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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4년 뒤에도 함께?" 16살 차 환상의 커플



스포츠일반

    "오빠, 4년 뒤에도 함께?" 16살 차 환상의 커플

    • 2019-10-29 12:10

    韓 소프트테니스 혼복 박규철-문혜경, 세계선수권 金

    '해냈어요' 문혜경(왼쪽)-박규철이 28일 세계소프트테니스선수권대회 혼합 복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함께 태극기를 들고 코트를 돌고 있다.(타이저우=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늦깎이 대표팀 최고참과 여자팀 막내급 에이스가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오빠가 16살 동생의 복수를 시원하게 해줬다. 그러나 이 콤비는 이번이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박규철(38·달성군청)-문혜경(22·NH농협은행)이 소프트테니스 혼합 복식 세계 정상에 올랐다. 오빠는 대회 2연패, 동생은 첫 우승이다.

    둘은 28일 밤 중국 저장성 타이저우시 스포츠센터 실내코트에서 열린 2019 세계소프트테니스선수권대회 혼합 복식 결승에서 위카이웬-청추링(대만)을 게임 스코어 5 대 1로 눌렀다. 이번 대회 남자 단식 김진웅(수원시청)에 이어 대표팀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게임 차가 많이 났지만 승부는 치열했다. 첫 게임을 따낸 게 컸다. 박규철이 풍부한 경험과 민첩한 움직임으로 전위에서 상대 스트로크를 차단하면 문혜경이 후위에서 든든하게 받쳤지만 상대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위카이웬이 종아리 통증으로 메디컬 타임을 쓸 정도로 팽팽한 듀스 접전 속에 박규철-문혜경이 기선을 제압했다. 두 번째 게임을 내줬지만 박규철-문혜경은 이후 네 게임을 내리 따내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박규철의 강력한 스매싱과 발리, 문혜경의 탄탄한 스트로크가 빛난 경기였다.

    무엇보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의 아쉬움을 씻어냈다. 당시 혼복 결승에서 문혜경은 김기성(창녕군청)과 나섰지만 위카위웬-청추링에 3 대 5 패배를 안았다. 문혜경은 여자 단체전에서도 은메달에 머물러 메이저 대회 금메달이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1년 만에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김경한(달성군청) 남자대표팀 코치는 "금메달도 좋지만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 진 것을 복수했다"며 자기 일처럼 좋아했다.

    문혜경은 "첫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따냈다"면서 "이렇게 좋은 파트너 오빠를 만나서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박규철도 "짝꿍 혜경이가 너무 잘 해줘서 우승한 것 같다"면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문혜경(왼쪽)과 박규철의 결승 경기 모습.(타이저우=협회)

     

    박규철은 이번 대표팀 최고참이다. 31살에야 태극마크를 단 늦깎이. 사연이 있다. 박규철은 "대학(공주대)을 졸업하고 실업팀 입단 뒤 군대를 다녀왔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4년을 쉬었고, 은퇴까지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후 다시 해보자 다짐하고 30살에 코트에 복귀했고, 이듬해 처음으로 국가대표로도 뽑혔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대기만성했다. 박규철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과 남자 복식, 혼복 동메달을 따냈다. 이듬해 인도 뉴델리 세계선수권에서는 생애 첫 금메달(혼복)까지 수확했다. 그러더니 대회 2연패까지 이룬 것이다. 박규철은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는데 훈련을 많이 해와서 괜찮다"고 웃었다. 소속팀 남종대 달성군청 감독은 "규철이는 관리가 정말 철저하다"고 귀띔한다.

    문혜경은 차세대 에이스로 꼽힌다. 현재 대표팀에서 막내 이민선(NH농협은행)보다 겨우 1살 위인 막내급이지만 지난해 아시안게임 경험은 여자 선수 중 유일하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만 5개의 금메달을 따낸 복식 전설 유영동 NH농협은행 감독이 "혜경이는 다 잘 하지만 백핸드 스트로크를 특히 잘 친다"고 칭찬할 정도다.

    세대 교체를 이룬 여자팀에 대해 문혜경은 "아시안게임 멤버가 다 바뀌었다"면서 "5명은 첫 국제대회라 심적으로 부담과 긴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장 송지연(문경시청)이 이런 점 때문에 단식 우승후보인 하야시다 리코(일본)를 4강에서 꺾고도 결승에서 반 수 아래로 여긴 유유안위(중국)에 아쉽게 졌다. 문혜경은 "지금까지 준비한 대로 하면 남은 복식과 단체전에서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베테랑과 신예의 환상 짝꿍은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 박규철도 이제 아름다운 퇴장을 생각할 나이인 까닭이다. 내년 우리 나이로 불혹을 앞둔 박규철은 "나이로 봤을 때 이번이 마지막 세계선수권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세계선수권에 같이 나가자고 해보라"는 취재진의 농담 섞인 요청이 있었다. 이에문혜경은 "오빠가 힘들어 죽겠대요"라면서 "그래서 다음 대회는 안 될 것 같아요"라고 폭로했고, 박규철은 폭소했다.

    어지간한 삼촌-조카 뻘인 박규철과 문혜경. 이제 이들은 각각 남녀 복식과 단체전에서 이번 세계선수권 다관왕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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