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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뮤지션' 김승진 "'스잔'은 잊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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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한 뮤지션' 김승진 "'스잔'은 잊어주세요"

    [인터뷰] 싱글앨범 '1st Single' 발매…"올 연말 소극장 콘서트"

    30년차 가수 김승진(47)이 새 싱글앨범 '퍼스트 싱글'(1st Single)을 들고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솔로앨범으로는 '무사지심'(2005년) 이후 10년 만이고, 미카엘밴드 앨범 '눈의 여왕'(2007년)까지 합치면 8년 만이다. 그는 2002년부터 솔로와 미카엘밴드를 오가며 활동했다.

    미소년은 꽃중년이 됐다. 앳된 목소리는 한층 깊고 성숙해졌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김승진을 '스잔'을 부른 가수로만 기억한다. 80년대 당시 '스잔'이 워낙 크게 히트한데다, 한동안 그가 대중적인 무대에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수 인생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김승진은 30년간 음악을 떠난 적이 없다. 가수로서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다. "음악이 있었기에 인고의 세월을 견뎠죠. 앞으로 라이브 무대를 통해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싶어요." (승진이) 오빠가 웃었다. 지난 1일 방배동 녹음실에서 영원한 뮤지션 김승진을 만났다.

    가수 김승진. 사진=JW엔터테인먼트 제공

     

    - 지난달 24일, 데뷔 30주년 기념 싱글앨범 '퍼스트 싱글'(1st Single)을 발매했는데

    신곡 '나 혼자서'와 예전 히트곡 '스잔', '유리창에 그린 안녕'의 리메이크 버전을 실었어요. 팬 서비스 차원에서 두 노래를 새롭게 편곡했어요. '스잔'은 어쿠어스틱하게, '유리창에 그린 안녕'은 트렌드에 맞게 클럽음악 느낌으로 불렀어요.

    - 최근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 출연으로 화제가 됐는데

    안 그래도 사석에서 후배들이 '형이 복면가왕 나가면 이슈가 될 것 같다'는 얘기를 했어요. 한창 활동했던 80년대와 지금의 제 목소리는 많이 다르니까요. 저도 마음 속으로 '괜찮겠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복면가왕' 작가한테 섭외전화가 왔죠.

    방송에서 솔로곡으로 부른 '기억의 습작'은 애창곡이 아니예요. 오래 전 사석에서 이 곡을 불렀을 때 친구가 '김동률이랑 목소리가 비슷하다'고 했던 기억이 나서 골랐죠. 바이브레이션을 많이 줘서 최대한 김동률 씨와 비슷한 느낌으로 불렀어요.

    가면 벗었을 때,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모습이 재밌었고요. 박수가 터져 나오니까 예전에 방송했을 때 추억도 떠오르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오랫동안 무대에 서지 않았으니까요. 다음곡으로 준비한 '꿈에서 본 거리'(푸른하늘)를 들려드리지 못해 아쉽지만, 방송 출연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 '복면가왕' 출연 후 목소리나 외모에 관한 얘기도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동안이다", "중후하게 늙었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하하. 음악도 인생도 제 생각대로만 해왔는데, 이런 얘기 들으니까 기분 좋더라고요. TV 화면에 제 얼굴이 촉촉하게 나왔잖아요. 사실 피곤해서 그런 거예요. '복면가왕' 녹화 전날, 일본 오사카에서 난생 처음 공개방송 MC를 봤어요. 일정이 촉박해서 MC만 보고 부랴부랴 서울로 돌아왔어요. 완전히 녹초가 됐죠.

    꾸준히 연습하고 파워를 키워서 굵고 록적인 목소리로 바꿨지만, 노래할 때면 앳된 목소리가 섞여 나와요. 저는 보컬 트레이너한테 정식으로 발성을 배워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활동을 오래 쉬니까 불안하잖아요. 그때부터 보컬 트레이닝 동영상을 보면서 혼자 발성에 관해 공부했죠.

    - 85년 고교(대일외고) 2학년 때 가수로 데뷔했다. 어떻게 데뷔하게 됐나

    80넌대 가수 김승진의 모습. 사진=JW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머니 말씀으로는, 제가 어릴 때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했대요. 유치원 원장님 앞에서 남진 선배님의 '님과 함께'를 부르기도 하고, 엿장수 옆에서 빗자루를 기타인양 치면서 춤을 추기도 했대요. 초등학교 때는 어린이 모델로 활약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활동을 접었죠. 제가 노래를 좋아하니까 어머니가 가수를 권유했어요. 아버지는 '오디션 붙으면 가수활동을 허락하겠다'고 했어요. 덜컥 합격했죠.

    - 당시 1집 앨범 수록곡 '스잔'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는데

    '스잔'은 남국인, 정은이 부부가 각각 작곡과 작사를 했어요. '스잔'이라는 이름은, 정은이 작사가가 남편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거예요. 1집 타이틀곡은 '스잔'이 아니라 '핑도는 눈물'이었어요. 한창 '핑도는 눈물'이 음악프로 '젊음의 행진'에 나가고 있는데, 어머니가 '스잔'이 더 낫다고 하셨어요. 그후 라디오에서 '스잔'을 몇 번 틀었는데, 갑자기 방송국에 엽서가 쏟아지고 반응이 좋으니까 '스잔'을 민거죠.

    옛날에는 음악다방이 많았어요. 정식 데뷔 전인 고교 1학년 때, 1집 앨범을 들고 매주 토요일마다 음악다방을 두 군데씩 돌았어요. 그런데 문밖까지 줄을 설 정도로 다방에 손님이 몰린 거예요. 입소문이 나면서 '젊음의 행진' PD가 출연을 요청했죠. '젊음의 행진' 처음 출연했을 때, MC가 제 이름을 호명하니까 팬들이 "와~" 했어요. 그때 환호성을 잊을 수가 없어요. 팬들의 그런 반응이 재밌어서 '스잔' 부르면서 간주 때 웃었다가 '발라드 부르면서 웃는다'고 PD한테 혼나기도 했어요. 하하

    - 10대 때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당시 생활이 어땠는지 궁금한데

    가수 김승진. 사진=JW엔터테인먼트 제공

     

    '자고 일어나니까 스타가 됐다'는 말이 있잖아요. 인기라는 건 갑자기 오더라고요. 당시에는 사랑받으니까 행복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10대 때 인기를 얻는 건 독이에요. 저 같은 경우, 학업과 가수활동을 병행하다 보니 인기를 누릴 틈이 없었어요.

    (가수)스케줄이 밤 늦게 끝나도 새벽 4시에 공부하고, 학교수업도 다 들었어요. 아버지도 새벽 4시면 일어나서 제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주무셨으니까 옴짝달싹 못했죠. 덕분에 외고에서도 성적이 최상위권이었지만 몸과 마음은 힘들었죠. 아버지가 지방 출장가는 날만 기다렸어요.

    아버지는, 공부 잘하는 아들이 외교관이 되길 바랐다. 가수가 되겠다고 하자 기타를 압수하며 결사 반대했다. 그러나 가수활동을 허락한 후에는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유명 작곡가의 곡을 받기 위해 발품을 팔았고, 직접 기획사(스잔기획)를 만들어서 운영했다. '가수활동에 도움이 된다'며 연극영화과(중앙대) 입학을 권유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훈육 탓에 부자 사이에 틈이 있었다. 하지만 김승진은 차츰 깨달았다. 엄격한 교육방식은 어린 나이에 가수활동을 시작한 아들을 위한 투박한 '부정'(父情)이었음을. 김승진은 아버지를 "가장 고마운 분"이라고 했다.

    - 나이 들면서 하이틴 스타 이미지를 벗고 싶다는 생각도 했을 것 같은데

    사람들한테 앳된 목소리 대신 깊고 성숙한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노래에만 집중했어요. 주변에서는 외모 얘기를 많이 했어요. 하이틴 스타 이미지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저는 억지로 꾸미기는 싫었어요. 음악이나 외모를 예쁘게 포장하기 보다는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죠.

    - 어릴 때와 40대가 된 지금 노래 부르는 건 어떤 차이가 있나

    '인생을 노래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음악하면서 느낀 건, 인생에 슬픔이나 아픔이 켜켜이 쌓이면 어느 순간 노래에도 절절한 느낌이 묻어난다는 거예요. 굳이 어떤 삶을 살았다고 말하지 않아도 음악을 통해 지나온 인생이 전달돼요. 외롭게 음악하면서 서글프고 가슴이 찢어지는 순간도 많았지만 이겨내야죠. 아무리 힘들어도.

    - 80년대 최고 하이틴 스타가 보는 요즘 아이돌은 어떤가

    아이돌이 우리 대중가요를 전 세계에 알렸잖아요. 감사하죠. 저희 때는 상상도 못한 일이니까요. 다만 시시각각 변하는 대중의 취향에 맞추느라 인스턴트 음악이 양산되다 보니 오래 기억되는 노래가 적은 건 아쉬워요.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국내 가요계는 아이돌 쏠림현상이 너무 심한 것 같아요. 남녀노소가 시청하는 음악 프로에 아이돌만 출연하는 건 잘못됐다고 봐요.

    - 앞으로 계획이 궁금한데

    올 연말, 전국 순회 소극장 콘서트를 열 거예요. 관객 수는 상관 없어요. 관객과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으면 돼요. 무대를 오래 떠나 있으면서 느낀 건, 가수는 관객의 박수와 환호성을 들어야 힘이 난다는 거예요. 저를 기억해주신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팬까페(영원한 뮤지션 김승진) 회원들과 정기모임도 할 계획이예요. 제 음악을 위해서라면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할 생각이고요. {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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