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끝났습니다. 윤석열정부와 여권에 대한 국민의 매가 무섭습니다. 유권자들이 야권에게 지운 짐이 무겁습니다. 선거 결과에 관하여 정치 평론가들이나 관련 전문가들이 심도 있는 비평을 개진하면서 총선 이후 정국이 걸어가야 할 방향을 잡아야 할 것입니다.
여야나 보수 진보, 계층이나 세대를 막론하고 이번 선거에서 누구나 확인한 대명제는 우리나라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현재 상황을 사람 몸으로 비유하면 병세가 상당히 깊습니다. 더 방치하면 치유하기 힘들 것입니다. 늦기 전에 긴급하게 조치해야 합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사회적 공의와 공정을 바로 세우는 것과 이에 근거하여 사회 통합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진 정부는 마땅히 사회 전체의 통합을 위해 애써야 합니다. 현실 정치의 급박한 이해관계 때문에 쉽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큰 틀의 통합적 관점을 잃어버리거나 더구나 대놓고 무시한다면 정권을 맡겨준 국민의 뜻을 배신하는 것입니다.
통합에 필요한 기반이 공의와 공정입니다. 정부의 공적인 정책이나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의 공권력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 이상으로 많아지면 정부와 여당은 설 자리를 잃어버립니다. 물이 없이 배가 뜰 수 없듯이, 국민의 이해와 지지가 없이는 정부가 작동하지 못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은 윤석열정부가 우리 사회의 통합을 위해 애쓰지 않았고 사회적 공의와 공정을 훼손했다고 투표를 통해서 말했습니다. 선거가 끝나면 으레 하는 말, 특히 패배한 쪽에서 통상적으로 쓰는 표현이 있습니다.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한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여당은 진심어린 마음으로 이 표현을 마음에 담고 쇄신해야 합니다.
200석을 넘기지는 못했지만 야권은 유례없는 대승을 거뒀습니다. 그러나 야권은 몇 년 어간에 또 투표가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국민이 준 표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평범한 국민의 눈으로 보기에도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풀어야 할 난제가 산더미입니다. 선거가 이기느냐 지느냐 양단간의 살벌한 싸움이지만 선거 후의 정치는 이기고 지는 것이 섞여 있는, 그래서 정치력이 필요한 마당입니다. 문명사적 전환기의 소용돌이가 거센 오늘날의 세계에서 이번 4년의 임기 동안 나라의 운명이 갈릴 수도 있습니다.
CBS논평이었습니다.
[지형은 목사 / 성락성결교회, 한목협 대표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