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탁자가 770만원? 체육회장의 호화생활



경인

    탁자가 770만원? 체육회장의 호화생활

    • 2020-11-11 06:00

    [경기도체육회 부패 보고서 ①]
    지인 업체 수백만원짜리 탁자 구매 지시 정황
    공용차량 '내 차'처럼 마음대로‥유류비까지
    과거 사무처장 등 예비비로 '포상금 잔치'
    "통제되지 않는 권력, 부패할 수밖에"

    "이걸로 사…." 탁자 구매에 '친절히' 사진까지 찍어 보낸 회장. 법인카드로 포장횟집에서 결재를 하고, 운영비를 포상금으로 나눠 챙긴 사무처 직원들. 경기도체육회다. CBS노컷뉴스는 최근 경기도 감사에서 지적된 내용을 바탕으로 부조리의 도를 넘은 경기도체육회의 운영실태를 고발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탁자가 770만원? 체육회장의 호화생활
    (계속)


    경기도체육회 이원성 회장은 자신이 알고 있던 인천의 한 업체를 통해 770만원짜리 탁자를 구매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최근 경기도 감사에서 드러났다. 해당 업체 대표는 이 회장 취임 이후 경기도체육회 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사진은 지난 7월 초 이 회장이 집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사진=경기도체육회 제공)

     


    지난 3월5일, 경기도체육회는 신임 회장 집무실에 놓을 탁자를 인천의 A업체로부터 770만원에 구매했다. 다른 업체들의 견적서는 다음날인 6일 첨부됐다. '지방보조금 규정 및 수의계약 운영요령'에 따라 가격 비교를 한 뒤 업체를 선정해야 함에도, 먼저 업체를 결정해 놓고 가격 비교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이처럼 특정업체의 초고가 탁자 구매를 지시한 이가 바로 지난 2월 취임한 이원성 회장이다. 이 회장은 구매담당자에게 실물 사진까지 보내 특정 탁자 구매를 지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회장 취임과 함께 A업체 대표 B씨는 경기도체육회 이사로 선임됐다.

    일선 체육회를 회장 개인이 얼마나 사유화 하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공용자산 '내 맘대로'…"업무 위한 것"

    10일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경기도체육회 등에 대한 CBS노컷뉴스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최근 경기도가 경기도체육회를 상대로 진행한 감사에서 회장 개인이 체육회 조직을 사유해 온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경기도체육회는 비상근직인 이 회장에게 전용차량을 배정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도체육회 '공용차량관리규정'에 따르면 상근직인 사무처장 외에 비상근직인 회장에게는 전용차량을 배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감사에서 도체육회는 이 회장 취임 시점인 지난 2월부터 8월 말까지 공용차량 2대를 번갈아 가면서 전용차량으로 배차해온 정황이 확인됐다. 출퇴근 용도로 사용한 횟수만 170여회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장이 일주일에 2~3일 정도 도체육회로 출근하는 점을 감안하면 출퇴근 시 대부분 공용차량과 운전기사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특히 배차신청자에는 운전담당자 포함 2명으로 기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회장 전용차량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또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9월, 본인의 이름을 건 골프대회 개최를 추진하다 막판에 취소하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경기도체육회는 회장 개인이 추진했던 행사로 선을 그었지만, 체육회 내에서는 조직을 대표하는 회장이 개인 이름을 걸고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유명 선수도 아니고 개인 이름을 단 체육대회를 여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라며 "더욱이 경기도체육회장으로서 오해를 살 수 있는 사적인 대회를 개최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고가 탁자 구매 지시에 대해 "지인 소개로 체육회 직원에게 구매해도 되느냐고 물었고, 강압적인 지시는 없었다"며 "이 정도 금액으로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 그는 공용차량의 사적 사용 의혹에 대해서도 "체육회 일로 타 지역에 갈 때 굳이 체육회에 들렀다 가기 번거로울 경우 집으로 오라해서 타고 간 것이지 개인적으로 사용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경기도체육회 CI.(사진=경기도체육회 홈페이지 캡처)

     


    ◇시군체육회 회비로…'포상금 잔치' 벌인 경기도체육회

    이 회장 취임 전에는 체육회 사무처장들의 전횡이 심각했던 것으로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당시는 경기도지사가 회장직을 겸직하던 시절로 사무처장 자리는 대부분 도지사 측근들이 차지했기 때문에 실권을 휘둘렀다.

    2017년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의 측근이었던 C사무처장은 경기도가 전국체전에서 우승하자 포상금으로 쓸 수 없는 예비비를 사무처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모두 1억원을 나눠 가졌고, C사무처장은 가장 많은 670만원(기본급의 90%)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에도 C사무처장은 자신의 퇴임 기념품으로 금 한냥(250만원 상당)을 받았고, 직원들과 퇴임 오찬을 하면서 200만원을 썼다. 모두가 예비비에서 지출됐다.

    문제는 이 예비비 재원이 경기도체육회 돈이 아니었다는 것. 2015년 경기도체육회와 경기도생활체육회가 통합되기 전에 경기도생활체육회가 시군생활체육회로부터 회비 성격으로 거뒀던 돈이 통합된 뒤 경기도체육회로 고스란히 이전됐던 예산이다.

    결국 시군생활체육회가 냈던 회비로 도체육회 사무처가 포상금 잔치를 벌인 셈이다.

    ◇경기도의회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부패"

    이번 경기도 감사로 회장과 과거 사무처장들의 전횡이 도출되면서 체육계 안팎에서도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최만식 위원장(더불어민주당‧성남1)은 "운영비의 대부분을 보조해주고 있는 경기도가 체육회장이 어떤 잘못을 해도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다"며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 체육회장들이 보다 책임감 있게 조직을 운영하도록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부터 전국의 모든 지역 체육회장이 민선으로 바뀌면서, 사실상 민선회장에 대한 감사 권한은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에 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