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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까지 먹인다" 코로나블루가 삼킨 장애인 가족



경인

    "수면제까지 먹인다" 코로나블루가 삼킨 장애인 가족

    [연속기획]코로나에 잠긴 장애인들
    집에 갇힌 중증장애인, 괴성·폭력 '이상행동'
    엄마는 돌봄 독박, 퇴근 없는 일상 '새벽 고통'
    코로나19로 87% 발달장애인 가족 생활 변질
    개방형 활동지원·맞춤형 재난 돌봄 확대 촉구

    코로나19로 비대면, 비접촉 사회가 되면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은 더 폐쇄되고 고립된 삶을 살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고통 속에서 '코로나 시대'를 견뎌내고 있는 장애인들의 삶을 살피고, 해결책은 없는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수면제까지 먹인다" 코로나블루가 삼킨 장애인 가족(계속)


    "웃음이 많던 아이였어요. 선생님, 친구들 만나는 것만으로 마냥 좋아했죠.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간신히 부여잡고 있던 일상의 행복이 모두 무너져버렸어요."

    ◇코로나19에 고립된 삶‥'무너진 일상의 행복'

    중증 지체장애를 가진 김준영(가명·17)군은 올해 특수학교에 입학해 어엿한 고등학생이 됐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악기와 운동기구를 만지며 함박 웃던 김군. 말과 거동을 할 수 없는 갑갑한 일상에 유일한 해방 통로였던 등굣길은 방역을 위한 등교제한에 가로막혔다.

    호흡 기능이 떨어져 목에 튜브를 삽입한 뒤로는 마스크가 무용지물이 돼 외출조차 엄두를 낼 수 없다. 등교일수가 절반 이상 줄다보니 대부분 시간은 집에 갇혀 지낸다.

    중증 지적·지체장애인 김준영(가명)군은 호흡기 이상으로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기 힘든 실정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하기도 어려워져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답답한 일상을 견뎌내고 있다.(사진=김군 어머니 제공)

     


    김군의 어머니 함연희(가명·49)씨는 "학교에 가면 사람들 알아보며 즐거워하고 사회성도 기르고 했었는데 지금은 아이가 웃음을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립감과 고통은 가족들에게까지 전이됐다.

    함씨는 "활동지원사가 도와주긴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있는 시간이 줄어 온종일 애한테 매달려 있다"며 "내 자신이 위축되고 자존감도 떨어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중학생까지만 지급되는 정부의 돌봄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함씨를 더 서럽게 만든다.

    그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특수한 상황인 만큼 연령, 학년에 상관없이 돌봄을 위한 별도의 지원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수업을 들으며 환하게 웃던 김군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로 좀처럼 웃을 일이 없다.(사진=김군 어머니 제공)

     


    ◇"감옥이 된 집", 폭력적 이상 행동까지

    지적장애인 박민성(가명·14)군은 방역 강화로 등교일이 줄면서 중학생이 되고 1년이 다 돼가지만 교실도, 담임교사 얼굴도 알지 못한다.

    집에 갇혀있는 날이 늘면서 스트레스성 이상행동까지 보이기 시작해, 밤낮 없이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집어던지기 일쑤다.

    어머니인 채민서(가명·41)씨는 "2층 빌라에 사는데 애가 하도 심하게 뛰니까 미안해서 눈치가 보인다"며 "올 여름엔 더워도 창문 한 번 열지 못했다"고 돌이켰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채씨는 아들의 짜증과 폭력적 행동을 받아내느라 퇴근을 하고도 퇴근을 하지 못 한다. 아들이 새벽에 수시로 깨는 바람에 겨우 선잠으로 다음 날을 맞는다.

    채씨는 "오죽하면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부모들이 수면제를 다 먹일까 싶다"며 "집이 감옥 아닌 감옥이 됐다. 우울증과 심리적 고통이 다른 가족들에게도 전염이 될까 두렵다"고 푸념했다.

    다른 장애인들을 돕는 사회복지사 일을 하는 그에게도 코로나19에 갇힌 아들을 돌보는 일은 고립과 고통을 넘어 공포가 돼버린 셈이다.

    ◇개방형 돌봄지원, 장애 특성별 재난지원 필요

    코로나19 여파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에게 더 가혹할 수밖에 없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으로 생활패턴이 부정적으로 변질됐다고 느낀 발달장애인 가정은 87%에 이른다. 특히 외부활동과 에너지 발산, 수면 등이 크게 줄었다. 부모의 스트레스 지수가 장애인인 자녀보다 높게 나온 건 돌봄 부담의 심각성을 시사한다.

    최근엔 제주와 광주 등지에서 발달장애인 가족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면서 코로나19에 고통 받는 장애인과 가족들의 실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최용걸 정책국장은 "감염병의 지역사회 확산으로 복지관, 학교 휴관이 반복돼 장애인들의 긴급돌봄을 한다지만 폐쇄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국장은 "폐쇄된 시설이 아닌 공원 같은 개방된 공간에서 돌봄을 지원해야 된다"며 "도전적 행동을 보이는 장애인의 경우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활동지원사를 적극적으로 파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애인의 특수한 상황에 맞는 경제적 지원과 돌봄 체계를 갖추기 위해선 발달 장애인 생활 실태조사부터 선행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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