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요약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 2년 반 동안 취소·축소됐던 '예비군 훈련'이 올해부터 정상 시행됩니다. 돌아온 예비군 훈련은 어떤 내용으로 진행되는지, 처우는 얼마나 개선되는지 다뤄보겠습니다. 이와 함께 정치권에서 불거진 '여성 민방위 훈련' 논란의 내용과 이에 대한 반응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올해로 7년 차 예비군이 된 이우섭 기자는 4~6년 차 예비군 훈련(2020년~2022년)을 △소집훈련 취소 △원격교육 △축소 훈련으로 대체해 수료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문이었는데요.
지난 3년 간 정상적으로 훈련을 받지 못해 큰 아쉬움이 남았지만, 올해부터는 코로나 이전처럼 '정상 시행'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예비군 훈련, 코로나 전으로 돌아오다
약 2년 반 동안 축소됐던 예비군 훈련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옵니다. 국방부는 지난달 17일 '현역-동원예비군 통합 전술훈련' 재개, 전시 작전계획 시행 능력 구비 등 코로나19 사태로 축소됐던 훈련을 올해부터 정상 시행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올해 훈련은 3월 2일부터 시작될 계획입니다.
1~4년 차 훈련은 '동원'과 '동미참' 두 종류로 분류됩니다. 동원지정자를 대상으로 하는 '동원훈련'은 2박 3일간 훈련 현역 부대 또는 훈련장에 입소해 시행됩니다. 동원미지정자를 대상으로 하는 '동미참 훈련'은 전시 동원에 대비해 전투기술 숙달에 중점을 두고 시행합니다.
5~6년 차 대상자는 '기본훈련'과 '작계훈련'을 받게 됩니다. 기본훈련은 안보교육, 사격, 시가지 전투훈련 등 지역 방위를 위한 개인 기본 전투기술 숙달에 초점을 맞추어 실시되고, 작계훈련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내 중요 시설과 병참선 방호 등의 전시임무를 숙달하는 훈련으로, 연 2회 실시됩니다.
7~8년 차의 경우 6년 차까지 미처 받지 못해 이월된 훈련을 받게 되며, 이전에 정상적으로 훈련을 수료했다면 별도의 소집은 없습니다.
생업 포기하고 가는데 시급 1875원…올해부턴 어떻게 바뀌나
연합뉴스 국가 방위와 자주국방 의식 배양을 위해 예비군 훈련이 필수라는 것은 알지만, 이에 따른 불만이 뒤따르는 것이 현실입니다. 생업과 학업을 포기하는 것에 비해 보상이 턱없이 부실하다는 이유입니다.
지난해 6년 차였던 이우섭 기자가 축소된 기본훈련(4시간)에 다녀온 후 받은 훈련비는 '1만 5천 원'이었습니다. 이는 교통비 8천 원과 식비 7천 원을 합친 비용라고 하는데요. 이마저도 훈련장에서 식사를 해야만 하는 예비군은 식비(7천 원)를 제외한 금액(8천 원)만 받게 됩니다.
지난해 축소된 기본훈련을 받은 후 받은 훈련비. 예비군 처우에 대한 불만은 끊이지 않고 제기돼 왔습니다.
1인 자영업자 차모 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훈련 기간에 매출에 엄청난 타격을 입은 적 있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차 씨는 "하루 평균 매출이 150만 원이었는데, 이틀은 무조건 문을 닫아야 하니, 어림잡아도 약 300만 원 타격이었다"며 "그때 받은 훈련비는 고작 1만 원 남짓"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자영업자 김모 씨는 "하루라도 가게를 열지 못하면 매출 손해가 크다"며 "2일~3일만 일할 사람도 구하기가 힘들다. 나라에서 사람 구해줄 것도 아니지 않냐"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018년 한국전력문제연구소가 국방부 의뢰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반 예비군 56.3%, 동원 예비군 58.8%가 예비군 훈련비를 최저임금 수준으로 지급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응답이 나온 바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미국의 경우 2018년 기준 현역 수준 급여를 적용, 하루 훈련 시 평균 병사 16만 원, 장교 37만 원 수준의 훈련비를 받습니다. 또 지난해 1월 국회도서관에서 발간한 '미국의 모병 및 예비군 제도 소개'에 따르면, 현역과 예비역을 합산해 20년 이상 군 복무를 한 예비군에 대해선 계급에 관계없이 60세까지 복무를 보장하며, 군인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고 합니다.
독일은 훈련 기간 동안 수령하지 못하는 월급을 100% 보상해 주고 숙식, 의료비, 교통비를 나라에서 전액 지원합니다. 또 이스라엘은 8~14만 원 정도의 훈련비를 개별 소득 수준을 감안해 지급합니다,
이에 국방부는 예비군 훈련의 환경과 여건 개선을 위해 동원훈련 보상비를 지난해 6만 2천 원에서 8만 2천 원으로, 일반훈련 실비는 1만 5천 원에서 1만 6천 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적정 수준의 보상비와 실비가 지급되도록 단계적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치권서 제기된 '여성 민방위'…여성도 '군사 훈련'?
최근 정치권에서는 여성도 '민방위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여성도 '군사훈련'을 받게 되는 것이냐"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논란의 시발점은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기현 의원입니다. 김 의원은 지난달 23일 "여성은 전시에 생존을 위한 아무런 지식도 지니지 못한 채 완전한 무방비 상태로 놓이게 된다"며 여성을 민방위 훈련 대상에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의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현행 민방위 교육이 심폐소생술·제세동기 사용 방법 등 '응급조치'와 산업재해 방지·화생방 대비·교통⋅소방 안전 등 '필수 생존 지식'을 담고 있지만, 20세~40세 '남성'만을 대상으로 실시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이 대상에 똑같이 여성도 포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성이 민방위 훈련 대상자가 된다고 해서, 군사 훈련에 투입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비군과 민방위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죠.
우선 소속의 차이입니다. 예비군은 국방부 산하 소속이고, 민방위는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편제돼 있습니다. 전시 상황에서 신분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예비군은 전시 상황에서 '군인' 임무를 수행하게 되지만, 민방위는 전쟁이 나더라도 '민간인' 신분입니다.
마지막으로, 임무의 차이입니다. 예비군 1~4년 차는 전쟁이 났을 때 군에 배치되어 현역병을 지원하며 일반 전투병과 자신의 병과에 맞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5~8년 차는 본인의 거주 지역 향토 방어 작전에 참여해 지역 방어 임무를 맡게 됩니다. 이와 달리 전시 상황에서 민방위 대원들은 인명 피해 방지와 재난 복구 등의 업무를 맡습니다.
여성 민방위? "이대남 표 노린 정책" VS "전시에 여성은 안 죽나"
김 의원은 지난달 30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시 상황이 생겼는데 여성들은 죽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느냐"며 "왜 여성만 훈련 안 받아도 된다는 논리를 펼치는지 도저히 수긍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낸 민방위법은 민방위 훈련에 관한 것"이라며 "군사 기본 교육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나가야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다양한 반응이 나옵니다.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이대남 표심'을 위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쏟아진 것입니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은 "김 의원의 이번 공약은 안보 공약이 아니라 젠더 공약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라며 "모든 국민의 안전을 위한 민방위 훈련에 대해 남녀를 이렇게 분리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여성도 기본적 군사훈련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당장 윤석열 대통령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도 이행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서 검토한 바가 없다"며 "김 의원한테 물어보라"고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도 이 법안에 대해 "정치를 그렇게 단순하게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꼭 민방위가 아니고서는 심폐소생술을 배울 수 있는 것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학교 혹은 사내 어디서든 가능하다"며 "이 법안은 결국 20대 남성들에게 어필하려는 것"이라고 일갈했습니다. 같은 당 권인숙 의원도 "여성가족부 폐지의 국방 버전"이라며 "전쟁과 국민 갈등의 행보를 당장 중단하라"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젠더의 문제가 아닌 국민이면 당연히 해야 할 일", "어느 정도의 기본 교육은 필요하다"는 등 옹호하는 의견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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