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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자본 표적된 韓 '국제호구 될라'…ISD 대응체계 개선 절실



금융/증시

    투기자본 표적된 韓 '국제호구 될라'…ISD 대응체계 개선 절실

    론스타 ISD 결론 임박, 5조 3천억 걸린 초대형 중재 소송
    정부 한시적 TF 구성, 외부 로펌 고용해 수백억대 소송비
    엘리엇, 쉰들러 등 외국 투자자 줄줄이 한국정부 상대 소송
    향후 ISD 늘어날 수 밖에 없어, 늦게나마 전담조직 신설
    민간 로펌 활용한 대응방식은 여전 "정부내 전문가 키워야"

    외국계 자본의 국내 투자가 활발해지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이들 외국계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다며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중재 소송(ISD)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그동안 전담조직 조차 없이 소송가액만 수조원에 이르는 중재 소송을 진행하는 등 대응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뒤늦게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하지만 전담조직만 신설됐을 뿐 민간 로펌을 고용해 소송을 대리하는 시스템은 여전해 법무공단 등 공공기능을 활용한 정부내 ISD 전문인력 양성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 론스타 상대 하나금융 승소, ISD에 청신호?

    (사진=연합뉴스)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제기한 14억 430만달러(1조 6천억원) 규모의 중재 소송에서 전부 승소했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였던 론스타는 지난 2016년 8월 국제상공회의소(ICC)에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협상 과정을 지연시켜 계약을 위반했다"며 중재 소송을 제기했다.

    국제중재재판소는 론스타의 소송 제기 이유를 모두 각하한 셈이며 이에따라 수십~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소송비용도 론스타가 물게 됐다.

    이같은 결정이 관심을 끈 이유는 론스타가 비슷한 이유로 지난 2012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5조 3천억원 규모의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와 이번 소송이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국제협약 등에 따라 민간기업인 하나금융은 ICC에, 한국 정부는 ICSID에 각각 소송을 제기한 것. ICC는 이번에 결론을 내렸고 ICSID는 오는 하반기에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금융위원회 윤창호 금융산업국장은 "론스타가 ICC에서 여러 논리를 제시했을 텐데 하나도 인정되지 않고 완전 패소했기 때문에 ISD에서도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점은 없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ICC의 판정은 외환은행 매각 당시 하나금융의 잘못이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것일 뿐 매각 인가 등 우리 정부의 정책적 결정에 대한 판단은 아니라는 점에서 아직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변 국제통상위원회 부위원장인 노주희 변호사는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상사 중재 결과에 대해 정부와 민간이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해석을 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론스타 ISD 판정부에서 이번 중재 결과를 참고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로펌에 소송 맡기는 구조 "변호사만 배불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행여나 우리 정부의 패소 결정이 내려질 경우 그동안의 이자비용까지 포함해 막대한 국민혈세가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정부 대응은 아쉬운 대목이다.

    당초 정부는 국무총리실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소관 부처 합동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ISD에 대응해왔다. 이후 법무부 법무실장을 단장으로 소관 부처가 참여하는 '론스타 분쟁대응단'을 꾸려 활동했다.

    하지만 상시적인 전담조직도 없이 각 부처에서 현업에 종사하는 인력을 긴급 수혈해 꾸린 TF팀이 수조원대의 중재 소송에 대응하는 것 자체가 미숙한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론스타가 제기한 ISD가 벌써 7년째 이어지면서 그동안 담당자들도 인사로 수차례 바뀌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체계적인 대응을 하기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먹튀' 투기자본으로 지탄을 받았던 론스타가 ISD를 활용해 수조원대의 소송을 제기하며 우리 정부를 압박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결국 우리 정부의 소송대리인으로 나선 국내.국외 소재 로펌이 실질적인 중재 소송을 담당하고 정부는 진행상황을 보고받는 수준에 그쳤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2017년까지 론스타 ISD 관련 소송비용만 432억원이 집했됐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은 "론스타의 ISD 소송으로 한국 정부는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들의 몸값만 키워주고 있는 셈"이라며 "정부 TF팀의 활동은 모두 기밀이라며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어 도대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노주희 변호사도 "ISD는 변호사들의 배만 불리는 제도"라며 "워낙 낯선 제도이다보니 변호사들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고 그렇다보니 ISD를 다룰 수 있는 몸값이 비싼 변호사를 고용해 소송을 담당할 수 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 공공영역 활용한 대응체제 구축해야

    문제는 향후 ISD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현재와 같이 로펌에 의존하는 대응 방식으로는 효율적인 대응이 힘들 뿐만 아니라 소송 비용으로 천문학적 액수를 쓸 수밖에 없다는데 있다.

    론스타 외에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손해를 봤다며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제기한 ISD,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과정에서 정부의 관리책임으로 손해를 봤다며 스위스 승강기업체 쉰들러가 제기한 ISD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미국 시민권자인 A씨가 재개발 사업으로 자신의 주택이 수용되자 정부에 33억원의 배상금을 청구하며 ISD 중재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크고 작은 ISD가 잇따르고 있다.

    이와 동시에 향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나 가계통신비 안정화 정책, 그리고 재벌개혁 정책 등으로 관련 기업의 수익이 악화되고 주가가 떨어질 경우 얼마든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ISD를 활용해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다행히 최근 법무부를 중심으로한 ISD 대응 전담조직이 신설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정부는 지난 4월 5일 훈련을 제정해 법무부 법무실장을 단장으로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산업부 등의 소속 공무원이 참여하는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신설했다.

    다만, 전담조직은 신설됐지만 민간 로펌을 고용해 소송을 맡기는 시스템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공기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변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ISD가 민간 로펌의 돈벌이 시장이 되면 다시 외국 투자자의 ISD 제기에 탄력을 받게되는 구조"라며 "우리 정부의 대리인으로 ISD에 나서 노하우를 습득하고 다음에는 상대방의 대리인이 되는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간로펌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우리 법무공단 등을 활용한 공공적인 대응과 그에따라 ISD 대응 능력이 공공영역에서 축적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남희 원장은 이와함께 "ISD의 대상이된 정책을 입안.시행한 관료들로 구성된 전담조직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잘아는 민간 전문가를 정부에서 영입하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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