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대에 올라서는 북한의 차수경, 박수경.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개막 전부터 북한의 출전이 눈길을 끌었다. 북한은 2021년 도쿄 올림픽에 무단으로 불참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는데, 지난해 12월 31일 징계를 마쳐 국제 종합 대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5년 만에 국제 종합 대회에 나선 북한은 18개 종목에 총 185명의 선수를 파견했다. 2일 기준 금메달 7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5개를 획득해 종합 8위를 기록 중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북한 선수들의 냉랭한 태도가 화제를 모았다. 한국 취재진은 물론 선수들과 접촉을 꺼렸고, 특히 한국 선수들과 경기 후에는 단체사진 촬영, 악수 등을 거부하며 거리를 두고 있다.
결승에서 처음으로 성사된 남북 대결에서도 북한 선수들의 행동에 관심이 쏠렸다. 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탁구 여자 복식 결승에서 한국의 신유빈(대한항공)-전지희(미래에셋증권) 조와 북한의 차수경-박수경 조가 격돌했다.
결과는 한국의 신유빈-전지희 조의 승리였다. 아시안게임에서 2002년 부산 대회에서 남자 유승민-이철승 조, 여자 석은미-이은실 조 이후 21년 만의 한국 탁구 복식 금메달이 나온 순간이었다.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의 전지희-신유빈 조와 은메달을 차지한 북한의 차수경-박수경 조의 엇갈린 희비.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경기 후 진행된 시상식에서는 1위인 신유빈-전지희 조와 2위인 북한의 차수경-박수경 조가 나란히 포디움에 올라야 했다. 여기서 수상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대회 관례인데, 북한 선수들의 반응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앞서 지난달 25일 열린 대회 사격 10m 러닝타겟 남자 단체전 시상식에서 북한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과의 사진 촬영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당시 정유진(청주시청), 하광철(부산시청), 곽용빈(충남체육회)이 뭉친 한국이 금메달, 북한 대표팀이 은메달을 각각 목에 걸었다.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대표팀이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올랐고, 태극기가 게양되면서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옆에서 이를 지켜본 북한 선수들의 표정은 침울해 보였고, 한숨을 쉬기까지 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도 한국이 정상에 섰고, 북한은 그 옆을 지켰다. 하지만 사진 촬영을 거부하는 등 우려했던 상황은 다행히 나오지 않았다.
신유빈과 전지희는 북한 선수들에게 단상에 함께 올라 단체 사진을 촬영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표정이 다소 어두웠지만 사격 대표팀과 달리 사진 촬영에 응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신유빈은 "관계자가 같이 사진을 찍으라고 해서 불렀다.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만약 거절했다면 어땠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그러면 그냥 찍어야죠"라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
연합뉴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시상식을 마친 뒤 북한 선수들은 대회 규정상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야 했는데, 이를 거부하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 경기 후 북한 선수들의 소감은 단 한 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말없이 떠난 북한 선수들을 오히려 감싸주는 모습이었다. 관계자는 "조선 팀은 기자회견에 불참했습니다"라고 설명했는데, 여기서 '조선 팀'이라는 표현이 귀에 꽂혔다.
북한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국가 명칭을 '북한(North Korea)'이 아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라 부를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라는 표현에는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회 여자 농구 남북 대결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 한 취재진이 정성심 북한 감독에게 질문을 건네는 과정에서 '북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자 기자회견에 동석한 북한 관계자가 언성을 높이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조직위에서는 이 같은 북한 측의 요청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북한 매체에서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지난달 30일 열린 대회 여자 축구 8강 한국과 북한의 경기 득점 장면을 2일 보도했는데 한국을 '괴뢰'로 표기했다. 냉전 시대에서나 볼 법한 단어를 사용 중인 북한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