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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국가재난사태에 동네북된 제1야당

    [구성수 칼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자료사진/윤창원 기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신세가 참 딱하게 보인다.

    4.3 보궐선거를 비교적 잘 치렀다는 평가가 나오기 무섭게 강원도 산불 발생 이후 점수를 다 까먹고 있다.

    산불 발생에 대해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미숙하게 대응하거나 구태의연하게 정쟁의 소재로 삼는 등 일련의 행위로 역풍을 맞았다.

    시작은 산불이 강풍을 타고 급속히 확산됐던 지난 4일 저녁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였다.

    국가재난 컨트롤타워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내보내 빨리 대처하도록 해야 한다는 운영위원장의 거듭된 요청에도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계속된 질문으로 정 실장을 붙잡은 것이 논란이 됐다.

    나 대표는 산불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몰랐고 그에 대한 보고도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마치 한국당 때문에 산불에 대한 대응이 늦어진 것처럼 한국당에 비난이 쏟아졌다.

    이 와중에 민경욱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만 인제, 포항, 아산, 파주 네 곳에서 산불. 이틀 전에는 해운대에 큰 산불. 왜 이리 불이 많이 나나?"라는 글을 올렸다가 내렸다.

    다음날에는 "대형산불 발생 4시간 후에야 총력대응 긴급지시한 문 대통령, 북으로 번지면 북과 협의해 진화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빨갱이 맞다"라는 한 네티즌의 글을 공유했다가 삭제했다.

    "재난이 장난인가?", "색깔론을 덧씌우는 고질병이 도졌다"는 등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진데 따른 것이다.

    급기야 지난 6일에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페이스북에 "촛불 좋아하더니 온 나라에 산불, 온 국민은 홧병"이라며 "촛불정부인 줄 알았더니 산불정부"라고 비꼬았다.

    정치권은 물론 "재난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나", "고통스러운 사람들과 같이 아파해 줘도 모자랄 판인데 산불이 정쟁 소재인가" 와 같은 네티즌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한국당은 산불이 발생하자 다음날 새벽 다른 어느 정당보다 먼저 황교안 대표가 산불 현장에 내려가는 등 발빠른 모습을 보였지만 그런 행동은 이런 비판에 빛이 바랬다.

    황 대표가 현장을 방문한 뒤 블로그를 통해 "산불 진화가 완료될 때까지만이라도 각 당이 정쟁을 멈추고 피해방지와 신속한 지원을 위해 지혜를 모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오히려 조롱거리가 됐다.

    한국당 스스로가 산불을 정쟁의 소재로 삼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황교안지킴이 황사모밴드 대표가 강원도 산불 진화의 공을 황 대표에게 돌린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황 대표가 "아침 일찍 가장 먼저 현장에 달려가셔서 산불현장 점검도 하고 산불 지도를 하신 덕분"이라고 한 것이다.

    화마에 목숨을 걸고 진화작업에 나선 소방관 등의 노고를 무시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 화살은 애먼 황 대표를 향하면서 "현장 방문이 오히려 진화에 방해가 됐다"는 공격을 받았다.

    이럴 바에는 황 대표가 현장을 방문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는 말까지 나왔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자료사진/윤창원 기자)

     

    강원도 산불 이후 한국당은 마치 동네북이 된 듯하다.

    정치권은 물론 네티즌들과 각종 언론들이 한꺼번에 한국당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한국당으로서는 필요 이상으로 얻어맞아 크게 억울할 수도 있다.

    자신들이 산불을 낸 것도 아니고, 자신들의 발언이나 글이 사실을 왜곡하거나 틀린 것도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의용 실장을 오래 붙잡아둔 것과 관련해 산불이 그렇게 심각한지 몰랐다는 말도 사실일 수 있다.

    이번과 같이 산불이 강한 바람에 그렇게 순식간에 급속하게 확산하는 것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한국당에서 "외교참사가 더 크다"는 발언이 나온 것도 일반적인 산불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최근 산불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도 틀리지 않은 사실이다.

    야당측으로서는 그것을 정부 탓으로 돌리고 싶었으리라.

    하지만 그것은 이번 산불에 대한 국민의 정서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간 것이다.

    국민들은 화마로 순식간에 소중한 삶의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한 이재민의 처지를 보고 함께 가슴 아파하고 눈물을 흘렸다.

    연예계 스타들을 비롯한 국민들의 기부행렬이 이어지면서 산불이웃돕기 국민성금이 며칠 사이에 100억원이 모아진 이유이다.

    한국당에게 부족한 것은 재난을 당한 국민과 함께 아파하고 눈물을 흘리는 공감능력이라고 본다.

    한국당에게는 그보다는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리면서 공격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 것이다.

    그런 정당에게는 국민이 등을 돌린다는 사실이 이번에 여실이 드러났다고 본다.

    이번 사태가 한국당에게 약이 돼 국민에게 신뢰받는 보수야당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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