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취소 눌렀는데 결제?" 소비자 속이는 '다크패턴'

핵심요약

무심코 누른 확인 버튼이 알고보니 '정기 결제', '마케팅 활용 동의'일 수도 있습니다. 사업자에 유리한 선택지는 눈에 잘 보이도록, 불리한 선택지는 꽁꽁 숨기는 '다크패턴' 소비자를 속이고 있습니다.

    
회원탈퇴 방식이 복잡하거나 결제 취소가 안되는 일을 겪어본 적 있으신가요.
분명 확인 버튼을 누른 것 같지만 사실 누르지 못하게 만드는 '다크 패턴', 교묘히 소비자를 속이고 있습니다.
다크 패턴(Dark Pattern)은 이용자를 속이기 위해 교묘하게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뜻합니다. 쇼핑몰이나 웹사이트 등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이용자를 상대로 확인, 취소 버튼 위치를 맞바꾸거나 화려한 색상으로 유도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소비자를 기만하는 다크 패턴은 이용자가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눈속임 설계'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구독 해지도 결제 취소도…피해가기 쉽지 않다

     
#A씨는 2020년 6월 30일 2주 동안 무료 체험이 가능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가입하면서 카드정보를 입력한 뒤 7월 14일 자동 결제가 된 것을 알게 되었는데, 결제가 되기 전까지 무료 체험이 종료되고 결제 대금이 청구된다는 사전 안내가 없었습니다.
#B씨는 2020년 4월 초 음원 구독서비스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을 것 같아 해지하려고 했지만 해지 버튼을 찾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였고, 해지 신청 버튼을 눌러도 바로 해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해지를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등 최종적으로 해지를 완료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거쳐야 했습니다.
#C씨는 2020년 1월 22일 호텔예약사이트에서 캐나다에 있는 숙소를 예약했지만 결제된 금액을 보니 숙소 검색 당시 표시한 금액보다 훨씬 비쌌고, 세금, 봉사료, 청소비가 추가로 결제된 것을 나중에 알아차렸습니다.
이같은 눈속임 설계, 즉 다크 패턴은 사업자에 유리한 선택지는 눈에 잘 보일 수 있도록 큰 문자, 화려한 색상으로 표기하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선택지는 잘 안 보이게 하는 식으로 소비자를 속이고 있습니다.
    
다크 패턴을 마케팅기법의 하나로 알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자가 필요한 서비스나 상품을 고를 수 있게 하는 마케팅과 다릅니다.
마케팅은 제품을 홍보하는 판매자가 여러 홍보방식을 통해 소비자가 더 나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이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크 패턴은 더 나은 제품을 소개하기보단 소비자의 선택지를 속여 판매자의 의도대로 행동하게끔 하기 때문에 판매자만 이득을 취하는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사일 팔아요'…팔지도 않는데 광고는 한다?

    
포털 사이트 상품 광고를 보고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했지만 해당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다크 패턴' 수법이 있어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됩니다.
일례로 포털사이트에 '미사일'이라고 검색하면 포털 사이트에서는 미사일을 구매할 수 있다는 온라인 쇼핑몰을 광고하고 있습니다.
이는 실제로 일반적으로 판매나 구매가 불가능한 제품이지만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클릭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쇼핑몰에 사용자들을 유입시키는 것 입니다.
이같은 광고 방식은 실제 해당 상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의도 없이 단순히 쇼핑몰 방문자를 늘려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다른 상품을 구매할 확률을 높이는데 있습니다.
또 방문한 쇼핑몰에서 개인 컴퓨터의 캐시 데이터(Cached Data) 활용 동의를 요구하면서 선택 항목에 마케팅 활용 동의를 숨겨 놓는 식으로 판매자가 이익을 챙기고 있습니다.

고도화·지능화되는 '다크 패턴'…모르면 당한다

     
다크패턴은 점차 고도화되고 다양한 유형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개인정보 공유 △자동 결제 △선택 강요 △해지 방해 △압박 판매 △사회적 증거 △강제 작업 △주의집중 분산 △숨겨진 비용 △미끼와 스위치 △가격 비교 방지 △속임수 질문 등이 있습니다.
이는 빙산의 일각으로 알려지지 않은 다크패턴 유형이 얼마나 더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고 지속적으로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4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이용 빈도가 높은 앱 100개를 대상으로 다크 패턴이 사용되는지 조사한 결과, 단 3개만을 제외한 97%가 사용한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주로 사용되는 유형은 △개인정보 공유(19.3%·53개) △자동 결제(13.8%·37개) △선택 강요(10.4%·28개) △해지 방해(10.1%·27개) △압박 판매(10.1%·)로 하나의 앱에서 여러 다크 패턴이 쓰이는 경우도 빈번한 상황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에서는 콘텐츠를 구독하는 구독자의 사전 동의가 없이 정기 결제되는 형태도 감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A커머스 업체에서는 맴버십 구독비용을 인상하는 과정에서 '비용 변경 동의 선택 버튼'을 물품 결제 창 하단에 삽입해 소비자가 무심코 확인을 누르게 만들어 논란이 일어난 적도 있습니다.

개인정보는 '개인'아닌 '공용'정보?…'다크 패턴' 속에 숨은 약관

    
다크 패턴을 통해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수집·이용되기도 합니다.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결제 등 이용하기 위해 일부 개인정보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용에 불필요한 정보까지 수집하거나 개인정보 수집·활용 동의서 등에 '홍보자료 발송'을 위한 항목 등이 교묘하게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 계기 시민단체 간담회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 위원인 김보라미 변호사는 "주요 통신사조차 소비자 약관에 일괄 동의하게 해 개인정보 얻는다"며 기업이 다크 패턴을 사용해 개인정보를 취득하는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같은 문제에 EU는 2022년 디지털 서비스법(DSA)에서 다크 패턴을 명시적으로 금지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20년부터 소비자 개인정보보호법을 통해 규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크 패턴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이 있진 않지만 이와 관련된 전자상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건이 정무위원회에 마련돼 있습니다.
지난 3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도 "디지털 시장에서 거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눈속임 상술을 적극 차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기정 위원장은 "다크 패턴 상술은 현행법으로는 규율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면서 "새롭게 법적 규제가 필요한 사안이 무엇인지 연구 용역을 발주해 최근 결과를 받았다. 내부 검토와 정리를 거쳐 적절한 규율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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