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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기생충'이 보인 노동환경 변화, 방송사도 동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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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준호 '기생충'이 보인 노동환경 변화, 방송사도 동참하라"

    봉준호 감독, '기생충' 제작 스태프 임금·노동시간 등 보장
    방송계 열악한 현실과 대비되며 화제
    방송사에 '노동인권' 향상 촉구 목소리 이어져

    (사진=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제공)

     

    제작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최저임금을 준수하며,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주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이야기다. 어찌 보면 당연한 '노동인권'이 지켜진 현장이 이토록 화제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할 수 없는 현장이 많기 때문이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가 방송사에 노동환경 개선을 끊임없이 촉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빛센터는 30일 논평을 내고 "봉준호 '기생충'이 보여준 개선된 영화 노동 환경, 방송사들도 노동 환경 변화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한빛센터는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노동 환경에서 '기생충'이 촬영을 마친 것에 많은 언론은 봉준호 감독의 훌륭하고 사려 깊은 마음을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물론 봉준호 감독이 이전부터 작품이나 인터뷰를 통해서 보여준 한국 사회에 대한 깊은 인식이 '기생충'의 촬영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라며 "그러나 그 이상으로 살펴야 할 요인은 인간적인 노동 조건을 쟁취하기 위해 오랜 시간 투쟁을 이어나갔던 영화 노동자들의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민주노총서울본부・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지난 2월 2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왜그래 풍상씨’ 등 5개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한 고용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최영주 기자)

     

    ◇ '기생충'이 보여준 노동환경 있기까지 영화 노동자 노력 커

    '2018년 영화스태프 근로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영화진흥위원회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이 공동으로 개발해 지난 2011년부터 사용을 권고한 '표준근로계약서'로 계약한 경험이 있는 스태프 비율은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2012년 22.7%, 2014년 35.3%에 2016년 53.1%, 2017년 53.3%에 이어 2018년에는 74.8%로 대폭 증가했다. 2011년 이후 7년이 경과하면서 영화제작현장에서 표준근로계약서에 대한 인식과 계약체결 관행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관행이 확산된 데에는 지난 2001년부터 직군별 협의회를 결성하며 행동을 시작한 영화 노동자들이 있다. 영화 노동자들은 지난 2005년 전국영화산업노조를 결성한 뒤 노조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싸움을 펼치며 2007년에는 영화계 최초로 한국영화제작가협회를 상대로 노사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등 영화 노동자의 노동인권 향상을 위해 싸워 왔다.

    계속된 노력은 지난 2015년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이어졌다. 영화사가 노동자와 근로계약 체결 시 임금과 근로시간을 비롯한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약속한 임금을 제대로 지급할 의무와 이를 지키지 않을 시에는 각종 지원 사업에서 배제하는 처벌 조항을 추가된 것이다.

    한빛센터는 "영화산업노조를 비롯한 영화 노동자들의 오랜 노력을 통해 열악하고 처참했던 한국 영화의 제작 노동 환경은 개선되고, 그전에는 거의 보장받지 못했던 영화 노동자들의 권리도 차츰 지켜지게 되었다"라며 "그러나 일찌감치 노조를 결성하여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울 수 있었던 영화와 달리 대다수의 문화·창작 영역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서 제대로 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해외촬영 연속 151시간, 턴키계약 관행 여전'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아스달연대기 고발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주 52시간 넘는 제작환경 많아…과노동에 안전사고도 빈번

    여기에는 방송-미디어 노동자도 포함돼 있다. 방송 스태프는 지난 2017년에서야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등 여전히 노동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역량 강화 및 제작인력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동환경 전반을 시범 분석한 '2018 방송제작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방송 스태프의 노동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비정규직(계약직·시간제·프리랜서) 형태로 제작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는데, 특히 드라마 연출 스태프는 100% 비정규직으로 조사됐다. 또한 전체 직종 가운데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이 가장 긴 상위 3개 직종은 드라마 연출(89.0시간), 드라마 기술 스태프(87.8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도 드라마 기술 스태프(17.9시간)와 드라마 연출직(16.0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근로복지공단이 제시한 만성과로 업무시간 인정기준을 보면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 초과 시 업무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무리한 스케줄 속에 과노동이 이어지고 제대로 된 안전장치조차 부족한 현장에서 과로와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빛센터는 "이런 와중에 방송사들은 '기생충'이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는 소식을 그저 자랑스럽게 보도만 할 뿐, 자신들이 만드는 드라마를 비롯한 프로그램의 노동 현실은 들여다보고 있지 않다"라며 "자신들 역시 노동 환경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음에도, 마치 남 일인 마냥 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28일 열린 tvN '아스달 연대기' 제작발표회에는 노동환경 관련된 질문을 하자 "제작환경에 대해서는 앞서 배포된 공식입장을 참고해 주길 바란다. 작품에 관한 질문만 부탁드린다"라며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아스달 연대기'는 방송 전부터 제작 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이뤄진 작품이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두영, 이하 방송스태프지부)는 지난 4월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아스달 연대기'가 '68시간 제작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고 열악한 노동 환경을 제보한 스태프를 색출하기 위해 나섰다고 설명했다.

    방송스태프지부에 따르면 '아스달 연대기'는 국내 최장 주 101시간 촬영, 브루나이 해외 로케 시에는 연속 151시간을 촬영하며 안전사고까지 발생했다. 이에 방송스태프지부는 지난 10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스튜디오드래곤을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한빛센터는 "이제 방송사들도 '기생충'을 그저 부러워하지 말고, 스스로 앞장서서 방송 노동 환경 개선에 동참하시기 바란다"라며 "이미 방송 노동자들은 영화 노동자들이 만든 '영화산업노조'처럼 방송스태프지부, 방송작가유니온(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등 노조를 결성해 더 나은 방송 노동 환경을 만들기 위해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와 투쟁하며 앞장서고 있다"라며 "방송사들 역시 방송 노동자의 요구에 적극 화답하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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