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미래 20년…한국 농촌, 힐링의 삶 즐긴다

[메가FTA 무한 경쟁…농업·농촌은 어떻게 변할까⑥]

편집자 주

2004년 한·칠레 FTA가 발효된 이후 국제적인 협력이 확대되면서 한국의 농업·농촌 분야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FTA 체제 20년 동안 한국 농업은 어떻게 발전했는지, 향후 어떤 변화가 생길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정보를 공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CBS노컷뉴스는 FTA 관련 이슈들을 종합 분석한 '메가FTA 무한 경쟁…농업·농촌은 어떻게 변할까'를 7차례에 걸쳐 기획보도한다.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동급식'을 시행 중인 충북 옥천군 석화마을 주민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 석화마을은 마을회관에서 주민 전체가 함께 식사를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송정훈 기자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동급식'을 시행 중인 충북 옥천군 석화마을 주민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 석화마을은 마을회관에서 주민 전체가 함께 식사를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송정훈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FTA 발효 20년…한국 농업 어떻게 변했나
②FTA 미래 20년…한국 농업, 산업化 시계는 빨라진다
③FTA 미래 20년…식단의 고급화 열풍이 분다
④FTA 발효 20년…한국 농촌 어떻게 변했나
⑤FTA 미래 20년…한국 농촌, MZ세대가 몰려온다
⑥FTA 미래 20년…한국 농촌, 힐링의 삶 즐긴다
(계속)
1980년대 시설하우스 포도 재배법을 처음 도입해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던 충북 옥천군 석화마을.
과거 100여 가구가 모여 살았던 이곳은 포도 시배지로 유명했다. 한때 주민의 90% 정도가 포도 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석화마을은 FTA에 대응한 '포도 폐업지원' 등으로 농업생산기반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실제 2017년 한 통신사에 따르면 옥천군 전체 포도밭 325㏊ 중 29.2%인 95㏊가 정부 보상을 받아 실제 농사를 접었다.
포도밭이 줄자 마을에는 공장·창고가 우후죽순 들어섰다. 농촌다움은 물론 마을공동체도 위기가 찾아왔다. 석화마을 임덕현 이장은 "2000년도에 FTA가 체결되면서 폐업하는 포도 농가들이 늘어났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대부분 폐업 수순을 밟았고 주민들도 고령화가 되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3년에 발간한 '행복농촌 만들기 콘테스트 우수사례집'에 따르면 석화마을 주민들은 위기 대응을 위해 마을대청소를 비롯한 마을찜질방 운영, 정원가꾸기 등 '마을만들기 사업'을 정부·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주도적으로 전개했다.
석화마을 찜질방에서 주민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행복농촌 만들기 콘테스트 우수사례집 캡처석화마을 찜질방에서 주민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행복농촌 만들기 콘테스트 우수사례집 캡처
특히 마을회의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돌봄 도시락'도 추진했고 이를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동급식'으로 확대했다. 석화마을 마을기금 등을 활용한 찜질방은 주민 건강을 책임지면서 소통창구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기점으로 주민들은 '잘 먹고 서로 챙기며 즐겁게 함께하는 행복마을'로 마을비전을 정비했다. 주민들의 목표는 난개발로 얼룩진 마을을 정원 같은 마을로 복원하고, 그동안 마을을 이끌어 온 어르신들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것. 무엇보다 향후 외지 요양원으로 가지 않고 마을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장기 발전계획을 세웠다.
임 이장은 주거환경 개선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우리 마을은 마을회관을 24시간 개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혹서기 때는 어르신들이 집에서 주무시기 더우면 에어컨이 있는 경로당에서 주무실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식사도 마을회관에서 주민 전체가 식사를 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충청북도 옥천군 동이면 석화마을 주민들. 행복농촌 만들기 콘테스트 우수사례집 캡처충청북도 옥천군 동이면 석화마을 주민들. 행복농촌 만들기 콘테스트 우수사례집 캡처
순천대 농업경제학과 한재환 교수는 "한국 농촌의 주거시설과 복지 서비스는 많이 개선된 상태다. 문제는 농촌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현재 외국인 노동자들도 들어오지 않아 농촌 유지가 안 될 정도"라며 "무엇보다 청년 농업인들을 어떻게 농촌에 유입시킬 것인지가 중요하다 보니 주거 환경이라든가 의료·교육 서비스는 과거에 비해 확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석화마을은 포도의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캠벨 얼리'에서 '샤인머스켓'으로 품종을 바꾸기도 했다. 시설하우스 설치 비용은 50%가량 정부 지원을 받았다.
마을은 '샤인머스켓'으로 품종 개량 후 옥천군 내 다른 마을과 협력해 포도 수출을 하기도 했다. 임 이장은 작년까지 석화마을과 다른 마을의 포도를 모아 옥천군 차원에서 동남아 등으로 수출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옥천군이 FTA 활용 등 수출 업무를 도와줬고 수익도 올릴 수 있었다"며 "FTA 체제 이후 폐농하고 신품종을 개량하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은 장점"이라고 전했다.
석화마을 공동급식 모습. 송정훈 기자석화마을 공동급식 모습. 송정훈 기자
결과적으로 석화마을은 FTA 전후로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복지를 책임지는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정부·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해외 수출도 하고 포도 품종 개량을 성공하면서 농업생산기반을 회복했고 현재 30여 농가가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석화마을처럼 FTA 체제에서 포도 농가가 국민 인식변화 등으로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런 과정으로 경쟁력 향상 등 이점도 동반됐다는 평가가 함께 나온다.
한국농수산대학교 원예학부 과수전공 곽용범 교수는 "2004년 칠레와의 FTA를 기점으로 남반구에서 포도가 수입됐다"며 "과거 한국 사람들은 '캠벨 얼리' 품종의 포도밖에 몰랐는데, FTA 체제 이후 칠레산이 들어오면서 껍질까지 먹는 포도, 맛있는 포도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개방시 농업이 가장 취약하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며 "FTA가 없었다면 우물 안 개구리식으로 자기 만족에 빠져 소비자의 불만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밝혔다.
곽 교수는 FTA 체제가 국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다며 '샤인 머스켓' 품종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포도밭도 다시 1만 헥타르 이상 정도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FTA 체제에서 20년간 격변한 농촌의 주민 행복감은 어떠할까?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2023년도 농어업인 등에 대한 복지실태 조사'에 따르면 농어촌에서의 현재 삶에 대한 행복감은 평균 62.2점(100점 만점)이다. 도시 지역의 현재 삶에 대한 행복감이 평균 64.0점인 점을 감안하면 비슷한 수준이었다. 또한 5년 전 대비 삶의 질이 좋아진 편이라고 답변한 비율은 30.3%로 나빠진 편(20.4%)이라는 응답에 비해 높았다.
결과적으로 농촌 주민의 행복감은 계속 상승했다는 조사 결과다. 이에 대해 농촌진흥청 윤순덕 농촌환경자원과장은 "이번 조사로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 기본계획' 추진에 따른 농어촌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농어촌 주민의 행복감이 상승한 것은 정부가 추진한 삶의 질 정책이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지원사업을 통해 농촌 유휴시설을 활용하고 체험소득을 올려 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인 사례도 있다. 경남 남해군 서면에 위치한 회룡농촌체험휴양마을(회룡·중현·현촌·도산)에는 폐교한 중현초등학교(1935년 개교)가 있다. 이 학교는 학생들이 모두 떠나면서 2021년 폐교됐지만 최근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폐교할 당시 지역민들은 추억을 머금고 있는 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마을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며 2021년 중현초등학교를 활용한 농촌유휴시설활용 창업지원사업(사업비 4억 5천만원)을 지원했다. 이후 농식품부가 주관한 해당 사업으로 회룡농촌마을에는 주민·관광객·관계인구가 함께 머물며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만들어졌다.
순번제 일자리로 함께 일하는 회룡농촌체험휴양마을 주민들. 행복농촌 만들기 콘테스트 우수사례집 캡처순번제 일자리로 함께 일하는 회룡농촌체험휴양마을 주민들. 행복농촌 만들기 콘테스트 우수사례집 캡처
농식품부의 '행복농촌 만들기 콘테스트 우수사례집'에 따르면 복합문화공간 준공 후 마을수익이 45% 증가해 마을별 수익금 배당·마을환경정비·순번제 일자리 제공·장학금 기탁 등으로 지역과 상생하고 있다. 또한 그라운드 골프 동호회·밥 먹는 날·차 DAY 등의 프로그램 운영으로 지역민의 거점공간이 되기도 했다.
노후되고 방치됐던 폐교 중현초는 주민·관광객·관계인구가 함께 머물며 추억을 쌓아가는 공간으로 재정비됐다. 주민들에게는 소통의 공간, 관광객에게는 체험의 공간, 관계인구에게는 귀농귀촌의 꿈을 이루는 공간이 됐다. 건물 복도는 갤러리로 탈바꿈해 지역주민의 소통 및 전시공간으로 활용했다. 교실은 게스트하우스로 운영, 관광객의 체류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실제 회룡농촌체험휴양마을(회룡·중현·현촌·도산)의 유휴시설은 마을주민들에게 일거리도 제공하며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회룡마을 이정만 이장은 "농촌마을에 오는 손님들이 (중현초 복합문화공간을) 잘 꾸며놨다고 한다. 손님들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을 하고 가면 청소를 해야 하는데 그 일을 마을 사람들이 하고 일당을 받아간다. 일은 순번을 정해놓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나가서 일을 한다"고 말했다.
이 이장에 따르면 게스트하우스의 수익은 기존에 있던 펜션보다 좋다. 그는 "농촌 마을이 고령화가 되면서 따로 사업이 없지않나. 이런 사업을 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마을에 오니까 활기가 생겼고 주민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실제 회룡농촌체험휴양마을의 사업 성과를 살펴보면 체험소득 매출액은 2020년 5200만원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3년 1억5천만원이 됐다. 또한 방문객도 2020년 6581명에서 2023년 1만42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한편 FTA 체제 아래서 향후 농촌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선 장기적 발전 방향을 명확하게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촌경제연구원 남경수 전문연구원 "정부의 입장에서는 피해보전과 농업성장이라는 큰 틀에서 우리 농업의 장기적 발전 방향을 명확하게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와 같은 정책의 방향과 목적은 농업인의 공감대뿐만 아니라 소비자 즉,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현장이 요구하고,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을 수립하며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목적과 품목, 업종 등에 맞는 세부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농업인들은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보다 보다 필요한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각 농업인들의 여건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선택하되, 활용할 수 있는 지원정책을 최대한 활용하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 본 기사는 2024년 FTA교육홍보지원사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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