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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만 아물고 있어요" 경주 리조트 참사, 그후 한달



사건/사고

    "힘들지만 아물고 있어요" 경주 리조트 참사, 그후 한달

    개강 한달 간 학생 300여명 심리 치료, 부상자 7명 입원 치료 중

    부산외대 본관 5층에 마련돼 있는 심리상담실에서 한 학생이 상담을 받고 있다. (부산 CBS)

     

    경주 마우나 리조트 체육관 참사가 발생한 지 17일로 한 달째를 맞았다.

    중상자 2명을 포함한 부상자 8명은 아직도 병원에서 힘겨운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목숨을 건진 생존자 대부분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치료를 받으며 마음에 입은 상처를 아물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사고가 나자마자 탈출하다 철판에 깔렸어요. 너무 무섭고 아파서 계속 울었죠. 그런데 누군가 제 발목을 따뜻하게 잡아줬어요. 그러다 한참 후 제 발을 잡던 손이 스르륵 풀렸고, 이후에는 비명소리 밖에 기억이 안납니다. 건물 안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두려워요"

    경주 마우나 리조트 참사 당시 체육관 한가운데 있었던 부산외대 중국어학부 14학번 신입생 A양.

    사고가 나자마자 간과 심장수치가 정상보다 수십 배 뛰어 2주간 병원치료를 받은 이후 지금은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그래도 순간순간 떠오르는 공포.

    꿈꿔왔던 대학생활의 시작이 두려움으로 바꿨지만 이제 A양 마음의 상처도 상담 치료를 통해 조금씩 아물어가고 있다.

    본인이 막을 수 없는 일이고,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마음의 벽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A양은 "처음에는 사고에 대해 말을 꺼내는 것조차 두렵고 현기증이 났다. 하지만, 상담 선생님과 2~3주 동안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일본어과 10학번인 B군도 최근 들어 겨우 잠을 청하고 있다.

    사고 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목격한 B군은 지붕이 있는 큰 건물에 들어가는 것조차 두려웠지만, 이제는 잃었던 웃음을 조금씩 되찾고 있다.

    B군은 "새 학기를 맞아 활기찬 분위기 속에 학교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치유가 되는 것 같다. 희생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만큼 더 그들이 이루지 못했던 몫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한 달 전 무거운 침묵만 가득 들어찼던 부산외대 남산동 캠퍼스에는 이제 곳곳에서 생기 넘치는 학생들의 모습이 목격되는 등 조금씩 사건의 아픔을 치유해가고 있다.

    참사 직후 소방방재청과 부산시는 학내 상담소 5곳을 만들어 상담사 84명을 투입해 부산외대 생존 학생들을 대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상담치료를 시작했다.

    직접 상담실 면담, 전화 상담, 가정방문 등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에는 지금까지 학생 약 300여 명이 치료를 받았다.

    학생들 대부분은 천장이 있는 큰 건물에 들어가는 것을 꺼리거나 불면증 등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광역시 재난심리센터 배정이 센터장은 "처음 상담할 때 수면제가 없어서 잠을 못 잘 정도로 중증인 학생들이 많았는데 꾸준히 치료를 받아 지금은 대부분 학생이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사례 분석 위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고 오는 6월까지 상담소 문을 계속 열어둘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생존 학생들을 돕기 위한 손길도 잇따르고 있다.

    이번 사고로 숨진 부산외대 신입생 고(故) 고혜륜(18·아랍어과) 양의 부모가 보상금으로 장학금을 조성해 학교에 전달했다.

    혜륜 양의 아버지 고계석(49)씨 부부는 지난 14일 오후 부산외대를 방문해 정해린 총장 등 대학 관계자들을 만나 장학금으로 현금 2억 원을 전달했다.

    유가족들은 고 양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다'는 노트를 발견하고 기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외대 측은 '혜륜이 장학금'을 만들어 성적 상위 10%의 학생과 교수 추천 학생 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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