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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과 文대통령 차이는 '개혁집단화'"



문화 일반

    "세종대왕과 文대통령 차이는 '개혁집단화'"

    새 시각으로 '조선사' 살핀 역사가 심용환
    "가치지향 리더십 받든 세종 곁 개혁가들"
    "대한민국은 어떠한 인재를 갖고 있는가?"
    "신화 걷어낸 역사…지금 사회 문화 토양"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배우 한석규가 연기한 세종대왕(왼쪽)과 지난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 당시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문재인 대통령(사진=SBS·연합뉴스 제공)

     

    조선사는 근현대사보다 대중적인 영역으로 여겨진다. TV나 영화 사극도 대부분 조선시대가 배경이다. 방대한 왕조실록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기록의 나라' 조선이 100년을 훌쩍 뛰어넘은 시간의 대한민국에 남겨둔 짙은 흔적이다.

    역사가 심용환이 지금 대한민국을 다진 문화적 토양으로서 조선사를 면밀히 살피려는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신화를 거둬내는 작업을 하고 나면 이 문화적 토양을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조선 후기 역사는 학자들마저도 왜곡·남용하는 분위기예요. 당대 세계사는 이미 상공업과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신문명시대로 넘어왔는데, 조선은 여전히 농업 생산력에 의존하는 전제군주 통치를 하고 있던 것이 현실인데도 말이죠."

    그는 "당시 조선 국왕이나 지배층인 사대부가 그러한 한계를 지니고 있었음에도 우리는 영조나 정조를 내세우며 지배계급이 근대화를 열어갔던 것처럼 포장하는 데 익숙하다"고 지적했다.

    "그러한 거짓된 포장을 걷어 내더라도 조선시대 인물들은 여전히 커다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정도전은 경제개혁에서 큰 의미를 지녔어요. 세종 역시 지도자로서 세계사 흐름을 잘 흡수해 창의적인 결과물들을 얻어냈죠."

    심용환이 역사교양서 '단박에 한국사'(위즈덤하우스) 3부작을 근대사, 현대사에 이어 조선사 순으로 매듭지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최근 펴낸 '단박에 조선사'까지 3부작을 1500페이지로 마무리했죠. 지금 대한민국은 근현대사 100여년을 관통하면서 만들어졌지만, 조선이라는 문화적 토양 위에서 커 왔다고 봅니다. 조선이 지금 한국의 문화적인 정체성을 제공했다는 이야기죠."

    '단박에 조선사'는 원나라에서 명나라로 교체되는 혼란기 고려 말 공민왕 개혁과 정도전·이성계 혁명에서 시작, 세종 시대를 거쳐 세도정치로 막을 내리기까지 조선을 다룬다.

    심용환은 퇴계 이황, 율곡 이이 등 당대 중요한 인물들이 지녔던 개혁가 면모를 부각시키는 데 특별한 공을 들인다.

    "이황은 인문학 운동가의 면모를 지녔다고 봐요. 사림파가 붕괴된 현실에서 자기 인생을 걸고 수많은 후학을 양성했으니까요. 우리가 향약 보급 위주로 기억하는 조광조 역시 경제개혁을 추진하다가 중종에게 쫓겨납니다. 율곡 이이 역시 쉬운 언어로 사회 혁신을 이야기했죠."

    결국 "왕조실록이 드리운 장막과 유학자들이 쓰는 어려운 단어를 뜯어내면 오늘날 우리가 꿈꾸는 개혁적인 시대정신을 품은 수많은 인간 모델을 조선사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개혁 위한 토양…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역사가 심용환(왼쪽)과 그가 최근 펴낸 책 '단박에 조선사' 표지(사진=노컷뉴스 자료사진·위즈덤하우스 제공)

     

    심용환은 "지금 우리는 촛불혁명으로 문재인정부를 세우고 개혁을 바라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 천지다. 그렇다고 그것이 모두 문재인 대통령 탓이라고 말할 수는 없잖나"라며 말을 이었다.

    "기득권은 여전히 공고합니다. 왕이 모든 것을 다한 시대라는 식으로 조선을 바라보는 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상상력을 주지 못하고 있어요. 조선왕조가 지닌 가장 큰 의미는 '개혁의 역사'를 이끌어가려 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는 "역사 속 어떤 개혁은 성공하고 어떤 개혁은 실패했는데, 그것을 돌아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에 머물게 된다"며 말을 이었다.

    "대통령 한 명 뽑아놓고는 '잘해보라'는 마음으로 멀리 떨어져서 마냥 응원만 하거나 욕하는 식으로 살 수는 없잖아요. 이 점에서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인물이 퇴계 이황입니다. 그는 50세 이후 관직을 떠나 고향에서 죽을 때까지 20년간 인재를 양성했는데, 그 제자들이 조선 중후기를 책임졌어요."

    심용환은 "이황을 접하면서 '개혁을 위한 토양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며 "조선 전기 신진사대부들이 이러한 개혁적 토양을 공유하고 축적하면서 세종 때까지 내려오는 흐름도 이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세종이 한글을 만들 때 나이가 28세입니다. 한글창제는 세종이 또래 엘리트 관료들을 규합해 비밀리에 추진한 프로젝트예요. 당대 국경선을 분명히 했던 북방 개척은 세종의 명령을 받은 김종서 등이 했습니다. 천문학 등 세종이 중요하게 여긴 과학기술 역시 이순지·장영실 등이 구현했죠."

    그는 "세종의 리더십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며 "오히려 가치 지향적인 리더십을 추구하는 세종과 그것을 받들어 실현해낸 신하들이 집단적인 노력으로 뛰어난 개혁 성과를 냈다는 데 주목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를 지금 대한민국에 적용한다면 '대통령 만능주의를 경계하자'는 의미가 됩니다. 현재 문재인정부 개혁 정책에서 제가 느끼는 실망감은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개혁 집단에게 향해 있습니다. '어떠한 대통령을 뽑을 것인가' 만큼 '우리는 지금 어떠한 인재들을 지니고 있는가'라는 물음 역시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가 어떠한 전문가와 개혁적 관료를 필요로 하고, 갖고 있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에요."

    심용환은 "역사를 바라보는 데 있어서 우리는 여전히 순간의 승리에 고취되는 경향이 강해 보인다"며 "이는 이순신을 부각시켜 임진왜란을 승리한 전쟁이라고 가르치는 현실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조선인 포로 수만 명이 일본으로 끌려가고 그곳에서 또다시 이탈리아 등 유럽 등지로까지 팔려 간 조선인들이 있습니다. 이를 외면한 채 임진왜란을 이야기할 때 어떻게 이순신의 승리만을 강조할 수 있을까요? 역사를 대하는 시선이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그는 "우리는 100년 된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 더 나은 사회·경제적인 민주화를 이뤄나가는 노정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전제로 조선사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수준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전통문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를 위한 조선사가 돼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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