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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법안]'동의 없는 성관계' 처벌…류호정법이 뭐길래

[쇼미더법안]'동의 없는 성관계' 처벌…류호정법이 뭐길래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12일 성범죄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망라한 형법 제32장을 재정비한 형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비동의 강간죄 신설 △기본 강간죄 구성요건에 위계와 위력 포함 △성범죄 처벌을 강화한 게 핵심입니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한 현행법보다 훨씬 포괄적으로 강간을 규정하면서 처벌의 사각지대를 좁히겠다는 취지죠. ◇25년 만에 업그레이드 될까…'yes means yes, no means no'의 법제화 류 의원은 우선 '강간과 추행의 죄'라는 표현을 1995년 이후 25년 만에 '성적 침해의 죄'로 바꿨습니다. 류 의원실 관계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를 모두 포괄할 수 있어야 하고, 해당 범죄에 강간과 추행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성적 침해의 죄'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의 표제만 바꾸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성적 침해의 죄'로 개정되면 'N번방 사건'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성범죄 등도 특례법이 아닌 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됩니다. 성범죄 유형이 다양화된 데 따른 업그레이드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 다음 강간죄를 규정한 297조를 세가지 항목으로 세분화했는데요. 성범죄 행위의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 △위계 또는 위력, 폭행 또는 협박 △사람의 심실상실 또는 항거 불능의 상태를 이용하는 경우 등 3단계로 구분했습니다. 음주를 핑계로 성범죄 가해자가 감형을 받는 부당한 일을 막기 위해 법망을 더 촘촘히 한 겁니다. 또 이 법이 선제적으로 통과됐더라면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받는 일은 없었을 가능성이 크죠.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지사가 2018년 1심에서 무죄를 받을 수 있었던 까닭은 당시 한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에 따라 사회적으로 높아진 젠더 감수성을 법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심 판결의 요지는 폭행, 협박이나 위력의 행사가 없더라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를 처벌할 법이 없기 때문에 안 전 지사에게 무죄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거든요. 류 의원의 개정안은 강간죄뿐만 아니라 강제추행죄의 경우에도 "상대방의 동의 없이 추행한 사람"이라는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를 삭제하고 위계·위력에 의한 강간 추행죄도 새로 마련했습니다. 유사강간으로 처벌받던 행위들도 강간으로 규정해 처벌 수위를 높인 것도 눈에 띄는 지점입니다. 306조를 신설해 성교의 정의를 두가지로 내렸습니다. 1. 성기, 구강 또는 항문 등 신체의 내부에 성기를 넣는 행위 2. 성기 또는 항문에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 류 의원의 법안이 통과되면 지금까지 유사강간으로 처벌받던 행위들도 강간으로 처벌받게 되는 겁니다. 이밖에도 성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간음'이라는 표현도 '성교'로 대체됐습니다. 류 의원은 "한자 '간(姦)'도 '계집 녀(女)' 자를 세 번 쌓은 글자로 '간악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같은 여성혐오적 표현을 바로잡는 한편 유사성행위 등 간음이 아닌 행위를 포괄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불 보듯 뻔한 반발…법안 통과 가능성은? 관건은 국회 통과 가능성입니다. '비동의 강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논쟁적인 탓에 남성들의 반발이 이미 상당합니다. 무고가 빗발칠 거라는 거죠. 이에 대해 류 의원은 2017년 대검찰청 자료를 인용하며 "'성폭력을 했다고 거짓으로 무고를 당했다'라고 고소한 사건을 분석했을 시, 5건 중 4건은 불기소(84.1%) 처분, 기소율은 7.6%에 불과하다. 불기소된 84.1% 중에서 58.5%는 무고했다는 증거가 충분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합니다. 오히려 "성폭력 가해자에 의한 무고죄 역고소 및 고소 위협이나 수사기관의 무고죄 인지는 증가하여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양산하고 성폭력 피해를 드러내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며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는 2018년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무고죄 등 형사소송절차의 남용을 방지할 것'을 권고했다"고 반박합니다. 한마디로 무고죄로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드물고, 오히려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 성범죄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하는 게 문제라는 겁니다. 입법 과잉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캐나다 등 해외 사례를 들어 반박합니다. 캐나다는 △피해자의 명시적 언동·행위를 통한 비동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 △도중에 동의를 철회하는 경우 △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동의의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 △피해자에게 동의 능력이 없는 경우 △가해자가 신뢰관계, 권력과 권위를 남용한 경우를 비동의로 간주합니다. 이 모든 반박에도 불구하고 '비동의 강간죄'가 포함된 형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긴 쉽지 않습니다. '미투 운동' 이후 20대 국회에서 10여개의 비슷한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단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류 의원이 의원회관 곳곳에 대자보를 붙여 법안을 홍보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다만 '폭행 또는 협박'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로 대체한 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개정안과 병합심사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병합심사가 아예 없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추후 정기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류 의원의 발의안에 김상희 국회부의장, 민주당 정춘숙·권인숙·양이원영·이수진·윤재갑 의원,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 등이 이름을 올린 만큼 민주당의 협력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2018년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대한민국에서 '미투 운동'이 시작된 지 어언 2년여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수천수만의 추가 폭로가 나왔고 여성들은 연대했습니다. 백래시(backlash·사회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행동)가 뒤따랐고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여성들도 여전합니다. 류 의원의 법안이 이들을 구제할 새로운 '프런트래시(frontlash·백래시에 대한 역반응)'가 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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