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닐 애들이 없어요"…점점 사라지는 학교

[초저출생: 미래가 없다]

편집자 주

작아지는 대한민국을 피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덜 작아지도록, 더딘 속도로 오도록 대비할 수는 있습니다. 초저출생은 여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녀 모두의 일입니다. 국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개인, 모든 세대의 일입니다. CBS는 연중기획 '초저출생: 미래가 없다'를 통해 저출산 대책의 명암을 짚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공존을 모색합니다. ▶birth.nocutnews.co.kr

2017년 846만 명 → 2067년 364만 명으로 '반토막'

지난 2013년 폐교된 경북 김천의 곡송초등학교. 교육부 지방교육재정알리미 제공지난 2013년 폐교된 경북 김천의 곡송초등학교. 교육부 지방교육재정알리미 제공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직격탄을 맞은 학교 현장이 저출생에 따른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교육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드리우고 있다.
올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전체 학생 수는 사상 처음으로 600만 명 아래로 추락했다. 초저출생 현상이 고스란히 학령인구 절벽으로 나타난 것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유·초·중·고 전체 학생 수는 595만 7087명으로 지난해 601만 명에서 5만 3000명(0.9%) 감소했다. 2013년생(출생자 43만 6천명)이 초등학교에 들어간 지난해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42만 명이었다.
   
4년 뒤면 감소세가 더욱 가팔라진다. 2024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17년생35만 7천명, 2027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20년생27만 2300명으로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6년새 무려 36%나 급감하는 것으로, 충격적인 수치다.
    
학령인구는 해마다 출생아 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되돌릴 수가 없다. 사상 처음으로 출생아 수 40만 명 선이 붕괴됐던 2017년에 태어난 아이는 35만 7천여 명이었다. 지난해에는 30만 명 선마저 무너져내려 27만 2천여 명을 기록했다.
감사원이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2017~2067년)를 분석했더니 전체 학령인구(6~21세)는 2017년 846만 명에서 2067년 364만 명으로 '반토막' 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저출산·고령화 대책' 감사 보고서에서 "교원·시설 등 교육 인프라 과잉, 대학 입학자원 감소로 인한 미충원 확산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생 줄어드니 교사도 안 뽑는다

초저출생 기조가 이어지면서 문을 닫는 학교도 속출하고 있다. 교육부 및 통계청 자료를 보면 1982년부터 올해 3월까지 40년간 폐교한 학교는 3855개교였다. 현재 전국적으로 초·중·고 1만 1943개교가 있는데 그 3분의 1이 사라진 셈이다.
특히 전남과 경북, 경남, 강원, 전북 등 지방 소재 5개도에서만 총 2937개교(76.2%)가 문을 닫아 지방 소재 학교 존립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는 아이만의 일이 아니다. 교육 종사자 모두의 삶이 걸린 문제다. 실제로 학령인구 급감으로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사람은 예비 교사들이었다.
교원 적체 현상이 지속되면서 2017년 그야말로 '초등교사 임용대란'이 벌어진 것. 당시 임용대기자만 3800여 명에 이르면서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3년 이내에 발령받지 못해 합격 자체가 취소되는 일도 벌어졌다.
   
교육당국의 급작스런 선발 인원 축소에 임용준비생들이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파장이 컸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원격수업이 일반화되고 임용인원 자체가 줄어들면서 '임용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서 '인구미래공존'에서 "초등교사 임용 숫자는 그저 '교사 고용'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교대에 있는 사람들의 일자리 문제까지 사슬처럼 연결된다" "시나브로 아이들이 줄어갔으면, 천천히 적응해가며 대란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신입생 정원 미달사태…'부실대학' 낙인

대학도 초저출생의 덫에 갇혀 있다. 올해 대학생 수320만 1500명으로 지난해 327만 6천명보다 7만 4천명(2.3%)이나 감소했다.
   
대학 신입생도 올해 전국 4년제 대학과 전문대의 입학자 수(48만 7500명)가 2000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5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원서 접수가 시작된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동광진교육지원청에서 수험생들이 원서를 접수하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자가 격리자와 확진자는 응시원서 대리 제출이 가능하다. 황진환 기자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원서 접수가 시작된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동광진교육지원청에서 수험생들이 원서를 접수하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자가 격리자와 확진자는 응시원서 대리 제출이 가능하다. 황진환 기자
올해 신입생 충원율84.5%에 그쳤다. 특히 지방대를 중심으로 1만 명이 넘는 대규모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으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지방대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조 교수는 "수도권, 특히 서울에 있는 대학들에게 신입생 부족은 다른 나라 이야기"라며 "학령인구 감소의 고통을 모든 대학과 대학 구성원이 동일하게 느끼는 것은 아니다. 고통의 강도, 깊이는 지역별로 차별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해서 수도권 대학이 안전지대는 아니다. 최근에는 '대학 살생부'라 불리는 대학 진단평가에서 수도권 대학들도 줄줄이 탈락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수도권 11개 대학을 비롯해 전국 52개 대학이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히며 구조조정에 내몰리게 됐다. 하지만 탈락하지 않은 다른 대학들도 자율적인 정원 감축 등 구조조정을 본격 추진해야 한다.
1970년대 초반 한해 100만 명 넘는 출생인구 시대에 맞춰 우후죽순 설립된 대학들의 다운사이징이 불가피한 상황.
   
대학가에선 한때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말이 나돌았지만, 이제는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망하고 있다"는 한탄이 흘러나오고 있다.
조 교수는 "저출산으로 촉발된 이 '(임용)대란'은 곧 대학으로 옮겨가고, 청년을 주된 대상으로 하는 상권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학의 붕괴는 곧 상권 붕괴로 이어지고, 상권 붕괴는 곧 지역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교육계 '새로운 판' 짜야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와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급격한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이제는 단기적 임시방편으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학교 통폐합과 학급 운영, 대학 입시 등 유·초·중·고교의 현행 교육제도와 대학을 포함한 학교 생태계 전체를 대상으로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7년 12월에 발행한 교육정책포럼에는 이같은 현장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김영보 대구 경원고 교장은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유지한 상태에서는 어떠한 정책도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근본적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고 여겨진다"지역사회 교육네트워크로서의 학교 재구조화를 주장했다.
광주교육정책연구소에서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도 유사한 담론이 나온다. 연구소는 "학교 인구 및 학생 수 감소에 따른 학교 유휴 공간 현황조사와 함께 학습 공간의 재구성 방향, 지역사회와 연계할 수 있는 학교시설 복합화 방향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제언을 내놨다.
학령인구 감소의 경고는 이미 10년 전부터 예고돼 왔다. '저출산 쓰나미'에 공멸의 위기로 내몰린 우리 교육계 전체가 인구감소 흐름에 맞춰 변화하지 않으면 새로운 미래도 기대하기 어렵다.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 참고문헌
- 인구미래공존 (조영태, 2021)
-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분석 감사 보고서 (감사원, 2021) 
- 학령인구 감소 시대의 중등학교가 갖는 고민과 대안(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포럼, 김영보, 2017)
-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정책 방향 설정을 위한 기초 연구(광주광역시교육청 광주교육정책연구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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