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과 접경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해 열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하노이 입성 첫날은 몇가지 인상 깊은 장면을 남겼다.
우선 26일 오전 김 위원장이 베트남 땅에 첫 발을 디딘 순간 여느 때의 국빈급 정상이 방문했던 것과는 달리 예측하지 않았던 상황들이 발생했다.
김 위원장을 위해 베트남 측에서 준비한 의전에 다소 착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을 태운 특별열차는 3800km, 66시간 동안 중국 대륙을 종단하는 대장정 끝에 현지시간으로 오전 8시 10분쯤 베트남 란선성 동당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열차는 레드카펫이 깔린 지점을 지나쳐 멈춰섰다. 열차는 몇차례 앞뒤를 오가며 자리를 조정한 끝에 김 위원장이 내리는 5호문이 레드카펫 앞 제자리를 찾았다.
이후에도 김 위원장의 하차를 위해 만든 발판이 잘 맞지 않았고, 환영 연주도 제때 나오지 않아 혼선이 잠시 빚어지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그럼에도 별다른 불편한 내색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꽃을 든 화동에게 "몇살이냐"고 물으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을 마중나온 베트남 주민들에게도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며 악수를 나눈 뒤 검은색 리무진 세단에 몸을 싣고 역사를 빠져나갔다.
김 위원장의 모습이 포착된 것은 2시간 50분쯤 지난 하노이 구시가 쪽에 위치한 '멜리아 하노이' 호텔 주변이었다.
베트남 정부에 의해 완전히 통제된 도로를 따라 나타난 김 위원장의 검은색 리무진 세단.
경찰차와 사이드카, 경호 오토바이, 심지어 장갑차까지 등장해 김 위원장의 차량을 삼엄하게 호위했다.
김 위원장은 특별히 차량의 창문을 내려 하노이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거나 인사를 하지는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베트남 하노이 입성시 타고 온 전용차량. (사진=송영훈 기자)
눈에 들어온 것은 김 위원장의 탄 차량이 뽀얀 먼지로 뒤덮였던 부분이다.
동당역에서 하노이로 향하는 일부 구간은 비포장도로로 돼 있어 먼지가 자욱하게 차량에 묻은 것으로, 국가 원수 차량이란 사실을 무색하게 만든 이채로운 모습이었다. 북한 내에서는 '최고 존엄' 위상을 생각할 때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 위원장의 탑승 차량은 벤츠사의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 차종으로 알려졌다. 이 차량은 방탄 등 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최고급 세단이다.
김 위원장의 등장을 유난히 인상 깊게 만든 장면은 그의 첫번째 일정이었다.
김 위원장은 숙소에 들어간 지 6시간 만에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관으로 향했다.
이때 먼지가 묻어있던 김 위원장의 차량은 깨끗이 세차된 상태였다.
적막에 싸여있던 북한 대사관에 김 위원장의 차량이 도착하자, 대기하고 있던 직원들은 일제히 "만세"를 연호했다.
직원들은 만세를 격정적으로 연호했고, 그 소리가 커 대사관 밖에서 취재하던 취재진들한테도 또렷이 들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현지시간) 오후 북한대사관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그곳에서 50여분 동안 머문 뒤 다시 호텔로 돌아가려는 순간, 다시 직원들은 "만세"를 연호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12일 제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당시에는 북 대사관을 방문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멜리아 호텔로 돌아온 뒤 더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김 위원장의 집사로 불리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호텔을 나와 회담장소인 메트로폴 호텔을 둘러본 장면은 목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