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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가성비 흥행이 韓 영화에 보내는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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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한직업' 가성비 흥행이 韓 영화에 보내는 '시그널'

    정권 따라 바뀌는 관객들 선호도…'내부자들' 이후 가볍게 변화
    블록버스터+스타 캐스팅 무의미…제작비 적어도 '내실' 있다면 흥행

    또 하나의 반전 흥행 영화가 올해 설 연휴에 탄생했다. 영화 '극한직업' 이야기다.

    순제작비 65억에 불과한 이 영화는 개봉 15일 째인 6일 천만을 돌파해 900억 이상 누적매출액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한국 영화 흥행 기류를 뒤바꿨다. 5일에 걸친 설 연휴에만 525만 관객을 동원했고, 실제로 하루가 지나면 100만 명 씩 관객수가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극한직업'은 B급 코미디로 이름을 날린 이병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사고뭉치 마약반 형사 5인이 함정수사를 위해 치킨집을 개업하면서 벌어지는 코믹 수사극이다.

    액션이 주가 되지 않고 '말맛'이 중요한 코미디 영화는 높은 제작비가 요구되지 않는다. 사회적인 이슈보다는 오락적 요소가 강하고 100억이 넘어가는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처럼 스타들로 꽉 찬 멀티 캐스팅도 없다. '극한직업'은 그런 코미디 영화의 특성을 충실히 따른 영화다. 그럼에도 제작비 대비 9배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지난해 추석부터 겨울까지 몇 차례 성수기 시장이 증명했듯이 이제 관객들은 무조건 스타가 출연하는 블록버스터급이라고 해서, 혹은 천만 한국 영화들이 세운 흥행 공식을 답습했다고 해서 영화를 선택하지 않는다.

    지난해 개봉한 순제작비 100억 이상 블록버스터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어 대성공을 거둔 것은 '신과 함께' 시리즈가 유일하다. 특히 정권이 바뀐 이후로 정치·사회 고발 영화보다는 가볍게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오락 영화들이 선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내부자들'이 2015년 말 정점을 찍은 후 2016년부터 한국 영화 관객들의 흐름은 무겁고 의식적인 영화보다 가볍고 재미있는 영화 쪽을 선호해왔다"면서 "이 같은 관객 변화는 정치적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과거 스스로 의식 운동에 가깝게 영화를 소비했던 관객들이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지니 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제작비는 적어도 참신한 소재를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풀어 낸 다양한 장르 영화들이 흥행을 주도했다. '곤지암' '완벽한 타인' 등 적은 제작비로 최대 수익을 올린 영화들이 그 예다. 외화로는 '보헤미안 랩소디'가 '팬덤' 현상을 일으키면서 마블 블록버스터 아니면 별다른 흥행 성적을 내기 어려웠던 시장 판도를 변화시켰다.

    갈수록 제작비가 상승하면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지만 이제는 블록버스터급 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흥행을 담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럴수록 천편일률적인 한국 영화에 지친 관객들을 사로잡을 다양한 소재 개발이 필요하다. '가성비' 흥행이 보내는 '시그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전 평론가는 "'극한직업'이 왜 천만을 넘었느냐를 작품성 측면에서 논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총 18편 천만 영화 중에서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처음이고 이 영화의 천만 돌파는 그런 의미를 가진다"면서 "이제 투자·제작자들도 엇비슷한 연성 영화나 과거 천만을 만들었던 공식대로 따라가지 말고 바뀌어야 한다. 중급 규모 영화가 없었던 한국 영화 시장에는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관객들은 이미 꾸준히 변해왔고 그 결과가 나타난 셈이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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