 미래가 없다]

편집자 주

작아지는 대한민국을 피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덜 작아지도록, 더딘 속도로 오도록 대비할 수는 있습니다. 초저출생은 여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녀 모두의 일입니다. 국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개인, 모든 세대의 일입니다. CBS는 연중기획 '초저출생: 미래가 없다'를 통해 저출산 대책의 명암을 짚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공존을 모색합니다. ▶birth.nocu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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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생 시대 정부 대책은 '출생 지원''축소 적응' 두 갈래로 나뉜다. 떨어지는 출생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노력과 함께, 이미 시작된 인구 축소에 사회·경제적으로 적응·대응해나가는 방향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 기조는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평가한다.
 

'더 태어나도록' 5대 패키지

 
정부는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한 '저출산 극복 핵심 5대 패키지 추진 계획'을 구체화하고, 향후 이행 실적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저출생 대책의 중심에 있던 '출생 지원'을 좀 더 두텁게 하는 내용이다.
 
    
패키지는 크게 △부부 육아휴직 활성화 △영아수당 신설 △첫만남 꾸러미 도입 △공보육 확충 △자녀 지원 확대 등 5개로 구성된다.
 
부부 육아휴직자에게는 최대 월 300만 원(자녀 만 0세 이내, 부모 모두 휴직 사용 시)을 지급하고, 특히 이러한 휴직을 제공하는 중소기업최대 월 200만 원(자녀 만 0세 이내, 3개월 이상 사용 시)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0~1세 자녀가 있는 가구에는 내년부터 월 30만 원영아수당을 신설 지급하고, 2025년까지 이를 50만 원으로 확대한다. 2025년까지 공보육 이용률도 50%까지 높일 예정이다.
 
둘째부터 대학 등록금 전액 지원(기초·차상위가구, 내년부터) 등 다자녀 가구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더 태어나지 않더라도' 4+α 전략

이미 시작된 출생률 축소에 적응하고 대응해나가야 한다는 갈래의 전략도 함께 추진된다.
 
인구 감소, 지역 소멸, 초고령 사회 등 3대 인구 위기에 대비한 '4+α 전략'이 대표적이다.
 
    
인구절벽 충격 완화 △축소사회 대응 △지역 소멸 선제 대응 △사회의 지속가능성 제고 △인구 정책 추진 기반 확충(α) 등이 골자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완화하고 고령인력 활용을 활성화하는 한편 전 국민 평생학습 지원 체계를 마련해 생산가능인구의 이탈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첫째다.
 
또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한 대학 경쟁력 강화, 지역 소멸에 대응한 권역별 거점도시 육성, 고령층 건강권 보장 등도 있다.
 
사실상 축소 변화하는 인구 구조에 대응하는 '전 사회적 변화'를 주문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는 별도로 지난 2019년부터 정부 부처 중심의 인구정책TF(올해 3기)를 출범시켜 이러한 '적응·대응'에 중점을 둔 활동을 하고 있다.
 

"출생률 반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정부의 이러한 '투트랙' 전략에 전문가들은 "당연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인구구조가 더 크게 바뀌기 전에 사전적 접근(출생 지원)과 이미 바뀐 사정을 고려한 사후적 접근(축소 적응)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 이삼식 교수는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기준 0.837인데, 이상적으로 여겨지는 2.1까지 회복한다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중장기적으로는 여기에 적응하고 부족한 것을 대체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구사회에서도 오랫동안 출생률 회복을 노렸는데 프랑스와 스웨덴처럼 일부 성공한 사례도 있었지만, 반대의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출산고령사회 4차 기본계획에서 '적응' 관련 구상이 좀 더 구체화했습니다. 사실 그간 1~3차 기본계획에서도 출생률 회복뿐만 아니라 고령인구 증가에 대응하고 성장 동력을 높이기 위한, 이른바 '다운사이징' 적응에 대한 내용이 있기는 했습니다. 다만 선언적 수준에 불과했던 거죠."
 
육아정책연구소 유해미 연구위원 역시 "저출생 현상은 아이를 낳고 싶은데 여러 구조적 어려움 때문에 낳지 못하는 경우와, 사회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지 않기로 선택한 두 갈래로 나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누군가와 안정적이고 정서적인 소통을 하고픈 친밀감에 대한 욕구는 시간이 흘러도 큰 변함이 없습니다. 문제는 과거엔 이를 전통적인 결혼과 가족관계로부터 충족했지만 이제는 여러 인식의 변화와 더불어 다양한 '대체재'가 생겼다는 거죠. 결혼과 임신, 출산, 양육에 이르는 문제를 정책적으로 상당수 해결해준다고 해도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한 사람들을 고려하면, 결론적으로는 출생률이 획기적으로 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두 갈래를 병행해야 합니다."
 

촘촘한 작동 가능할까…지방 여건 의존도도 난제

    
저출생의 원인이 이처럼 각기 다른 만큼, 각 정책의 타깃도 다르다.
 
유 연구위원은 5대 패키지와 관련해 "부부 육아휴직 활성화는 자영업자가 아닌 직장인에게, 영아수당이나 첫만남 꾸러미 등은 상대적인 중·저소득층에, 공보육 이용률 향상은 맞벌이 부모에게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결국 이 정책 꾸러미가 얼마나 잘 작동할 수 있느냐는 다양한 육아 지원 수요를 가진 가구들에 얼마나 촘촘하게 '맞춤형' 지원이 마련될지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지원책의 지역 균형도 대표적인 숙제 가운데 하나다. 가령 출산장려금뿐만 아니라 아동수당, 신설된 영아수당, 첫만남 바우처 등은 모두 국비-지방비 매칭 구조인 상황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철희 교수는 "현금성 지원의 액수가 전반적으로 늘어 출생률 저하를 저지하는 데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상당수 지원이 지방비와 연계돼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지점"이라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의 여건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어디서 아이를 낳느냐에 따라 어떤 지원은 0원부터 1천만 원(전체 기간)이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지자체가 지역 사정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하는 게 맞지만, 저출산은 국가 전체적 문제입니다.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는 게 필요합니다."
 

"이젠 '구체적 수치'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 이끌어야"

 
해가 다르게 떨어져가는 출생률을 최대한 높이고(또는 더 큰 하락을 막고), 동시에 혹독한 체질 변화를 이뤄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더 적극적인 진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번 '4+α 전략'에도 담긴 '대학 경쟁력 강화'가 대표적이다.
 
이철희 교수는 "인구변화로 인한 문제가 현실화하는 시점이 조금씩 다른데, 비교적 빠르고 명확하게 나타나는 문제가 '대학 구조조정' 문제"라며 "출생아 수와 비례할 대학 진학 인구, 현재 대학 정원은 수치가 비교적 구체적인 사안이지만 조정이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대학 자체는 물론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시작해도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문제란 설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구체적인 수치비전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이삼식 교수는 "테이블 밑에서 목표를 만지작대지만 말고 이제는 그 위로 꺼내놔야 할 때"라고 말한다.
 
"대학을 예로 들면, 절반이든 얼마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통폐합이든, 단과대학 중심으로 몸집을 줄이든 결단이 필요합니다. 연금개혁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대학과 관련된 지역 경제, 연금개혁으로 더 큰 비용을 내야 하는 입장 등에서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주저하는 모양샙니다.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미래 사회구조는 어느 정도 확정된 윤곽이 이미 나왔습니다. 답은 나와 있지만,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죠. 하지만 국민과 이해관계자들도 알아야 합니다. 단기간 내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입니다."
 

저출생 대책은 '사회 변혁 종합선물세트'

다만 그간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겨온 '평생교육' 문제가 전면에 제기된 점은 좋은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유 연구위원은 "전 인구의 평생교육은 그간 우리사회가 놓쳐온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인데, 저출생이 초래하는 가장 큰 문제는 생산인구가 부양인구를 떠받치지 못할 만큼 줄어들면서 사회적 비용이 커지는 점"이라며 "북유럽 등 여러 사회에서 롤모델로 삼는 사회에서는 평생교육 시스템이 상당히 중요한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저출생 정책은 종합적인 사회 변화를 의미하고 있다. 출생과 육아뿐만 아니라 그 이후 교육과 고용, 삶의 질 등을 포괄적으로 촘촘하게 개선해내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삼식 교수는 "우리 사회시스템 자체가 인구가 팽창하던 시대에 만들어져 '축소'가 야기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익숙하지 않다"며 "더욱이, 뭔가를 줄인다는 것은 결국 기존 질서기득권해체하는 문제이기도 한 만큼 첨예하고, 또한 시급한 문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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