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유기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제주 경찰관이 2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의도적 방임으로 봤다.
23일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방선옥 부장판사)는 직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주경찰청 소속 A 경위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죄가 가벼운 범죄인에 대해 형의 선고를 일정 기간 미루는 판결을 뜻한다. 선고유예 기간 동안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등 특별한 사고 없이 지나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된다.
A 경위는 2020년 8월 13일 경남 김해의 한 모텔에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B씨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C씨를 B씨로 착각해 긴급체포했다가 오인 체포 사실을 알고는 1시간 뒤 풀어줬다.
직후 B씨를 붙잡았으며, C씨가 있던 방에서 마약류가 발견돼 C씨를 지역 경찰에 넘겼다.
검찰은 오인 체포 과정에서 A 경위가 긴급체포서 작성, 석방 보고 등의 관련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했다. 오인 체포된 사실이 기록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은 전원 외부인이 참여한 시민위원회 의결을 거쳐 A 경위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피고인이 경찰 내부적으로 오인 체포한 사실을 보고한 점을 보더라도 인사상 불이익을 생각해 관련 사실을 숨겼다고 볼 수 없다. 경찰 의식을 저버렸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봤다.
하지만 2심은 "2007년 경찰관이 된 피고인은 누구보다도 관련 절차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시 인력이 부족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다른 경찰관들은 관련 절차를 모두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긴급체포할 때는 인권과 권리구제를 위해 절차 준수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즉 피고인은 체포 기록 작성 의무를 의도적으로 방임하거나 포기한 것"이라며 2심은 유죄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