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은 집단자살"…1억 주면 아이 낳을까요?

지금이 인구절벽 극복할 '마지막 골든타임'

콘티 김효은, 작업툴 투닝콘티 김효은, 작업툴 투닝

"결혼 안 하고 출산율이 떨어지면 성장률과 생산성이 떨어지게 돼 있고, 그럼 재정이 악화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바로 집단적 자살 현상(collective suicide) 아니겠나."

지난 2017년 9월 크리스틴 라가르드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한국의 저출생 현상을 '집단자살'에 빗댔습니다. 다소 과격한 표현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저출생의 끝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발언입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2020~2070년'을 보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담하기만 합니다. 50년 뒤 인구가 2천만명 이상 줄어들어 3700만명이 되기 때문이죠. 가뜩이나 인구밀도 높은 국가에서 인구가 줄어들면 좋은 일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3700만명 가운데 절반이 65세 이상 노인이라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요? 노년부양비 명목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고 더 많은 사회보장 부담을 짊어져야 합니다. 지금은 15~64세 생산연령인구 5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50년 뒤엔 1대 1로 책임져야 합니다. 지금 살기도 팍팍한데 훨씬 더 무겁고 버거운 미래가 다가오는 것이죠.
너무 먼 미래로 느껴지시나요? 라가르드의 표현을 빌리자면 '집단자살' 현상은 서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당장 3년 후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1천만명이 넘는 초고령사회가 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재정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7년 뒤엔 잠재성장률이 0%대로 추락합니다. 일할 사람이 급감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골든타임"…올해 저출생 대책은?

지난 15년간 정부가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은 예산은 380조 원.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출생률은 왜 반등하지 않을까요?
지난해 7월 감사원 보고서에서 지적된 저출생 요인은 다양합니다. 일단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했습니다. 2020년 통계청 사회조사를 보면 결혼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의견이 41.4%였습니다.
가구소득 감소, 주택가격 상승, 양육비·교육비 증가, 임신·출산의 경제적 지원 확대 여부, 국공립·사립 보육시설 확충 여부 등도 저출생과 밀접한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이밖에도 질 좋은 일자리의 부족, 수도권 과밀화, 지방 소멸,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과도한 경쟁 사회 등이 저출생 현상과 뿌리 깊이 얽혀 있습니다.
정부와 학계는 향후 10년을 인구절벽 극복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습니다. 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인 에코세대가 결혼을 하고 출산을 결심하면 출생률이 반등할 수 있다는 겁니다. 통계청은 합계출산율이 2024년 0.70명까지 떨어졌다가 2031년 1.00명, 2046년 1.21명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중위 추계)을 내놓았습니다.
에코세대들이 출산을 결심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요?
올해 정부가 내놓은 핵심 대책은 '저출산 극복 5대 패키지'입니다. 전년도와 비교해 1조 4천억원 증액한 4조 1천억원을 적극 투자하기로 했죠. 올해 출생아부터는 '첫만남 이용권' 200만원이 바우처로 지급됩니다. 또 0~1세 영아에게는 월 30만원의 영아수당이 지급되죠. 영아수당은 단계적으로 인상돼 2025년에는 월 50만원이 지원됩니다.
생후 1년 이내 자녀가 있는 부모들이 모두 휴직을 하면 각각 최대 월 300만원씩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수 있는 '3+3 공동육아휴직' 제도도 도입됩니다. 육아휴직 급여도 최대 월 12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인상됩니다. 생후 1년 내 자녀가 있는 직원에게 육아휴직을 허용한 중소기업은 첫 3개월간 월 200만원의 지원금을 받습니다.
아울러 정부는 공보육 이용률을 5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국공립어린이집 550곳을 확충하고, 셋째 자녀 등록금 전액 지원(기준 중위 200% 이하)이라는 다자녀 정책도 추진합니다. 5대 패키지는 아니지만 월 10만원 아동수당을 지급받는 연령도 기존 7세 미만에서 8세 미만으로 확대됩니다.

현금 지원, 얼마가 적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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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여론이 마냥 호의적이지만은 않습니다.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첫째, 돈이 문제가 아니다.
"왜 돈만 주면 다 해결될 거라 생각하나", "돈이 없어서 애 못 낳는 게 아니다"
둘째, 돈을 더 줘야 한다. 
"200만원? 애 키우는 데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데 장난하나", "아이 한 명당 1억원씩 줘라"
그렇다면 현금 지원은 필요할까요, 필요하지 않을까요? 필요하다면 적정선은 얼마일까요? 
이와 관련해 지난해 말 전라북도 무주군에서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무주군이 인구 유입을 위해 출산장려금을 상향 조정했는데 보건복지부가 '액수가 과하다'며 제동을 건 것입니다. 관내에서 다섯째를 출산하면 출산장려금 2400만원을 지급하려던 무주군은 '지자체 간 과도한 경쟁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복지부의 재협의 결정에 따라 출산장려금 액수를 하향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출산장려금의 출산율 제고 효과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합니다. 지난 2019년 전국 지방자치단체(서울 등 일부 지역 제외)의 출산지원 정책 예산 5594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출산장려금이었는데요,
감사원의 감사 결과 전남 해남군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출산장려금을 받기 위해 일시적으로 해당 지역에 전입하는 부작용 사례가 발견됐습니다. 해남군은 현재 넷째아 이상에게 출산장려금 740만원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출산장려금을 비롯한 현금 지원 사업은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로 저출생 문제 해결을 꼽았지만, "애를 낳으면 돈을 준다는 식으로는 출산율이 절대 오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권미경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얼마를 줘야 아이 양육에 대한 대가가 되겠느냐. 현금성 지원은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어린이집이랄지 양육에 필요한 부분을 지원해주는 게 더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현금성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육아정책연구소가 2018년 영유아 가구의 소비실태를 조사했더니 월평균 생활비 지출총액 311만원 가운데 영유아 양육비용은 91만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2017년엔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자녀 1인당 대학 졸업 때까지 양육비가 3억 9670만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죠.
박진경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은 "현금성 지원을 '가족지출'이라고 하는데 이는 출산율을 회복한 OECD 국가들이 썼던 방식"이라며 "현금성 재원을 수당 방식으로 주는 것에 대해 많은 나라들이 실제로 효과를 봤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실제 저출산 예산은 다른 나라(OECD 평균 2.4%, 한국 1.4%)에 비해 매우 적기 때문에 평균 수준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고액의 현금성 지원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공교롭게도 저출생 극복 골든타임에 들어선 2022년은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소파 방정환은 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선 '어린이에게 10년을 투자해야 한다'며 1922년 제1회 어린이날을 제정했죠.
방정환 정신을 본떠 어린이들이 맘껏 꿈지럭거리고 새싹처럼 우쭐우쭐 커 나가려면 '아이는 돈 들어가는 존재'라는 인식이 걷혀야 할 겁니다. 그 인식을 걷어내는 건 정부와 사회의 역할이고요. 골든타임을 지켜내야 할 차기 정부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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