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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감독? 라오스 한류는 내가 원조죠"



스포츠일반

    "이만수 감독? 라오스 한류는 내가 원조죠"

    • 2019-10-30 15:52

    동남아 소프트테니스 대부 최종률 라오스 감독 인터뷰

    '동남아 소프트테니스 대부' 최종률 라오스 대표팀 감독(가운데)이 30일 제 16회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중국 타이저우 스포츠 센터 코트에서 선수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타이저우=노컷뉴스)

     

    동남아 라오스는 최근 한국 스포츠계에도 잘 알려진 국가다. KBO 리그 초창기 스타 '헐크' 이만수 전 SK 감독이 야구 전도사로 활약하면서다. 이 감독은 불모지인 라오스에 야구를 전파하며 협회 부회장을 맡아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다.

    하지만 이 감독보다 훨씬 더 먼저 라오스에 스포츠 한류를 일으킨 인물이 있다. 바로 동남아 소프트테니스(정구) 대부 최종률 라오스 대표팀 감독(64)이다.

    최 감독은 2007년부터 라오스에 소프트테니스를 전했고, 태국과 캄보디아, 네팔, 베트남 등에도 개척자로 불린다. 특히 네팔과 라오스, 캄보디아 등은 전혀 소프트테니스 기반이 없었지만 최 감독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 등 메이저 대회까지 출전하고 있다.

    중국 타이저우에서 열리고 있는 제 16회 세계선수권대회에도 최 감독은 선수 4명과 함께 출전했다. 대회 중 최 감독은 캄보디아와 네팔, 태국 등 선수단 및 관계자들과 연신 인사를 나눌 정도로 유명인이 됐다.

    최 감독은 30일 국내 취재진과 만나 10여 년의 쉽지 않은 동남아 소프트테니스 개척기를 들려줬다. 1968년 목포 제일중학교 1학년 우연히 접한 소프트테니스에 인생을 바친 사연이다.

    시작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서울시청 창단 사령탑이었던 최 감독은 2007년 태국으로부터 남녀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태국은 그나마 시스템이 갖춰진 상황.

    동시에 최 감독은 인접 국가인 라오스로 향했다. 라켓과 공만 들고 버스로 14시간 넘게 달려가 라오스 체육부 고위 관계자를 만나 소프트테니스 대표팀 구성을 설득했다. 최 감독의 열정에 라오스 관계자는 어린 테니스 선수들을 모았고, 3개월여 훈련 뒤 당시 경기도 안성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

    최 감독은 "주중에는 태국 대표팀을 가르치고, 주말에 라오스로 건너가 지도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당시 복식에서 고교생 선수가 미국을 이겼는데 라오스 현지에서 반향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2011년에는 11개 국가가 참가, 동남아 아시안게임에서 남녀동메달을 따낸 공로로 훈장까지 받았다. 외국인 지도자로는 라오스 최초였다.

    이 감독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최 감독은 "5년 전 이 감독이 라오스에 왔는데 지원 사업이 쉽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체육부 당국자를 만나 야구 지원 사업에 힘을 써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이 감독은 유명 스타 출신으로 국내에서 지원을 많이 받는 것 같다"고 부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최종률 감독이 네팔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모습.(사진=최 감독 제공)

     

    라오스에 그치지 않았다. 캄보디아와 베트남, 심지어 서남아 국가인 네팔까지 건너가 소프트테니스를 전파했다. 최 감독은 "그래도 캄보디아는 성공한 경우"라면서 "총리가 적극 지원해 대표 선수들은 경찰청 소속으로 1년 내내 합숙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팔과 라오스 등은 열악한 환경이다. 네팔은 6개 지역에서 소프트테니스를 하는데 수도 카트만두에서 800km나 떨어져 있다. 최 감독은 "비행기 요금이 비싸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면서 "산악 지대가 많아 36시간 이상도 걸리고 사망 사고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라오스는 2009년 동남아 아시안게임 당시 중국의 지원으로 7면의 하드 코트가 만들어졌지만 보수를 하지 않았다"면서 "코이카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관계자들이 자기들에게 이득이 없어 서류조차 내지 않더라"고 혀를 찼다.

    이러다 보니 그동안 자비를 들여 선수들을 지원해왔다. 최 감독은 "태국 대표팀을 맡았는데 월급이 80만 원이더라"면서 "월세를 빼면 30만 원이 남는데 선수들을 먹이고 하려면 내 돈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라오스와 네팔은 더 열악해 하루 100 달러씩 주면서 간식 등을 먹였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들인 돈이 1억 원이 훨씬 넘는다. 최 감독은 "다행히 부모님께서 유산으로 남긴 돈이 있었다"면서 "모친께서 남편이 며느리에게 손 벌리는 것을 염려하셔서 몰래 지원해주셨다"고 했다. 당연히 아내는 이런 최 감독이 못마땅하다. 최 감독은 "왜 자기 돈을 써가며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아내가 성화"라면서 "올해 처음으로 라오스를 함께 갔는데 이런 고생은 그만하라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최 감독의 열정에 주위에서 도움도 주고 있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는 대한체육회의 저개발 국가 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해외 파견 지도자를 돕고 있다. 최 감독은 "2013년 두 달부터 시작해 올해 처음으로 일곱 달 동안 500만 원씩을 받는다"고 말했다. 협회는 이번 대회 도중에도 라오스 등 3개 국가에 각각 700만 원 상당의 용품을 지원했다.

    여자 라켓 스포츠 명문 NH농협은행 선수단도 감독과 코치, 선수 등이 매년 지원금과 함께 라켓, 공 등 용품도 보내고 있다. 최 감독은 "장한섭 현 스포츠단 부단장이 감독을 맡던 2010년부터 꾸준히 지원해주고 있다"면서 "여기에 내가 가르쳤던 제자들에게 십시일반 라켓, 공 등 용품을 받고 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이계왕 회장(오른쪽 세 번째)이 최종률 감독이 이끄는 라오스 대표팀에 지난 29일 용품을 전하고 있다.(타이저우=협회)

     

    그럼에도 여전히 여건은 쉽지 않다. 최 감독은 "동남아 국가들이라 라켓이 빨리 손상된다"면서 "여기에 지원금도 많지 않아 젊은 코치들은 1년만 하고 다시는 연락도 받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지원금을 받아도 숙박비와 비자 발급 비용 등을 본인이 부담해 사실상 무료 봉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감독의 동남아 개척기는 계속된다. 최 감독은 "아내는 '살면 얼마나 산다고 이 고생이냐'고 하지만 내가 움직일 수 있는 한 계속 동남아에 종목을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소프트테니스를 계기로 삶의 질 자체를 높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최 감독은 "내가 죽으면 몇 푼이 남을지 모르지만 동남아 선수들에게 남기고 싶다"면서 "그 정도로 단순히 소프트테니스 전파뿐만 아니라 이들의 고단한 삶을 일으켜주고 싶다"고 강조한다.

    최 감독은 "소프트테니스를 했던 캄보디아 선수 2명이 이를 인연으로 우리나라에서 산업연수원으로 일하고 있다"면서 "번 돈을 고국으로 보내 부유하게 됐는데 신부감들이 줄을 섰다"고 귀띔했다.

    단순한 사제 관계 이상이다.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결혼을 하면 꼭 청첩장을 보내라고 한다"면서 "직접 지도한 선수들의 성장을 축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도중에도 라오스, 태국 등은 물론 몽골 선수들까지 최 감독에게 아빠에게 하는 것처럼 "아이스크림 사주세요"라며 달려온다. 동남아는 물론 아시아 전체 소프트테니스 대부는 그럴 때마다 환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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