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고무줄 허가 기준'에 논란 증폭되는 인천 앞바다 해상풍력 사업

경인

    '고무줄 허가 기준'에 논란 증폭되는 인천 앞바다 해상풍력 사업

    옹진군-인천해수청, 풍황계측기 설치 관련 허가 놓고 다른 기준 적용
    인천해수청, 여당의 해상풍력 특별법안 추진 의식한 듯
    여당 "주민수용성 등으로 풍력발전 사업 지연…허가·심의 간소화 추진"
    야당 "어민 피해 예상" 주민 수용성 강화 법안 발의
    인천 어민들 "정부 탄소중립 공감하지만 에너지 정의도…" 법적 대응 방침

    해상풍력발전. 연합뉴스해상풍력발전. 연합뉴스
    인천 앞바다에서 20여개의 업체들이 앞다퉈 추진 중인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허가를 놓고 관할기관들이 각각 다른 기준을 적용해 혼란이 예상된다.
     
    국회에서 풍력발전 업무의 신속한 일괄처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는 한편 풍력발전사업으로 인한 어민 피해를 우려해 '주민 수용성'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혼란이 이어지면서 일선 행정기관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인천해수청-옹진군, 풍황계측기 설치 관련 허가 놓고 다른 기준 적용


    4일 인천시 옹진군과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등에 따르면 최근 두 기관은 인천 앞바다에서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추진하는 업체들이 신청한 공유수면 점·사용(풍황계측기 설치) 실시계획에 대해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
     
    옹진군은 A업체가 신청한 풍황계측기 설치 실시계획을 주민 민원을 이유로 반려했다. 대신 향후 '어민들로부터 공유수면 점·사용동의서를 받아오라'고 요구했다. 반면 인천해양수산청은 같은 허가를 신청한 B업체에게 '주민 의견을 수렴하라'고 안내했다.
     
    인천해수청 측은 '동의'가 어민들이 풍황계측기 설치 허가에 대해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면 '수렴'은 주민들이 계측기 설치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해수청, 여당의 해상풍력 특별법안 추진 의식한 듯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연합뉴스인천지방해양수산청. 연합뉴스해상풍력 발전사업자들의 사업 추진에 대해 옹진군은 현행법을, 인천해수청은 특별법안을 기준으로 조치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이하 공유수면법)은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승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권리가 있다면 해당 권리자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정의했다.
     
    인천 앞바다에서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기관 중 한 곳에서 반드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와 실시계획, 준공검사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우리 영해 안인 육지로부터 12해리까지는 옹진군에, 영해 밖인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사업을 할 경우 인천해수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인천해수청이 현행법보다 다소 느슨한 조건을 내세운 건 현재 여당이 풍력발전 업무의 신속한 일괄처리를 위해 추진하는 이른바 '원스톱숍(One-Stop Shop)' 특별법안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풍력발전 촉진 특별법안'으로 발의된 이 법안은 10년간 한시적으로 풍력발전 사업의 허가와 설치 심의를 간소화하고 관련된 업무를 한 기구에서 담당하는 것을 주골자로 한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심사 중이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도 "해상풍력 발전사업과 관련한 민원이 너무 많은 데다 허가를 내주기 위해 검토해야 하는 관계기관도 너무 많아 힘들다"며 "콘트롤타워 역할을 할 기구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여당 "주민수용성 등으로 풍력발전 사업 지연…허가·심의 간소화 추진"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원이(전남목포) 국회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그동안 풍력발전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입지를 발굴해 주민수용성 확보와 복잡·다단한 인·허가 절차를 수행하면서 재생에너지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기존의 풍력발전 보급 방식에서 벗어난 획기적인 제도 도입이 시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문제의식은 최근 해상풍력 발전사업 인·허가를 둘러싸고 전국적으로 복마전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지역에서 발전사업자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가 지역 어민들의 반발로 사업이 진척되지 않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천에서는 14개 업체가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어민들이 반발하고 있으며, 울산에서는 발전사업자가 주민공청회도 제대로 열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다가 반대에 부딪혔다. 어민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는 등 사태가 확산하면서 해경의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통영에서는 서울 여의도의 50배가 넘는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둘러싸고 지자체의 공사 중지 명령, 사업자의 행정심판 요구 등 법적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전남 고창과 부안에서는 해상풍력 발전사업 수익금을 놓고 두 지자체가 헌법재판소에 해상 경계구역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등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야당 "어민 피해 예상" 주민 수용성 강화 법안 발의


    '주민 수용성'이 해상풍력 발전사업 추진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자 오히려 이를 강화하자는 법안도 최근 발의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안병길(부산 서구동구·국민의힘) 국회의원은 "해상풍력 발전사업자가 최대 30년간 독점적·배타적으로 공유수면을 점용·사용할 경우 어업 피해가 예상되지만 정작 어업인의 의견수렴 절차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며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공유수면관리청이 점·사용허가 등을 할 경우 사업지 인근에 근해어업이나 연안어업 등의 허가를 받은 어업인이 있는지 반드시 직접 확인하고 이들의 의견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 역시 현재 소관 심의위원회의 심사를 받고 있다.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주민 수용성'이라는 쟁점을 놓고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어민 보호라는 두 가치가 격돌하는 형국이다.
     

    인천 어민들 "정부 탄소중립 공감하지만 에너지 정의도…" 법적 대응 방침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현재 인천 앞바다에는 14개의 업체가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하겠다며 풍황계측기 설치를 승인 받았거나 신청했다. 24개의 계측기가 인천 앞바다에 설치를 허가 받았거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신청한 발전사업 면적은 최대 1920㎢ 규모로 서울시 전체 면적(605.02㎢)의 3배가 넘는다.

    인천 앞바다 해상풍력 발전사업 대부분이 이뤄지고 있는 옹진군 덕적도와 이작도 어민들은 최근 옹진군과 인천해수청의 행정에 대한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들은 최근 해상풍력 발전사업과 관련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C업체에 대한 형사 고발과 법원에 관할기관의 행정 심판을 요구할 방침이다.
     
    강차병 옹진군 이작도 어촌계장은 "정부의 탄소중립과 발전사업의 재생에너지 전환은 공감하지만 이를 추진하면서 지켜야 할 절차와 어업과의 상생 등 에너지 정의도 지켜져야 한다"며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는 행정기관과 이를 통해 특혜를 본 것으로 보이는 업체에 대해 법적 조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외국기업의 국내법인인 C업체는 지난해 EEZ에 발전사업을 할 계획이었지만 관할기관인 인천해수청이 아닌 옹진군에 관련 서류를 제출해 허가를 받은 뒤 이를 토대로 EEZ에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경제성을 확인하기 위한 장비인 풍황계측기를 설치했다. 옹진군이 뒤늦게 허가를 잘못 내준 사실을 확인하고 취소했으나, 장비 철거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이후 인천해수청은 '주민 의견을 수렴하라'는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C업체의 허가를 빌미로 인천에서는 해상풍력 발전사업자들이 사전에 어민 동의 절차를 밟지 않아도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승인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C업체에게만 조건부 허가를 내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민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옹진군과 인천해수청은 해상풍력 발전사업과 관련해 적법하게 행정절차를 밟으면 업체의 민원을, '형평성' 있는 행정절차를 밟으면 어민들의 민원에 시달리게 됐다.
     
    한편 정부는 탄소중립과 그리뉴딜을 저극 추진하기 위한 사업의 하나로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현재 125㎿(메가와트) 수준인 국내 해상풍력 발전 규모를 2030년까지 12GW(기가와트·1기가와트는 원자력발전 1기와 맞먹는 수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민간투자를 포함해 63조원에 달한다. 올해 제3차 추가경졍예산에도 해상풍력과 관련한 예산도 당초 예산의 6배가 넘는 4369억원을 편성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