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인사를 나눈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5~27일 한국을 방문하는데 이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도 방한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의 지속적 확산 속에서도 미국 대선 이후 동북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외교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왕이 부장은 이날 일본을 출발해 한국에 입국한 뒤 26일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을 갖고 서울 시내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외교부는 "양 장관은 코로나19 대응협력 및 양국 간 고위급 교류 등 양자관계, 한반도 정세, 지역 및 국제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왕이 부장은 이날 오후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관계자들과도 만날 것으로 예상되며 27일까지 국내 여러 인사들과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왕이 부장의 방한은 지난해 12월 이후 거의 1년 만이며, 상급자인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지난 8월 방한에 뒤이은 것이다.
지난해 문 대통령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접견.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이들의 방한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를 사전 조율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주목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조치인 '한한령'(限韓令) 같은 양국 갈등이 완전 정상화됨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최근 중국대사관 주최 세미나에서 기자들에게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시 주석의 첫 외국 방문지가 한국이 될 것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했다.
시 주석 방한 시기는 당초 3~4월이 거론됐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연돼왔다.
한중관계는 이후 코로나19에 따른 중국내 한국인 강제격리 등의 돌발변수로 다소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방역협조 등을 통해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전화위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악수하는 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고위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한국이 (미국 주도의) 반중전선에 참여하지만 않아도 고마워하는 입장"이라며 "시 주석이 방한하게 되면 우리를 압박하기 보다는 한한령 해제 등을 선물로 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 방한은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동북아 정세 안정에 기여할 전망이다.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시 주석 방문을 성사시키려던 이른바 '벚꽃 방일'(벚꽃 필 무렵 방문)이 무산된 이후 중국의 한국과 일본에 대한 태도는 미묘한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스가 일본 정부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조건으로 강제징용 문제 선(先)해결을 내거는 등 완력으로 압박하고 '패싱'(배제)하겠다는 심산이지만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일본이 지난해 8월 중국과 외교차관급 전략대화를 7년 만에 재개할 때만 해도 중일관계는 훈풍이 부는 듯 했다. 하지만 아베 일본 정부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에 적극 가담하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지난 8월 양제츠 정치국원이 일본을 빼고 한국과 싱가포르를 방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중국의 한국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은 미국의 견제로 이어지며 동북아에서의 미중 패권경쟁이 가열됨을 뜻하기도 한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왼쪽)가 지난 7월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와 관련,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내달 초 방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임기 만료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 인사이지만 정권 교체기에도 동북아에서 미국의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는 코로나19로 위축됐던 대면 외교가 다시 활발해지는 것은 반기면서도 미중 갈등에 따른 한국의 양자택일이라는 프레임은 경계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중 외교장관 간에는 상호 빈번한 소통과 방문을 하기로 이미 포괄적인 공감대가 이루어져 왔다"면서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