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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함 풀어주지 못하면 죽여라" 女무기수…무죄 주장하며 절규



광주

    "억울함 풀어주지 못하면 죽여라" 女무기수…무죄 주장하며 절규

     

    "감형이나 가석방 필요없다 . 아버지를 살해하지 않았다는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한다면 차리리 죽여라"

    "교도소에서 목매달면 다 끝나는데 절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가 없었다. 자살하면 영원히 아버지가 딸 성폭행범이 되고 자신은 아버지 살해범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심 청구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지난 2000년 12월 28일 광주고등법원에서 항소기각판결이 선고되고 무기징역이 확정판결된 뒤 15년여 만에 재심 청구로 다시 법정에 선 무기수 김신혜(38) 씨가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하며 이 같이 절규했다.

    ◇ 존속살인 여 무기수, 재심 청구로 15년 만에 다시 법정 서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 형사부 심리로 13일 오전 11시부터 2시간여 동안 존속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선고돼 15년 동안 수감된 여성 무기수 김신혜(38) 씨에 대한 재심 개시 여부를 판단하는 변론이 열렸다.

    복역 중인 무기수의 재심청구에 대해 법원이 심문기일을 열어 재심 개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변론에서 재심 청구인인 김씨는 변호인 측이 "아버지를 살해했나요?"라는 첫 심문에 대해 "아니오"라고 답했고 15년여 동안 교도소 출역을 거부한 사유를 묻자 "죄가 없어서 교도소가 시키는 노역을 할 이유가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씨는 이어 변호인이 유죄를 인정하고 노역 등 하며 재심 청구를 포기하면 감형이나 가석방을 기대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은 이유을 묻자 "자신은 법을 잘 몰라도 아버지를 살해하지 않아 억울한데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느냐"라며 오열했다.

    ◇ 자살 포기, 아버지는 성폭행범…자신은 아버지 살해범 억울 풀기 위해

    김씨는 특히,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냐는 변호인의 심문에 대해 "교도소에서 목매 달면 모든 게 끝나는데 왜 못 죽겠나? 그러나 자살하면 영원히 아버지가 친딸 성폭행범이 되고 자신은 아버지를 살해한 딸이 될 텐데 아버지 때문에 살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씨는 지난 2000년 3월 4일 새벽 자신의 아버지(당시 52)를 살해한 혐의에 대해 "자신은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으나 경찰이 조사 및 현장 검증 모든 수사 과정에서 지속해서 폭행·협박하고 진술서에 강제로 날인했다."라며 몸서리쳤다.

    ◇ 당시 경찰, 가혹행위 및 불법 압색 등 위법 저질러

    김씨는 또, "당시 경찰이 범행에 이용된 양주병을 미리 가져와 강제로 그리게 하고 자신의 서울 집을 불법 압수수색해 압수한 일본산 500리터 그릇을 범행 도구인 양주병으로 둔갑했다."라며 울먹였다.

    김씨는 또, 범행 동기인 아버지 명의로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것과 관련해 김씨는 "보험설계사인 친척 등의 부탁에 못 이겨 보험을 들어줬고, 이 가운데 3개는 사건 전에 이미 해지했고 아버지가 장애인으로 일반 보험은 가입이 어려워 상대적으로 가입이 쉬운 교통상해 보험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버지에게 수면제를 먹였다는 진술은 자신이 말한 것이 아니고 고모부가 애초 경찰 조사 과정에서 한 말이 그대로 조서에 기재됐고 처음부터 자신의 두 명 동생 및 남자친구와 공모한 것으로 경찰이 미리 그리고 기획수사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억울해했다.

    김씨는 이와 함께 여동생이 아버지에게 성폭행당했다는 것을 들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런 적 없다. 당시 고모부와 큰아버지가 그런 말을 했다"라고 밝혔고 "장애인인 아버지에 대해 비하 발언을 하는 주민을 더 사랑하라고 자식들에게 가르치고 여자는 손이 예뻐야 한다면서 딸들에게 설거지도 못 하게 했던 분을 몹쓸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이에 맞서 검찰 측은 "지난 2000년 재판 당시에도 경찰의 가혹행위를 주장하지 않았나, 재판정에서 여동생에 대한 아버지의 성추행을 말하지 않았느냐"라고 김씨에 반대 심문하자 김씨는 "당시 경찰의 위법을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답변에 의미가 없다"라면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 재심 개시 여부 신속한 결정 '호소'

    김씨는 최후 진술에서 "15년을 기다려왔는데 몇 달 못 기다리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4대 맞았으니까 5대 맞아도 괜찮다는 생각과 같은 것으로 죄 없는 사람을 국가가 감옥에 가둬 놓고 15년 전에도 방치하고 지금도 고통스러운 나날을 주지 않길 바란다"라며 "재심 청구 여부를 신속히 결정해 줄 것"을 재판부에 호소했다.

    김씨를 변론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경찰이 당시 알리바이가 일치하지 않은 김씨를 의심한 것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할 수 없지만 밀실에서 가혹행위를 일삼으며 자백을 강요하는 반인권 수사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지금이라도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그러면서 "재심 사유 입증에 대해 변호인 측이 할 부분이지만 조사권이 있는 재판부가 위법을 인정하는 변호인과 경찰관의 음성에 대해 경찰관 본인 목소리가 맞는지 확인과 함께 재심 청구 여부에 대한 서면 심리 결정을 구체적 시점을 밝혀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번 심문 내용을 종합해 서면 심리 결정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혀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할지 주목된다.

    재판에는 김씨가 석방되기만을 기다리는 99세의 할아버지와 김씨의 여동생이 참관해 김씨가 진술하는 내내 눈물을 흘려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 손녀 무죄 석방 기다리는 99세 조부와 무기수 상봉…"엉엉" 울어 주위 숙연

    재판이 끝난 뒤 김씨는 할아버지와 손을 잡을 것을 요청했으나 교도관의 제지로 거부됐으며 교도소로 가기 전 손녀와 조부가 끌어 않고 펑펑 울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김씨 가족과 재판을 지켜보던 주민도 눈물을 흘렸고 김씨에게 "힘내라"는 응원 메시지를 보냈으며 경찰의 가혹행위를 진술할 때는 "세상에 저럴 수가 있느냐"라며 탄식기도 했다.

    한편 김씨의 재심 변론이 제기된 것은 대한변협 인권위 법률구조단이 지난 1월 28일 무기수 김씨에 대한 재심을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김씨의 사건은 공중파 시사프로그램 등을 통해 알려졌고, 대한변협 인권위 법률구조단의 재심청구이후 개설된 포털사이트 재심청원방(다음 아고라 이슈 청원방)에 29,276명이 ‘무기수 김 씨의 재심을 요청한다’는 서명을 한 바 있다.

    대한변협 인권위 법률구조단 재심지원 변호사들은 재심청구 이후 당시 수사 경찰들로부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허위 공문서 작성 및 동 행사 등 직무상 범죄를 자인받은 바 있고, 그 중 한 명은 확인서를 작성해 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검증에 참여했던 의무경찰도 당시의 불법을 확인해주는 진술을 했고, 진술 동영상 촬영까지 허락했으며 대한변협 인권위 법률구조단 재심지원 변호인들은 이런 자료들은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또, 생명보험협회와 여러 보험사들을 방문하여 보험이 범행동기가 될 수 없음을 확인해 주는 유의미한 자료들을 수집하여 증거로 재판부에 냈다.

    이와 함께 당시 피해자를 부검했던 부검의는, 피해자가 죽음으로부터 1~2시간 이전에 다량의 약물을 복용한 흔적을 발견치 못했다는 내용의 감정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는 ‘새벽 1시에 수면제 30알을 먹여 새벽 3시에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범죄사실과 상충이 된다고 재심지원 변호사들은 밝혔다.

    이 외에도 재심청구시점인 지난 1월 27일부터 지금까지 70여 개의 새로운 증거, 외국사례, 판례 등을 수집하여 이를 증거로 냈다.

    이와 관련해 대한변협 인권위 법률구조단 재심지원 변호사들은 경찰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자료, 부검의의 감정서 등 유의미한 증거들을 통하여 재심사유를 지속해서 보완한 만큼 법원이 이를 반영하여 의미 있는 결정을 내려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심이 개시된다면, 복역 중인 무기수의 재심이 개시된 첫 사례가 될 것이고, 헌법이 보장하는 적법절차의 원칙, 사법절차적 기본권, 무죄추정의 원칙 등이 15년 만에 실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씨는 23살이던 지난 2000년 3월 7일 새벽 1시부터 4시께 전남 완도군 완도읍 자신의 집에서 어릴 때부터 여동생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노리고 아버지(당시 52)에게 수면제 30알을 탄 술을 먹여 살해한 뒤 완도의 한 버스정류장에 유기해 교통사고처럼 꾸민 혐의로 구속 기소가 된 뒤 2001년 무기징역이 선고돼 15년여 동안 수감 중이다.

    그러나 김씨는 존속살해 혐의로 복역하면서 15년 동안 줄곧 결백을 호소했고 ‘수원역 노숙소녀 살인사건’의 재심 무죄판결을 이끌어낸 박 변호사는 지난해 청주여자교도소를 찾아 김씨를 접견하며 이번에 재심 청구가 이뤄져 이날 변론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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