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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로스코'만 다섯 번째 배우 강신일, 그에게 연극 '레드'란



공연/전시

    '마크 로스코'만 다섯 번째 배우 강신일, 그에게 연극 '레드'란

    연극 '레드' 마크 로스코 역 배우 강신일.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이번 시즌엔 절대 안 하려고 굳게 맹세했는데, '레드'라는 작품이 저를 끌어들이는 것 같아요." (강신일)

    2011년 국내 초연부터 이번 다섯 번째 시즌까지 연극 '레드'에 빠짐없이 참여한 배우 강신일. 그에게 작품과 주인공 마크 로스코(Mark Rothko)는 의미가 남다르다.

    "제가 쉰이 넘어서면서부터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젊음은 이제 지나가버린 꿈이구나. 나는 서서히 밀려나는 그런 나이가 됐구나. 그 언저리에서 몇 년 지나 연극 '레드'를 만났어요. 사실 마크 로스코라는 인물도 몰랐어요."

    연극 '레드' 마크 로스코 역 배우 강신일.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연극 '레드'는 추상표현주의 시대의 절정을 보여준 화가 마크 로스코가 1958년 겪었던 실화 '시그램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시그램 빌딩에 자리한 포시즌즈 레스토랑에 걸릴 40여 점의 연작을 완성했다가 갑자기 계약을 파기한 사건이다.

    미국 극작가 존 로건은 이 사건을 보며 '마크 로스코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라고 궁금해 했고, 이를 '명예'와 '예술적 순수성' 사이의 고민이라고 보았다.

    연극은 이 마크 로스코의 고민을 가상인물인 조수 켄의 대화를 통해 풀어낸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아버지와 아들, 이전 세대와 앞으로 올 세대의 충돌로 발전시킨다.

    피카소의 '입체파'를 몰아낸 마크 로스코의 '추상표현주의'가 앤디 워홀의 '팝아트'에 위기를 맞은 것처럼, 세상의 모든 것은 무언가를 몰아내고 새로 세우지만, 다시 다른 누군가에 의해 무너지는 게 섭리이다.

    연극 '레드' 마크 로스코 역 배우 강신일(앞)과 켄 역의 배우 김도빈.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도한 자의식에 사로잡혀 새로움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는 마크 로스코의 모습이, 소위 밀려나는 세대에 속한 강신일에게는 끌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 하더라도, 한 시대에서 한 획을 그었다 해도 새로운 세대가 다른 것을 들고 나타나면 어쩔 수 없어요. 그런데도 마크 로스코가 밀려나지 않으려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밀려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했죠.(웃음)"

    하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생각은 바뀌었다.

    "'밀려나지 않겠다'는 건 오만한 생각이었어요. 시즌이 지나면서 달라졌죠. 나는 밀려나는 세대에 속했지만, 새롭게 나타나는 세대의 가치관이나 열정을 막는 게 아니라, 공유하고 같이 따라가려고요. 이 연극을 통해 스스로를 다스리고 반성하고 공부하고 있어요."

    연극 '레드' 마크 로스코 역 배우 강신일.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연극에서 마크 로스코가 끝내 켄을 인정하듯, 강신일도 고집해야 할 것과 포기해야 할 것, 그리고 받아들여야 할 것을 배운 것이다.

    "극 중 대사 '아들은 아버지를 몰아내야 해. 존경하지만 살해하는 거야'라고, 결국은 로스코가 켄을 인정하잖아요. 이것은 구시대로서 새로운 시대를 인정한다는 말이죠. 모든 것은 창조되고 소멸하는 순환의 과정이니까요."

    다섯 번째 시즌을 반복하는데도, 그는 매시즌이 새롭다.

    "초연 때는 마크 로스코가 가진 예술세계, 철학과 사상 등의 깊이를 이해하려고 했다면 시즌이 거듭되면서는 초연 때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어요. 저도 이제는 마크 로스코처럼 소멸해가는 세대에 속하다 보니 이번 시즌에는 마크 로스코에 대한 연민이 더 깊이 배어 있는 것 같네요."

    연극 '레드' 마크 로스코 역 배우 강신일.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그럼에도 그는 마크 로스코만이 연극에서 강조되지 않기를 바랐다.

    "이 작품은 신구 세대의 조화를 얘기합니다. 그래서 이번 시즌은 연극이 하나의 오케스트라 연주 같으면 좋겠습니다. 두 배우가 주고받는 대사가 2중주처럼 들리면 좋겠고, 배우들의 몸짓이 무용으로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공연을 보고나면 '레드'라는 색이 강하게 남는다. 레드의 의미는 세대마다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강신일은 자신에게 레드란 '연기'라고 말했다.

    "마크 로스코가 레드에 천착하고 그 안에서 이미지 창출하려던 모습이 저에게는 내 안에 숨겨진 본성, 잠재의식 찾아가는 연기와 닮아 있습니다."

    2월 10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강신일, 정보석, 김도빈, 박정복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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