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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윤석열과 한동훈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력투쟁은 무서운 활화산이다. 권력투쟁에서는 곁불도 조심해야 한다. 곁불을 잘못 쬐다가 타들어가는 험한 꼴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권력투쟁은 시대를 떠나 언제나 흥미로운 구경거리이기도 하다. 물론 선수들은 생과 사를 놓고 벌이는 진검승부겠지만 관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서사의 시작과 끝에서 눈을 떼기 어렵다.
     
    검사 시절 윤석열 대통령은 두 개의 브로맨스(남성간의 뜨거운 우정과 유대)를 형성했다. 첫 번째 브로맨스는 이른바 소윤과 대윤의 결합이었다. 검사 윤석열과 검사 윤대진은 특수부 핵심에서 바늘과 실처럼 움직였고, 한 검찰총장은 그 관계를 '대윤-소윤'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 관계가 영원히 깨질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고 했던가. 시간은 그 브로맨스를 녹여버렸고 그 흔적조차 가물가물하다.
     
    두 번째는 검사 윤석열과 한동훈의 브로맨스를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정점이었던 시절은 박영수 특검의 국정농단 사건 때였다. '소윤-대윤 브로맨스'를 완전히 대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두 사람이 같은 사선을 넘나들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얼마나 우정이 깊었으면 독립운동에 빗대었을까. 대통령 당선인 시절 그는 한동훈에 대해 "(문재인 정권의 외압에도 불구하고)거의 수사를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고 치켜 세웠다. 그러면서 "한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 되면 안된다는 얘기는 일제 독립운동가가 정부 중요 직책을 가면 일본이 싫어하기 때문에 안 맞는다는 논리랑 똑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이 참패하면 그 정당 지도자의 존재감은 소리 소문도 없이 사그라드는 것이 그간 정치권의 관행이었다. 미래통합당 대표인 황교안은 2020년 총선에서 패배한 뒤 여론은 더이상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동훈은 적어도 '제2의 황교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 그의 팬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여당내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아직 지목되고 있으며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수치로 확인된다. 또 핵심 지지층은 그가 선거를 이끌어 그나마 108석으로 "개헌선을 저지시켰다"고 평가한다. 한에겐 남아있는 힘의 원천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힌 뒤 자리를 뜨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힌 뒤 자리를 뜨고 있다. 황진환 기자
    시간이 흘렀다. 두 번재 브로맨스 또한 역사 속으로 형체가 저물고 있는 것 같다. 두 사람이 결별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그 결별의 그림자가 한동훈의 말에서 묻어난다. 그는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맹종하지 않는 관계"라고 말해왔지만, 이제는 "잘못을 바로잡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고 '용기'"라고 주장했다. 용기라는 것은 사물이나 사람을 겁내지 않는 기개라는 뜻을 갖고 있다. 겁내지 않는다는 것은 더 이상 형제 관계가 아니고 독립적 존재라는 얘기일 것이다. 맞서 부딪쳐야 하고 때로는 물리쳐야 할 관계로 화학적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두 사람은 성격과 스타일이 판이하게 다르다. 대통령의 가장 큰 장점은 '맷집'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매를 견디어 내는 힘이 있다. 그 맷집 때문에 외압을 견뎌낼 수 있었다. 그의 맷집을 믿고 따르는 후배들이 많아 이른바 '윤 사단'을 형성될 수 있었다. 검사들은 외압을 견뎌주는 상관을 제일 좋아한다. 거악과 싸워 자신의 명성을 고취하려는 욕구 때문이다. 그 힘은 대통령 권력의 원천이 됐다. 한은 머리가 뛰어나 기획력이 남다르다.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한다. 상대적으로는 그는 무리를 이루지 못한다.
     
    두 사람 공통점이 있다면 '인파이터'라고 할 수 있다. 둘다 적극적으로 상대 복서에게 파고드는데 검찰 내에서 따라갈 자가 없었다. 두 사람이 브로맨스를 형성했을 때 시너지가 극대화 됐다. 윤은 한에게 '디딤돌'이 되었고, 한은 윤에게 부족한 '기획력'을 줄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 행사를 마친 뒤 헤어지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 행사를 마친 뒤 헤어지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사람의 브로맨스는 더 지탱될 수 없는 시간에 도달해 있다. 아니 지탱해줄 수 있는 동력과 조건들이 정치라는 공간에서 사라지는 시간을 맞이했다. 단언할 수 없지만 두 사람이 공동의 전선에 서는 일은 결코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어느때인지 알 수 없지만 작용과 반작용 법칙에 따른 진검승부를 겨루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럭저럭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진검승부를 벌인다면 그들의 권력투쟁 방식은 투명할 것이다. 둘 다 언론을 이용하는데 천부적이다. 검찰에서 오랫동안 활용했던 방식이다. 언론을 통해 각자의 명분이 투명하게 전달될 것이다. 지난 지난 1월 17일경 벌어졌던 윤-한 갈등을 보라. 대통령 윤석열은 당시 "가장 아끼던 사람에게 바보같이 뒷통수를 맞느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사람을 너무 의심하지 않고 썼던 나의 잘못인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고 종편 채널을 통해 심경을 중계했다. 한동훈은 "대통령실에서 사퇴를 요구했다"고 언론에 맞불을 질렀다. 전형적인 인파이터들이다. 전망이 빗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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