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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광일 PD가 꿈꾼 세상 위해 기록하는 작가 오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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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김광일 PD가 꿈꾼 세상 위해 기록하는 작가 오영미

    [노컷 인터뷰] 오영미 작가(故 김광일 PD 아내)

    고 김광일PD 부인 오영미 작가가 20일 오후 인천 부평구 한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김광일 PD와 박환성 PD가 죽었다는 생각은 지금도 안 해요. 우리가 보지는 못하지만, 지금도 어디선가 촬영하고 있을 거 같아요." (오영미 작가, 故 김광일 PD 아내)

    2년. 지난 2017년 7월 14일 EBS '다큐프라임' 촬영차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출국한 고(故) 박환성 PD와 고(故) 김광일 PD가 세상을 떠난 이후 흐른 시간이다. 사람과 세상을 사랑했기에,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했던 그들이다. '방송'이라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런 그들이 열악한 제작환경 속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무리한 스케줄 속에 촬영을 강행하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남아공으로 떠나기 전까지도 불편부당함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의 뜻은 여전히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고 김광일 PD의 아내이자 방송작가인 오영미 작가는 누구보다 그들의 절실하게 기억하는 사람이다. 지난 2주기 추모제에서 선보인 단편영화 '멈춘 시간'(연출·감독 정관조, 시나리오 오영미, 음악감독 성용)은 오 작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두 다큐멘터리스트의 뜻과 시간을 이어가기 위해 선택한 '기록'의 결과다.

    고 박환성-김광일 PD 2주기 추모제 '멈춘 시간' 이후, 두 다큐멘터리스트의 뜻을 이어갈 수 있는 다양한 기록을 고민하는 오영미 작가를 지난 20일 인천 부평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오영미 작가가 시나리오를 집필한 단편영화 '멈춘 시간' 중 (사진=故 박환성 김광일 2주기 추모제 '멈춘 시간' 화면캡처)

     

    ◇ '좋은 방송'을 만들고자 했던 김광일-박환성 PD, 그들의 시간은 여전히 흐른다

    지난 7월 13일 인천에서 열린 추모제 '멈춘 시간'에는 고인을 기억하는 각계각층의 인사가 모였다. 두 독립 PD가 마지막까지 보여준 다큐멘터리에 대한 열정과 불공정 제작 관행에 맞선 목소리는 지금도 잊히지 않고 있으며, 그들의 뜻을 여러 방법으로 이어가고자 하는 이들이 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추모제에서는 고 박환성-김광일 PD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영화 '멈춘 시간'이 공개됐다. 영화는 홍대에 있는 박환성 PD의 사무실에서 김광일 PD와 방송사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눈 '그날의 일'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그곳에서 있었던 일과 세상 밖에서 벌어지는 독립 PD들의 힘든 삶을 재조명했다.

    오 작가는 "사고가 난 지도 어느덧 2년이 됐다. 그날 이후 어느 날 갑자기 정신을 차려보니, 두 분의 이야기를 의미 있게 남기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에 관해 이야기했다.

    영화에는 3시 45분에 멈춰진 시계가 등장한다. 오영미 작가는 "두 분이 돌아가신 시간이 새벽 3시 45분이다. 그래서 '멈춘 시간'이었다"라며 "멈췄지만 멈추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두 분이 마지막으로 (불공정한 제작시스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날이기도 하고, 독립 PD와 마지막으로 마주한 날이기도 해서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오 작가는 "남편이 박환성 PD는 시계를 차고 왔는데, 자신은 못 챙겨가서 아쉽다고 말했다"라며 "사고가 나고 나서 박환성 PD님의 시계 알만 발견됐는데, 멈추지 않고 계속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걸 보며 이분들의 인생이 여기서 멈췄지만,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구나, 이분들이 어디선가 촬영을 계속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그들이 죽었다는 생각은 절대 안 한다. 우리가 보지는 못하지만 멀리 어디선가 계속 촬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고 김광일PD 부인 오영미 작가가 20일 오후 인천 부평구 한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또한 오 작가는 영화를 통해 여전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고 있는 방송계 갑질 등 부당하고 비합리적인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점도 담아내려 했다.

    추모제 현장에서 영화를 본 이들이 오 작가에게 많은 것을 느꼈다고, 프로그램 한 편이 나오는 과정이 얼마나 힘든 줄 몰랐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특히 배창호 영화감독은 오 작가에게 영화 속 등장하는 '간접비(간접제작비)'가 무엇인지 물었다고 한다.

    고 박환성 PD는 남아공 출국 전인 지난 2017년 6월, EBS가 간접비 명목으로 정부 제작 지원금의 40% 환수를 요구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박 PD는 부족한 제작비를 메우기 위해 한국전파진흥협회의 '2017년 차세대 방송용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지원해 1억 2000만 원을 받았다. 그러나 EBS는 환수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오 작가는 "이뤄져서는 안 되는 악행이 지금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라며 "어느 방송사가 잘못했다가 아니라 전체의 문제다. 방송계 만연한 관행이 고쳐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오영미 작가가 故 김광일-박환성 PD에 대해 기록한 책 '다큐PD였던 당신 그대 잘 가라' (사진=출판사 제공)

     

    ◇ 김광일-박환성 PD가 바랐던 세상을 위한 기록들

    오영미 작가는 최근 동화를 집필 중이다. 딸이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동화를 써달라고 한 게 시작이다.

    오 작가가 쓰고 있는 동화는 일종의 '치유동화'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빠를 잃은 아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줄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한다.

    그는 "주변에서 '쟤는 아빠가 없으니까'라는 그 한마디에 상처를 받는데, 그건 상처받을 일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라며 "한부모 가정, 이혼가정의 아이들은 왜 문제아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전혀 그렇지 않은데 사회가 그렇게 규정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렇지 않다는 걸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 작가는 "그리고 아이들에게 혼자가 아니라고, 아빠가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말해주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오 작가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글쓰기'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고, 김광일 PD와 박환성 PD가 못다 이룬 꿈을 이루려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기록'을 함으로써 그들의 뜻을 남기고, 알리고, 또 실현해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오영미 작가는 앞서 지난해 책 '다큐PD였던 당신 그대 잘 가라'를 통해 김광일-박환성 PD의 삶과 그들이 처했던 방송 현실을 짚어내기도 했다.

    지난 2017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故 김광일, 박환성 PD (사진=한국독립PD협회 제공)

     

    그래서 오영미 작가는 단편영화 '멈춘 시간'을 연극으로 재구성하는 일도 구상 중이다. 프로그램 이면에 감춰진 채 잘 알지 못하는 비정규직 PD들이 겪는 방송계 불공정 관행을 더욱 널리 알리고, 김광일-박환성 두 독립 PD가 바랐던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오 작가는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광일, 박환성 이 두 사람을 검색했을 때 아무것도 없다면 그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록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기억할 수 있고, 생각하게끔 만들고 싶다. 이건 내게 '숙제'와도 같다. 책임감은 커졌지만,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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