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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폭발" 숏폼 중독, 우리 뇌와 민주주의가 위험하다?



책/학술

    "도파민 폭발" 숏폼 중독, 우리 뇌와 민주주의가 위험하다?

    도파민 중독에 집중력까지 도둑맞은 시대
    저울 맞은편 추처럼 작동하는 쾌락과 고통
    SNS 설계하는 테크기업, 사용자 중독 유도
    고통 견디고 '지연된 만족' 얻는 능력 퇴화
    숙의 과정 사라지면 민주주의 체제도 위협
    중독·집중력 상실, 경제적 빈곤층 더 심해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윤지나 기자, 신혜림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오늘은 윤지나 기자가 준비를 해왔습니다.

    ◆ 윤지나> 오늘의 주제는 "우리는 어쩌다가 도파민의 노예가 됐나"입니다.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으로 1시간 넘게 보다가 심지어 졸아서 얼굴에 떨어뜨리고, 나는 왜 이렇게 바보 같지 자책하며 지내시는 분들 많을 것 같아서 준비를 했거든요.

    ◇ 채선아> 심지어 저는 숏폼 보다가 약속도 늦은 적 있고 정류장도 놓치고 쉬는 날에 조금만 보고 일어나야지 하다가 절반이 가버리고 맞아요. 이랬을 때 자괴감…

    ◆ 신혜림> 나만 그런 건 아니었군요. 숏폼 도래하면서 그 증상이 좀 심각해졌어. 끊을 수가 없어요.

    ◆ 윤지나> 지금 자책하는 여러분들을 위해, 내가 꼭 의지가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왜 이렇게 됐지, 그럼 어떻게 해야 되나,라는 주제로 진행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준비한 게 <도파미네이션>, <도둑맞은 집중력> 이렇게 책 두 권이에요. 두 책이 조금 다른 얘기긴 한데, 이걸 제가 여기서 액기스를 뽑아서 이 사태를 좀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지금 말씀하신 숏폼은 디지털 마약이라고 불린 지 꽤 됐어요. 기술 철학자 돈 아이디라는 양반이 기술은 우리 신체 기능의 연장이다, 예를 들면 망원경 같은 거는 눈의 기능의 연장이고 자동차 같은 거는 발의 연장이다, 이렇게 하는데 휴대폰은 어때요? 모든 기능의 연장이에요. 눈, 귀, 초감각인 거예요. 나의 신체에서 굉장히 월등한 능력치를 연장한 거고 거기다가 재미있기까지 하니 우리가 중독이 안 되기 좀 어렵고 신체 일부처럼 지내고 있어요. 여기서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할 때 도파민 얘기가 나오는 거거든요.


    ◆ 신혜림> 도파민 터진다, 이런 표현 되게 많이 쓰거든요. 도파민이라고 하면 신경 전달 물질이잖아요. 보통 즐겁게 경험을 한다지 뭔가 목표를 달성했다지 아니면 정보를 새롭게 취득을 했다지 할 때 뇌의 중추 신경계에서 분비되는 빵빵 터지는 신경전달물질인 건데, 이게 언젠가부터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게 된 용어가 됐죠.

    ◇ 채선아> 엄청 많이 써요. 도파민이 필요하다, 나 지금 도파민이 없는 것 같아, 여기는 도파민이 부족하다, 이런 식으로.

    ◆ 윤지나> <2024 트렌드 코리아>에서는 이런 세태와 관련해 '도파밍'이라는 단어도 소개하더라고요. 도파민은 방금 말씀하신 신경전달 물질이고 파밍은 게임에서 아이템을 모으는 행위래요. 도파민과 파밍을 합쳐서 도파밍이라고 하는데, 즐거움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도파민이 분출되는 행위는 뭐든지 일단 하고 보는 거를 가리켜요. 그게 소비든 뭐든. 한마디로 지금 우리가 겪는 상황이 도파민 중독 상황이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도파민네이션>과 <도둑맞은 집중력> 책은 우리를 둘러싼 이런 중독적 환경, 집중력을 앗아가는 환경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거예요. 도파민 중독을 파괴되는 나의 뇌, 이런 개념으로 생각을 하시면 편할 것 같아요.

    ◇ 채선아> 이미 도파민과 중독에 대해서 지금 많이들 알고 계실 텐데 그 관계성에 대해서 좀 작동 원리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 윤지나> 우리가 성취를 했을 때도 도파민이 나오는 거거든요. 문제는 그냥 시시 때때로 도파민에 절여져 있는 것이 문제예요. 사방이 도파민이야. 쾌락과 고통을 저울로 놓고 한번 생각을 해볼게요. 저울 양 손에 쾌락이 있고 고통이 있어요. 초콜릿, 마약 좋은 것부터 나쁜 것까지 여하튼 쾌락이 커지면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고 싶어서 고통을 키워요. 쾌락이 이만큼 커졌으면 고통도 같이 커져요. 그러면은 고통이 더 커졌네, 그럼 난 이 고통 못 견디겠어. 더 큰 쾌락이 필요해, 그러면서 또 쾌락을 원해요. 쾌락이 사라지고 그만큼 큰 고통이 오는 거예요.

    ◆ 신혜림> 오랫동안 중독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게, 쾌락 고통 저울이 고통으로 점점 치우치는 느낌인 거죠. 마약으로 얻는 쾌락이 커지면 그렇게 막 고통이 엄청 커진다고 하잖아요.

    ◆ 윤지나> 마약으로 쾌락이 끝난 다음엔 정신 뿐 아니라 몸도 엄청 아프대요. 그래서 또 마약을 찾게 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휴대폰 중독 원리도 비슷합니다. 그리고 제가 아까 초입에 휴대폰 중독, 의지가 약해서 그런 게 아니에요,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그랬잖아요. 이 두 책 모두 우리의 삶의 조건이 굉장히 중독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라는 얘기를 해요.

    ◆ 신혜림> 나의 의지 때문만이 아니라니까 다행이네요.

    ◆ 윤지나> 나는 왜 이렇게 의지 박약일까 원통해하고 속상해하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생각해 봅시다. 페이스북, 트위터 이런 거 되게 많이 보잖아요. 그런데 인터넷 소셜 미디어그룹, 빅테크 기업의 목표는 사용자가 최대한 오랫동안 화면에 머물게 하는 거예요. 많이 머물러야 광고를 팔 수 있고 돈을 버니까요. 우리는 의지박약한 나 혼자서 화면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스크린 반대편에는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얘를 어떻게 하면 여기에 최대한 머물게 할 것인가 수백 명이 앉아서, 그것만 연구하는 애들이 있는 거예요. 알고리즘을 그렇게 짜는 사람들이요.


    ◆ 신혜림> <도둑맞은 집중력>에도 나오는 얘기고 넷플릭스 다큐 <소셜 딜레마>에 트리스탄 해리스라는 디자인 윤리학자가 나오거든요. 이 사람이 구글에 취업해서 봤더니 진짜 엔지니어들이 다 이러고 있더라는 거예요. 구글을 한번 바꿔보려고 했는데 플랫폼 기업 자체가 최대한 뭘 많이 봐서 광고를 노출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른 걸 안 하고 이것만 그냥 정신없이 산만하게 보게 만들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에요.
     
    ◆ 윤지나> 유발 하라리 <호모데우스>라는 책에도 나오는 내용인데, 미래엔 나의 스마트폰 이용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 정보에 기반해서 "얘는 알고리즘 이렇게 하면 쑥쑥 넘어오는구나"라고 알고리즘이 짜여진다는 거예요. 어느 순간 발전을 하다 보면 나보다 나를 더 잘하는 미디어 기기가 생기는 거예요. 나를 그냥 알고리즘으로 설명할 정도로.

    ◇ 채선아> 그런 생각이 가끔 들 때가 있거든요. 나 이거 살려고 했는데 혹은 이거 내 취향을 너무 잘 알고 있네, 싶은 광고가 뜰 때.

    ◆ 윤지나> 허구언날 그것만 연구하는 자들을 상대로 우리가 휴대폰을 하고 있는데 쉽게 이기겠습니까? 또 대표적인 게 또 무한 스크롤. 이거는 알고리즘까지 갈 필요도 없는 거예요. 이쯤 보고 이제 끝났네, 하면서 자리를 떠야 하는데 끝이 없어 계속 나타나요.

    ◇ 채선아> 새롭고 재밌는 게 말이죠.

    ◆ 윤지나> 화면을 계속 내리는 이 기능을 통해서 실제로 웹사이트에 머무는 시간이 50%나 증가한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일시적이고 즉각적인 보상을 반복 추구하게끔 하는 환경, 근데 이런 게 숏폼 뿐입니까? <도파민네이션>은 사방에 도파민을 자극하는 걸로 넘쳐나는 조건들에 대해서 얘기를 해요. 책에는 마약, 술, 쇼핑, 포르노까지 너무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걸 소개하고요. 나는 그 정도는 아니야, 나는 별로 안 그런 것 같아, 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갖고 싶은 게 있는데 일주일 기다리는 사람 있어요? 그냥 갖고 싶으면 새벽 배송해요. 그리고 내가 알고 싶은 거 있으면 바로 검색해서 찾는단 말이에요. 기다림이 없는 시대예요. 도파민이랑 뭔 상관? 이러지만 바로바로 내가 원하는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그래서 도파민이 바로바로 나올 수 있는 환경이라는 거죠. 여기에 고통이 끼어들 순간이 있습니까? 없죠. 그냥 쾌락만 추구하는 이런 작동 원리가 우리 삶 전반에 녹아있다고 이해를 하면 돼요. 참 여기서 또 말씀드리고 싶은 게 우리 기업들, 우리가 다니는 회사. 멀티태스킹 하는 사람들의 능력을 굉장히 어떻게 쳐요?

    ◇ 채선아> 능력 있는 사람이요.

    ◆ 신혜림>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니까요.

    ◆ 윤지나> 멀티태스킹을 당연한 것, 혹은 높이 치잖아요. 그러나 이게 우리 뇌한테는 굉장히 과부하래요. 우리가 집중해서 일을 하고 있다가 부장이 카톡으로 지시를 하는 바람에 그거 처리하고 다시 하던 일에 집중하려고 할 때, 나의 뇌는 다시 집중하는 데 20분이 걸린대요. 우리 집중력이 굉장히 갉아 먹히고 있는 상황을 권장하는 기업 문화와 노동 조직 속에 있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우리가 도파민이라는 걸 단순히 쾌락 추구하고 놀기 좋아하고 이런 수준이 아니고 삶의 전반에 있다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 채선아> 안 그래도 지난주에 저희가 전해드렸던 소식 중에 SNS 중독 때문에 인생이 망했다. SNS가 중독되게끔 설계한 그 화면 뒤의 기업들, 사람들을 상대로 이용자들이 소송을 걸고 있다라는 소식도 전해드렸잖아요.지금 말씀해 주신 그 내용들이 다 근거가 될 것 같아요.

    ◆ 신혜림> 기다림을 못 견디는 거 그게 제일 저는 조금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쇼츠는 내가 중독됐다는 걸 알았지만 새벽 배송까지 이게 중독된 부분이었다니 좀 그 부분이 좀 새롭고, 기다림 하니까 마시멜로 실험도 기억나고. 어린이 실험자 대상으로 마시멜로가 있는 방에서 어른이 15분 뒤에 돌아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게 하는 실험. 기다린 아이는 마시멜로를 한 개 더 먹을 수 있게 되는 거고, 15년 뒤에 그 아이들을 다시 만났더니 마시멜로를 바로 집어먹지 않고 기다렸던 아이들이 대인관계도 좋고 학업 성적도 좋고 그랬다~ 뭐 그런 얘기죠.



    ◆ 윤지나> 그 아이들이 15년이란 기간 동안 어떤 부모에게 자랐나, 어떤 지원을 받고 컸나 그런 변수들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여기서는 '만족을 미루는 능력'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거예요. 도파민에 중독되게끔 하는 우리의 일상 이런 삶은 만족을 미루는 능력 자체를 해쳐버립니다. 끈기 있게 고통을 참아내는 능력, 이게 점점 부족해지는 사회가 되고 있다는 게 이 두 책이 공이 지적하는 바입니다.

    ◇ 채선아> 들으시면서 내 얘기인가 하는 분이 계실 거예요. 당장 뉴스만 봐도 예전에는 분석 기사에 대한 요구가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긴 기사 사실 잘 안 보고, 그냥 간단하게 이랬더라 저랬더라, 이 사람이 나쁘다 이 사람이 좋다 이렇게 간략한 기사만 더 많이 올라오는 것 같아요. 이런 게 더 잘 소비가 되고요.

    ◆ 윤지나> <도둑맞은 집중력>에서는 이렇게 짧고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라는 얘기까지 나와요. 숏폼에 중독 좀 됐다고 민주주의 파괴자로 만드냐, 비약이 너무 심하네 생각했는데 말씀하신 대로 곰곰히 생각해 보니까 숙의하는 능력 자체를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 같은 거예요. 기사 볼 때도 다들 그냥 멘트만 보고 왜 이렇게 됐지, 구조가 뭐지, 원인이 뭐지, 생각할 시간이 없잖아요. 기회도 주지 않고. 정치사회경제 문제 전반에서 진득하게 고민하는 작업이 점점 없어진다라는 것은 책 후반으로 갈수록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에요.

    ◆ 신혜림> 저만 해도 쇼츠 볼 시간이 아니었다면 다른 고민을 할 수도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거든요. 개인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는 지점이 저는 동의가 돼요. 우리나라 통계를 보면요. 코로나 이후에 전 연령대에서 SNS 이 엄청 늘었대요. 그래서 이게 민주주의 위기로 가는 건가 싶기도 하고.

    ◆ 윤지나> 여기에 더해 슬픈 사실은 이렇게 집중력이 없어지는 환경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한테 더 심하다는 거예요. 미국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향정신성 약물처방 비율을 보면, 가난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더 많은 처방을 받아요. 그냥 생각해 봐도, 내가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워서 신경 쓸 게 굉장히 많으면 집중을 하기가 어려울 것 같지 않아요? 그리고 숏폼 같은 거 보면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이런 생각을 할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경제 사회적 조건이 집중력이나 도파민 중독에도 굉장히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라는 지점도 우리가 생각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 채선아> 중독을 뭔가 개인적인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해 왔던 경향이 있었는데, 그것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고요. 또 숙의 과정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무서움도 드는 얘기였고요. 우리가 이 도파민 중독, 집중력을 도둑맞는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 윤지나> 특정 활동에 몰입하는 것도 있고, 디지털 디톡스도 있고, 마이너스 10도씨 막 이런 찬 물에 들어가서 고통의 지수를 높여서 쾌락 고통 저울을 조절하는 것도 있고. 아무튼 별 방법이 다 있는데 이건 되게 구체적이고 세세한 거고요. 메인 테마는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 '고통을 겪어내는 어떤 노력'이에요. 나를 스스로의 한계까지 밀어붙여서, 이걸 내가 한번 참아보자 그 다음에 오는 쾌락이나 성취에 대해서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자주 해보자,라는 게 중요합니다.


    ◇ 채선아> 오늘 들은 내용을 정리하면, 그동안 쾌락만 추구했다면 이번에는 고통을 추구하면서 도파민을 느껴보시라는 거군요. 숏폼 없이 못 사는 자신에게 내가 왜 이 지경이 됐나 그 이유를 책 두 권의 도움을 받아서 정리를 해봤습니다. 윤지나 기자, 신혜림 PD, 수고하셨습니다.

    ◆ 윤지나, 신혜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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