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계 검열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전에는 논란이 생기면 검열이 잦아들곤 했는데, 현 정부에서는 더욱 당당하게 자행됩니다. 분노한 젊은 연극인들이 반기를 들었습니다. 검열에 저항하는 연극제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를 5개월간 진행하겠답니다. 21명의 젊은 연출가들이 총 20편의 연극을 각각 무대에 올립니다.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작품으로 자기들의 목소리를 내려는 연극인들의 이야기를 CBS노컷뉴스가 시리즈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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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검열이 연극계 판을 분열시키고 있다”
② “비논리적인 그들의 검열 언어, 꼬집어줄 것”(계속)
젊은 연극인들의 검열 비판 연극제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의 개막작은 김재엽 연출(44, 드림플레이테제21)이 맡았다.
그가 연출한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이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우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검열을 자행한 주체들이 뱉은 말과 표현이 얼마나 모순적이었며, 비논리적인지를 꼬집는 내용이라고 한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를 보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은 ‘비판을 허용해야 한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동의한다. 동시에 '정치적 논란이 예상되는 작품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여당 의원의 의견에도 동의한다. 실로 모순적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는 어떠한가. 홈페이지에는 “국민 모두가 문화예술이 주는 창조적 기쁨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지만, 그들은 ‘공연을 못 올리게 하는 방식’으로 특정 국민들을 소외시키고 있다. 그들에게 국민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김 연출은 “정치라는 게 말과 글로 쓰는 언어가 중요하다”며 “그들이 얼마나 모순되고 정당하지 못한가를, 그들이 실제 뱉은 언어를 증거로 집요하게 파헤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재엽 연출과의 1문 1답.
드림플레이테제21 김재엽 연출. (사진=황진환 기자)
▶ 극단 소개를 부탁한다.= ‘드림플레이테제21’이다. 활동한 지는 14년 정도 됐다. 대학로보다 홍대프린지페스티벌에서 활동했다. 원래 이름은 ‘극단 드림플레이’였는데 극단을 빼고 테제21을 붙였다. MB정부 때부터 세상이 거꾸로 가시 시작하면서 테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꼭 연극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세상 돌아가는 얘기나 우리가 알아야 하는 얘기를 극장에서 공유하려 한다.
▶ 공연 제목이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이다. 어떤 내용인가.= 지난해 검열과 관련한 일이 많았는데, 지금까지 해결되지 못하고 공전 상태로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당시 쏟아진 검열 관련 언어들을 다시 재조명해보려 한다. 그 말들이 얼마나 정당한 언어였나 분석한 뒤, 비논리성과 내포된 정치적 함의를 배우들이 코멘터리 할 것이다.
▶ 예를 든다면.= 지난해 국정감사 때 문예위원장이나 문체부 장관이 출석했다. 야당 의원이 ‘비판을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하면 장관은 그 말에 동의한다. 그런데 여당 의원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우려가 있다면 지원 철회가 마땅하다'고 하면, 또 여기에 동의한다. 기본적으로 철학이 없는 거다.
국립극단 연극 선언문을 보면 ‘우리의 연극은 오늘 한국사회가 빚어낸 질문들에 대답하고 되묻는 예술적 실천이다’고 말한다. 국정원 대선개입은 그해 <조선일보>에서도 10대 뉴스로 꼽은 아젠다이다. 그런데 그걸 빗댄 연극 <개구리>를 연출했다고 박근형 연출을 검열했다.
문예위는 국민들을 소외시키지 않으려 한다고 하지만, 소외시키는 행태를 하고 있다. (문예위 홈페이지에는 “국민 모두가 문화예술이 주는 창조적 기쁨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어떠한 입장이나 세계관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 없이 말을 내뱉고 있다는 거다. 정치라는 게 말과 글로 쓰는 언어가 중요한데, (그들이) 얼마나 모순되고 정당하지 못한가를 공식적으로 뱉은 언어를 증거로 집요하게 파헤치는 얘기가 될 것 같다.
드림플레이테제21 김재엽 연출.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 이번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한창 검열 논란이 일 때 나는 한국에 없고 베를린에 있었다. 연극인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하고 SNS로 보거나, 얘기로만 들었다. 그래서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점도 있는 것 같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해결된 게 없고 모든 걸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친 연극인들도 많다. 서로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고, 저항의 방식 등을 놓고 내부적 갈등도 있었다. 내가 서로 부대끼는 걸 못 겪어서 함부로 말하긴 어려운데, 연극하는 사람끼리 분열(?), 오해(?)도 있었다. 나는 그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 볼 수 있는 모티브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또 연극계에는 존경스럽다기보다 부끄러운 선배들이 많다. 학문이나 작품으로 진취적이고, 진보적인 얘기를 많이 하더라도, 이런 문제가 있을 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어른이 없다. 작품 속에서만 세상을 뒤집지, 공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내가 중간 세대인데, 30대 후배들이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돼야 하지 않겠나.
▶ 공연을 통해 관객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예술가가 정치적인 얘기를 하는 걸 잘못됐다고 하는데, 예술이 가장 정치적인 행위라는 게 받아들여지고 납득이 됐으면 한다. 민주주의는 대의제이다. 정치인은 우리를 대신해 정치하는 거다. 정치인들이 정치를 독점한다는 생각들을 예술가들이 깨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가가 정치적 얘기를 하는 게 상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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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는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검열 발언’을 위해 프로젝트의 공용 예산 4300만 원을 풀뿌리 후원으로 모으고 있다. 후원은 첫 공연 시작 후인 16일까지 이어진다. 후원자에게는 6월 17일부터 관람 가능한 공연티켓 등을 증정한다.
- 텀블벅으로 후원하기 : www.tumblbug.com/projectforright - 계좌로 직접 후원 : 우리은행 1005-702-539358 김수희(극단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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