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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뉴스]'1조원 라임사기' 본질 뭘까? 금융사·기업사냥꾼 합작품

[딥뉴스]'1조원 라임사기' 본질 뭘까? 금융사·기업사냥꾼 합작품

투자 손실만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연이어 주범들의 신병을 확보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루에도 관련 기사가 수백 개씩 쏟아지지만 '사모펀드' 'CB(전환사채)' 등 생소한 금융 전문 용어가 튀어나오는 데다 주요 연루자만 10명이 넘는 까닭에 이 대형 '금융사기'를 한눈에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CBS노컷뉴스 [딥뉴스]에서 일명 '라임 사태' 쟁점을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하나씩 차분하게 짚어본다. ◇ 구속 앞두고 도주·잠적한 '이종필 사단'이 핵심 라임은 2012년 투자자문사로 시작해, 지난해 7월 기준 운용자산 규모가 6조원으로 업계 1위로 급성장한 자산운용사다. 라임의 황금기를 이끈 인물이 1978년생 이종필 전 부사장이다. 사모펀드는 소규모 투자자를 대상으로 돈을 모아 운용하는 펀드다. 다수 투자자 돈을 모아 공개적으로 운용하는 공모펀드의 반대 개념인데, 어디에 얼마를 투자하는지가 모두 비공개고, 금융당국 규제도 적다. 이 전 부사장은 사모펀드 중에서도 수익이 많이 나는 고위험 펀드 전문가였다. 검찰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라임은 한 펀드에서 손실이 나면, 다른 펀드 자금을 가져와 돌려막으면서 '펀드에서는 수익이 나고 있다'고 거짓으로 홍보했다. 그러는 사이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런 '돌려막기' 과정에서 '전주(錢主)'는 필수다. 그 중 한 명이 일명 '김 회장'으로 불리는 김봉현(46) 스타모빌리티 회장이다. 김 회장은 라임 펀드에 자금뿐 아니라 인맥도 조달했다. 동갑내기 고향 친구인 금감원 출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을 이 전 부사장에게 소개했다. 김 회장은 김 전 행정관에게 수백만원 한도의 법인카드를 주고, 김 전 행정관 동생을 스타모빌리티 사외이사 자리에 앉히고 수천만원을 주는 등 특별관리했다. 이 전 부사장과 김 회장은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지만, 모두 검·경의 구속 수사 직전 도피했다. 금감원 출신 김 전 행정관은 보직해임 상태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최근 검찰에 붙잡힌 김모 라임 대체운용본부장은 펀드 운용을 주도한 인물이다. 라임 내부의 주요 투자 건을 결정하고, 금융감독원의 라임 검사가 한창이던 지난 1월 스타모빌리티에 추가로 펀드 자금 195억원을 내주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김 본부장이 현재 잠적한 이 전 부사장의 은신처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 라임 펀드 자금 기업사냥에 동원 라임 펀드 자금은 주로 주식 시장에 상장된 부실기업으로 흘러 들어갔다. 투자된 돈은 설비나 인력이 아니라 다른 회사 지분에 재투자됐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관련 기업들 주가는 널뛰기했고, 기업 관계자는 회삿돈을 빼돌렸다. 자동차 전장 생산업체 '에스모'가 대표적이다. 라임이 2018~2019년 사들인 에스모 전환사채는 모두 225억원. 에스모는 이 자금 대부분을 디에이테크놀로지라는 전지 설비업체 지분을 사는 데 썼다. 전환사채 발행으로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은 주식시장에서 호재로 해석된다. 라임 사태 연루자들은 라임 투자가 이뤄진 후 주가가 오르면, 보유한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이익을 챙겼다.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체인 '리드'나 '스타모빌리티'도 마찬가지다. 리드에는 300억원, 스타모빌리티에는 600억원이 넘는 라임 펀드 자금이 들어갔다. 리드 경영진은 800억원 규모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스타모빌리티는 김 회장을 517억원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김 회장는 경기도의 운수업체 수원여객 자금을 161억원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 회장 측근인 김모 재무이사도 개입돼 있다. 이러는 동안 기업은 '깡통'이 된다. 에스모는 지난해 순손실이 매출액(500억원)과 비슷하다. 지난해 7월 7천원대였던 주가는 현재 500원을 전전하며 동전주가 됐다. 스타모빌리티(3천원대→505원)와 리드(7천원대→753원)도 처지는 비슷하다. 이 과정에서 불특정 다수의 개미(개인투자자)들만 막대한 피해를 봤다. ◇ 투자자 쌈짓돈 모아온 금융회사들도 '공범' 펀드는 자산운용사가 만들지만, 투자자를 찾아 판매하는 곳은 은행이나 증권사다. 라임 사태에 유명 금융사가 깊게 개입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대신증권 반포WM센터에서만 2천억원이 넘는 라임 펀드가 팔렸다. 책임자 장모 센터장과 이 전 부사장은 과거 대신증권에서 함께 일한 선후배 사이다. 장 센터장은 펀드 부실을 알면서도 투자자들에게 이를 숨기면서 환매(펀드에서 돈을 빼는 것)를 막았다. 일부 작전주를 알려주고 고수익이 날 것이라고 장담하며 '장밋빛 전망'을 내세우기도 했다. 다른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 임모 전 PBS본부장은 이미 검찰에 구속 돼 수사를 받고 있다. 임 전 본부장은 투자자들에게 펀드 투자 방식을 속여 수백억원을 빼돌리고, 라임 투자를 받은 회사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임 본부장의 부하 직원인 심모 전 신한금투 PB는 이 전 부사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심씨는 현재 이 전 부사장과 함께 잠적 중이다. ◇ 일각에선 금융당국 책임론도 이들의 '사기행각'이 지나치게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금융당국의 무관심 때문이라는 비판도 있다. 금융시장의 파수꾼으로 불리는 금감원이 제 기능을 다 했다면, 라임의 대담한 사기 행각이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라임의 불법 펀드 운용 실태 검사를 시작했다. 그해 10월 초 라임 중간조사 결과를 마무리하고도, 넉달이 지난 올해 2월에서야 결과를 공개했다. 라임 사태의 '뒷배'에 금감원 출신 청와대 행정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 21 공동대표)는 "금감원도 지난해 6월쯤 라임 펀드의 자금 흐름이 이상하다는 점을 파악했다고 봐야 한다"며 "그런데도 당국에서 자금 동결 등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여전히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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