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문·이과 통합수능이 첫 시행됐습니다. 결과가 어떨까요?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과 학생들이 이과 학생들한테 완전히 밀려났다"고 말했습니다. 진학사에 따르면 서울대 인문계열 모집단위 지원자 중 수능 과학탐구 응시자가 지난해는 0%였던 반면, 올해는 27%에 달했습니다. 4명 중 1명 이상이 이과 수험생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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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실이 서울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학년도 정시모집 일반전형 모집단위 중 문·이과 교차 지원이 가능한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최초 합격자 486명 가운데 216명이 통상 이과생이 선택하는 '미적분'이나 '기하'를 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과생들은 대부분 '확률과 통계'를 치지만,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할 수도 있는데요. 즉, 서울대 인문계열에 교차지원한 이과생이 최대 44.4%에 이르는 것으로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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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수능의 영향은 '수학' 영역에서 크게 나타났습니다. '공통과목'인 수학Ⅰ‧Ⅱ와 '선택과목'인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1개를 택하는데요. 문·이과가 수학 시험을 같이 치르고 점수 내는 통합수능 시스템에서 상대적으로 수학에 강한 이과생들이 유리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과 그 아래 대학 자연계열 중 선택을 고민한 이과생들이 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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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문과생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수학 영역에서 주로 '확률과 통계'를 선택했는데, 같은 원점수를 받아도 '미적분'이나 '기하'를 응시한 이과생들보다 표준점수가 낮게 나타났습니다. 평가원이 국어·수학에 선택과목제를 도입하면서 응시자의 평균 점수와 표준편차 등을 반영해 점수를 조정했기 때문인데요. 각 선택과목 응시자의 공통과목 평균 점수가 높을수록 조정점수가 높아지는 구조입니다. 결국 수학 잘하는 이과생들이 많이 선택한 '미적분'이나 '기하'를 응시했어야 조정점수가 반영된 표준점수를 유리하게 받을 수 있었던 겁니다.
 
실제 종로학원 분석에 따르면 '확률과 통계' 만점자의 수학 영역 표준점수는 144점입니다. 반면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 만점자의 표준점수는 147점인데요. 같은 만점이라도 표준점수에는 이렇게 차이가 나면서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현실화한 것이죠. 앞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22수능 채점결과를 발표하며 각 선택과목 만점자가 받을 수 있는 표준점수 최고점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올해 문과 상위권의 학생과 재수생들이 수학 영역에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렇게 되면 '확률과 통계'의 표준점수는 수학 잘하는 학생들이 빠져나가면서 '미적분', '기하'와 차이가 더 벌어지게 될텐데요.
지난 2월 종로학원이 2023대입 재수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문과 재수생 236명의 17.8%인 42명이 수학 선택과목을 미적분이나 기하로 바꾸겠다고 답했습니다. 5명 중 1명꼴로 학습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표준점수에 유리한 쪽을 택하겠단 겁니다.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2 대입 정시 합격점수 예측 발표, 특별전략 설명회에서 수험생 및 학부모들이 정시 지원 배치 참고표를 살펴보는 모습.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2 대입 정시 합격점수 예측 발표, 특별전략 설명회에서 수험생 및 학부모들이 정시 지원 배치 참고표를 살펴보는 모습. 
지난달 22일 이규민 평가원장은 2023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통합형 수능의 문·이과 유불리 현상에 대해 "완전히 극복되긴 어렵다"면서도 "꼭 문과가 불리하다고 보는 것은 적합하지 않은 지적"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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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호 대표는 지난 2월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문과생은 이과생에게 좋은 학과를 내주고 아래 대학으로 넘어가야 하는 구조"라며 "실질적으로 서울 소재 주요대학은 문과생의 이과 교차지원에 '락(lock)'을 걸어놓았기 때문에 통합이 안 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서울 일부 대학은 인문계열 지원에는 수능 과목 지정을 하지 않으면서, 자연계열에 오려면 수학 영역에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치거나, 탐구 영역에서는 사회가 아닌 과학을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문과침공'은 횡행해도 '이과침공'은 들어보기 어려운 이유죠.
 
사실 문·이과의 벽을 허물면서 '침공'이 아닌, '통합'을 이루자는 게 교육부 방침인 건 맞습니다. 현재 교육과정을 놓고 보면 문·이과 구분 없이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으로 교육을 받는 체계인데요. 선택과목이 공통과목보다 수능에서 출제 비중은 적지만, 수능 점수에는 결정적입니다. 이 때문에 선택과목별 난이도와 유불리를 따질 수밖에 없는데요.
또 탐구 영역에서 사회·과학 17개 과목 중 2개를 택하는데 통합수능 의의를 생각한다면 사회 1개, 과학 1개를 치르는 게 맞지만, 이런 선택을 하는 수험생은 극히 드뭅니다. 실제 2022수능 탐구 영역응시자 43만 7641명 중 2.4%인 1만 960명만이 '사회+과학' 조합을 선택했습니다. 사회만 친 수험생이 48.1%, 과학만 친 수험생이 46.1%로 나타났죠.
교육부 웹진 '행복한 교육' 2014년 9월호 캡처교육부 웹진 '행복한 교육' 2014년 9월호 캡처
2014년 박근혜 정부는 '
창의융합형인재
'를 강조하며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총론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2018학년도부터 고등학교 문·이과가 폐지되고, 2022학년도 통합수능은 그 취지를 반영한 첫 시험대였는데요. 입시가 복잡해지고, 교육과정 간 모순이 발생해 문·이과 통합에도 실패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무분별한 이과의 인문계열 교차지원에 일부 대학들은 입시 요강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서울대는 2023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수능 성적 외 '교과평가'를 실시하는 첫 신호탄을 쐈습니다. 지원계열에 맞는 교과목을 선택해서 공부했는지 학교생활기록부를 보겠다는 건데요. 공과대학은 수학, 과학 교과 이수 현황을, 경제학부는 수학, 사회 교과 이수 현황 등을 고려한다고 예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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