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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변 살인사건 담당 경찰 "고문한 기억 없다" 모르쇠 일관



부산

    낙동강변 살인사건 담당 경찰 "고문한 기억 없다" 모르쇠 일관

    부산고법 재심 세 번째 심문에 당시 조사 주도한 전직 경찰 출석
    "기억 나지 않는다" 증언 반복…"당시 증거가 부족해 무죄 나올 줄 알았다" 궤변도
    또다른 증인 출석해 "사하경찰서에서 고문 당했다" 구체적 증언
    오는 9월 5일 심문 재개…당시 간부 경찰 등 핵심 증인 출석 여부 관심

    부산지법. (사진=송호재 기자)

     


    30여년 전 일어난 이른바 '낙동강변 살인사건' 재심 세 번째 심문에서 당시 사건을 담당한 전직 경찰관은 각종 고문과 가혹행위 주장에 대해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질문이 이어지자 당황하는가 하면 당시 직접 증거가 부족해 무죄 판결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6.27 부산CBS 노컷뉴스="저를 고문했었지요?" 28년 만에 증인과 재심 청구인으로 만난 그들]

    27일 오후 부산고법 형사1부(김문관 부장판사)는 최모(58)씨와 장모(61)씨에 대한 재심 세 번째 심문을 진행했다.

    이날 심문에는 최씨 등이 자신을 고문했다고 지목한 전·현직 경찰관 가운데 한 명인 A씨가 출석했다.

    A씨는 1990년 사하경찰서 형사계에 근무하며 최씨 등 두 사람을 처음 붙잡아 조사를 주도한 인물이다.

    증인석에 선 A씨는 재심 청구 피고인석에 앉은 최씨 등을 보며 "누군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최씨 등 변호인이 당시 수사를 주도한 사실이 맞냐고 질문하자 "최씨를 처음 붙잡아 수사한 것은 맞다"라면서도 "다만 정씨에 대해서는 수사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검거 당시 상황에 대해서 A씨는 "당시 현장에 나가 배를 타고 들어오는 최씨를 붙잡은 기억이 있다"라며 "검거 당시에는 공무원 자격을 사칭한 혐의를 적용해 수사했고 이후 살인 범행을 자백을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이 당시 최씨에 대한 초기 진술 확보 과정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자 A씨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

    또 최씨 등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은 이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당시 직접 증거가 부족해 1심은 몰라도 2심 이상에서는 무죄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비교적 명확한 답변을 내놓던 A씨의 태도는 쟁점인 고문 여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급변했다.

    변호인은 재심 청구인의 주장과 최근까지 언론 보도 내용 등을 바탕으로 최씨 등을 고문한 사실이 있냐고 추궁했다.

    A씨는 고문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이 없다",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피고인석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최씨 등 두 사람은 A씨가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하자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구체적인 고문 일시와 장소, 수법 등을 제시하는 등 A씨를 추궁하기도 했다.

    그러나 A씨의 대답은 여전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였다.

    재판부 역시 "고문 여부를 답하지 않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만 반복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라며 A씨의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심문에는 다른 사건에 연루돼 사하경찰서에서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증인이 등장해 당시 상황을 전했다.

    증인석에 나선 B씨는 "1991년 9월 사하경찰서에 붙잡힌 뒤 강도상해범 공범으로 몰려 수 시간 동안 고문을 당했다"라며 "경찰 4~5명이 물고문을 했고, 간부는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고문을 지시하고 격려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B씨는 "당시 2심에서 고문 사실이 인정돼 무죄를 받았지만, 지금까지도 그 후유증을 겪고 있다"라고 주장하며 "관련 경찰을 고소하려 했지만, 2심 판결 이후 해당 간부가 사과하고 여러 경로로 회유해 포기했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오는 9월 5일 추가 심문을 벌이기로 했다.

    특히 핵심 증인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도 출석을 거부한 당시 사하경찰서 간부급 경찰들도 재소환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1990년 1월 4일 낙동강변에서 차를 타고 데이트하던 남녀가 괴한들에게 납치돼 여성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되고 남성은 상해를 입은 사건이다.

    사건 발생 1년 10개월 뒤 최씨와 장씨는 경찰에 붙잡혀 검찰에 송치된 이후 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21년 동안 복역했다.

    최근 사건을 재조사한 대검찰청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4월 17일 최씨 등이 경찰로부터 물고문과 폭행을 당해 허위자백을 했다는 결론을 냈다.

    이후 두 사람은 무죄를 밝혀달라며 재심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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