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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미화 "일상이 놀이마당…안산 기 살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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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김미화 "일상이 놀이마당…안산 기 살릴 것"

    김홍도 마당놀이·특별전, 지역 정체성 살린 콘텐츠
    찾아가는 공연마당, 지친 시민 일상에 '신바람'
    '열린 무대' 확장‥"움츠린 안산 시민에게 희망을"
    거리극축제 기반, '제2의 앰비규어스' 발굴해야


    1980년대 가부장 사회, 억눌렸던 여성들의 속을 시원하게 뚫어줬던 '순악질 여사'가 경기도 안산에 나타났다. 일자 눈썹 대신 따뜻한 엄마의 마음을 품고서….

    "거듭된 사회적 이슈로 왜곡돼 있는 이미지가 안타깝습니다. 아픔을 치유해 더 행복하고 희망 넘치는 안산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지난 9월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에 취임한 김미화씨는 세월호의 아픔을 보듬고, 고된 노동으로 찌든 공단 노동자들의 일상에 웃음을 되찾아줄 신명나는 '마당'을 준비하고 있다.

    안산문화재단 김미화 대표이사가 지난 18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내 사무실에서 CBS와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박창주 기자)

     

    ◇김홍도 마당놀이·특별전, 지역 상징하는 '마당 킬러콘텐츠'

    지난 18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움츠러든 시민들에게 치유와 위로가 간절하다"고 말한 김미화 대표의 무기는 '마당놀이'다.

    김 대표는 "10년 넘게 문화를 모티브로 한 사회적기업을 경영하며 산골 마당공연을 해온 경험을 살려 안산의 역사, 문화, 자연과 어우러진 '마당'을 만들어 보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지난 10월 단원미술관에서 열린 김홍도 화백의 진품 '공원춘효도'의 귀환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한 김미화 대표의 모습이다.(사진=안산문화재단 제공)

     

    그런 김 대표가 가장 먼저 주목한 인물이 바로 안산이 낳은 단원(檀園) 김홍도다. 김홍도를 통해 안산 시민들의 자존감을 되살리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김 대표는 "김홍도를 소재로 단순히 보는 연극이 아닌, 한데 모여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장을 만들고 싶다"며 "마당놀이 대가들이 기획·연출을 맡아 내년 가을쯤 시민들에게 양질의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산문화재단 김미화 대표는 취임 이후 단원미술관 등 지역의 주요 문화예술시설에 대한 현장 점검을 이어가고 있다.(사진=안산문화재단 제공)

     

    또 다른 '김홍도 프로젝트'로 최근 경매를 통해 68년 만에 안산으로 돌아온 '공원춘효도' 등 김홍도의 진품들도 특별전을 통해 시민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단원미술관을 김홍도미술관으로 바꿔 인지도를 높이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며 "특별 전시를 통해 주민들이 지역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일상 속 '비타민'…찾아가는 마당놀이

    김홍도가 안산의 자존감을 일깨운다면 김 대표가 준비하고 있는 '찾아가는 마당놀이'는 노동으로 찌든 시민들을 달래 줄 일상 속 쉼터다.

    김 대표는 "지친 공단 노동자나 해외 이주민 등 문화공연에 소외된 사람들이 안산에는 너무나 많다"며 "회사 강당 같은 활용할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점심에 클래식 연주도 감상할 수 있고, 나른한 오후엔 심형래쇼 같은 코미디극을 열어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고 전했다.

    안산시는 과거 채석 작업 중 공룡 발자국이 발견된 대부광산 퇴적암층에 복합문화단지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안산문화재단은 이곳에서 이뤄지는 각종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운영을 맡을 예정이다.(사진=안산시청 제공)

     

    그는 또 안산의 아름다운 자연을 활용한 일상속 무대를 만드는 작업도 재단의 역점사업 중 하나로 꼽았다.

    김 대표는 "공룡 발자국이 발견된 대부도 채석장에 복합문화단지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며 "물 위로 들어설 플로팅 무대에 고품질의 공연을 띄워 시민들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찾을 수 있는 명소로 만들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건물의 계단과 복도, 길거리 등 시민들이 오가는 모든 곳들도 열린 무대와 전시장으로 재탄생한다.

    그는 "버려진 화분에 보리새싹이 다시 피어나고, 아무도 관심 없던 공간에서 예술이 피어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미화 대표는 지자체에서 사용하다 폐기하려던 대형 화분들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광장으로 가져와 청보리를 심고 지역 학생들과 함께 관련 행사를 진행했다.(사진=안산문화재단 제공)

     

    ◇안산국제거리극축제 기반, '제2의 앰비규어스' 양성

    김 대표에게는 안산 대표 축제인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안산의 문화예술을 꽃 피울 수 있는 토대다.

    그는 "축제의 내실을 다지고 확대할수록 지역의 문화예술 기반이 더 견고해질 것"이라며 "이를 자양분 삼아 문화예술 꿈나무들을 키워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상주단체였던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성공은 그가 말한 좋은 예이다.

    김 대표는 "안산에서 성장한 앰비규어스가 한류 관광을 홍보하는 세계적 스타가 돼 감동적"이라며 "지역 문화계를 선도할 제2, 제3의 앰비규어스를 발굴·지원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미화 대표는 "안산을 문화예술 1번지로 만들려면 창의성이 필요하다"며 "놀이처럼 코미디를 창작했듯 일터를 놀이터로 여겨 열심히 노는 게 목표"라고 웃어 보였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김미화 대표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안산 지역의 문화예술계 현안과 향후 사업계획에 대해 말했다.(사진=박창주 기자)

     

    - 기관장, 그것도 안산이다. 왜?
    = 처음에는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용인에 사는 사람이, 그것도 갑자기 안산문화재단 대표가 됐으니 그럴 법도하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이것도 운명이 아닐까 싶다. 용인에 살면서 문화예술하는 사람들과 함께 작은 마당에서 공연을 펼치는 사회적기업을 운영해 왔다. 논밭을 무대로 문화예술인들이 소외된 농민, 경력단절자 등을 위한 공연으로 위로를 해주는 방식이다. 그렇게 문화경영인으로 12년을 살았다. 안산이라는 곳과 관련해서는 '국제거리극축제'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벌써 16년이나 된 행사로 대외적으로도 많이 알려졌다. 외국에 있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한번 와 보고 싶다고 할 정도다. 과거 세월호 유가족들과 관련된 행사에 참여한 것은 물론, 다문화가족 행사를 진행하고 갯벌살리기 운동 홍보대사도 맡았었다. 이런 인연의 매듭들을 이어 오다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공개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됐다. 지원을 할까 말까 망설이던 차에 남편이 "부인은 잘 할 수 있다"라고 해서 용기를 냈다. 지원서류를 들고 벌벌 떨면서 왔다.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에 차에서 못 내리고 있었는데, 남편이 대신 서류를 제출해 주더라. 결국 합격했다는 소식을 몇 개월 만에 듣고 뛸 듯이 기뻤다. 이게 다 안산과의 인연 덕분이다.

    - 취임 3개월 차, 시작이 반이라 했던가‥느낀점은?
    = 재단이 16년이 됐다. 문화예술 분야와 관련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잘 하는 선수들이 모인 곳이다. 직원들이 지역민이라서 그런지 주민들, 지역 예술인들에게 매우 따뜻하고 배려심이 깊다는 걸 느꼈다. 크고 작은 문화공연 시설들을 관리하고 행사가 이뤄지는데 직원들이 항상 정성으로 업무에 임한다. 요새 한류 관광을 홍보하며 세계적인 스타가 된 앰비규어스 댄스팀이 우리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공연도 하고 레지던스처럼 생활하면서 성장하고 성공한 케이스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또 대단한 성과가 이뤄졌다는 게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솔직히 처음에 직원이나 관계자 분들이 김미화라는 존재에 대해 다소 거리감을 느끼는 것 같았지만 그럴수록 더 따뜻하게 헤아리고 융화하려고 노력했다. 다만 재단이나 문화예술 시설의 문턱이 높아 보이는 부분은 아쉬운 점이었다. 시민들 얘기를 두루 들어보면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우리 재단이 위치한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같은 경우는 그늘이 없어 불편해 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길을 가다가도 잠시 머물렀다가 갈 수 있는 쉼터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열린 광장에서 음악회, 시낭송 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생활 속 작은 문화공연장에 대한 영감을 떠올리기도 했다. 내가 당장 마이크를 안 잡고 있어도 코미디언이듯,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마당에서든 계단에서든 언제 어디서나 공연을 할 수 있는 생활 속 문화 쉼터를 만들어가고 싶다.

    김미화 대표가 안산 지역의 젊은 예술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사진=안산문화재단 제공)

     

    - 그런 노력이 많은 시민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다.
    =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질문한 것처럼 시민들에게 위로가 되는 공연을 많이 하고 싶다. 순수와 비순수 예술 등 경계를 딱 정할 수 없다. 안산에 많은 공단 관계자들이 공연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일 하느라 바빠서 그러지 못 한다. 다문화 106개 국가 주민들도 있다. 이들도 공연을 보고 싶은데 즐기기 힘든 상황에 있는 경우가 많다. 다른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모든 시민들이 각각 어떤 공연을 원하는지 문화수요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가령 1년 단위로 계획을 세워서 어떤 지역 내 회사에는 점심 때 클래식 공연을 해주고, 또 다른 곳은 3시쯤 졸릴 때 심형래 공연을 해주는 방식 등의 공연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 올해 달력이 몇 장 안 남았다. 내년 역점사업은?
    = 크게 3가지다. 우선 김홍도라는 인물 자체가 안산의 큰 재산인데 이를 기반으로 뭔가를 만드는 작업을 더 구체적으로 진행하려 한다. 그 씨앗을 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마당놀이'를 기획하고 있다. 마당놀이 대가들을 섭외해서 연출, 기획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내년 6월까지 준비를 해서 가을쯤 무대를 선보일 것 같다. 그 공연 자체가 안산의 재산이 될 것이다. 공연이 외국으로 팔려나갈 정도로 품격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 단원미술관을 '김홍도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꾸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김홍도 선생과 그의 고향인 안산을 더 많이 홍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호(號)인 단원과 본명인 김홍도를 동일하게 인식하지 못 하는 시민들이 의외로 많다. 이와 더불어 미술관을 통해 김홍도 선생의 진품을 보고싶어 하는 분들이 많으셔서 큰 전시회들도 개최할 계획이다. 최근 68년 만에 안산에 돌아온 '공원춘효도(貢院春曉圖·봄날 새벽의 과거시험장)' 같은 단원 김홍도 선생의 진품들을 모든 시민들이 함께 감상하며 애향심을 키울 수 있는 문화예술의 장을 만들겠다. 이런 걸 기반으로 안산을 문화예술 1번지로 만들겠다.

    - 남은 한 가지는 무엇인가?
    = 안산국제거리극축제다. 예산도 많이 부족하고 외국 예술인들이 마음껏 들어오거나 초청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야외극으로서 어떻게 즐길 수 있을지 방안을 고민 중이다. 특히 나 자신이 유명인으로서(웃음) 안산 홍보대사가 돼 이 축제를 널리 알릴 수 있는 홍보사업을 강화하고 싶다. 여하튼 올 초엔 코로나19 때문에 열지 못했던 행사였던 만큼 내년엔 사정이 좀 나아지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 지자체를 비롯한 다른 기관과 협력도 중요할 텐데?
    = 코로나지원, 어르신지원, 각종 복지사업 등 안산시에서 할 일이 많다. 비용, 예산 사정은 항상 어렵기 마련이다. 문화 관련 분야의 예산은 제일 먼저 깎이는 경향이 있다.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욕구들을 어떻게 충족시킬까 고민이 많다. 기관, 기업들마다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는데, 문화행사의 경우 우리 안산문화재단과 함께 준비하고 진행하면 예산을 절감하면서도 더 양질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런 협업 아이템을 찾고 있다. 예를 들어 겨울에 문화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어떻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직원들과 아이디어를 낸 게 롤러스케이트였다. 가족 단위나 연인들이 와서 즐기고 재단은 디제잉이나 문화 이벤트를 맡으면서 체육회 같은 유관기관에서는 시설이나 홍보를 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방안으로 시민들이 낸 소중한 세금으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문화행사를 치를 수 있다고 본다. 이와 관련한 문화사업들을 계획 중이기도 하다. 지역의 기관장 회의 2주에 한번씩 하는데 그럴 때마다 시장이나 각 기관장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안 될 수 있지만 잘 될 수도 있다. 그러면서 지역의 리더들과 친해지기도 한 것 같다. 이런 친분이 협업으로 이어져 주민들의 '문화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

    - 실제 추진 중인 '빅 프로젝트'가 있다고 하던데‥
    = 대부도에 대부광산 퇴적암층이 있는데 오래 전 돌을 캐는 채석을 해서 수정 작업을 하던 곳이다. 이곳에서 채굴을 하다가 지난 1999년 초식공룡 발자국이 발견되면서 시에서 작업을 중단시키고 그 땅을 사들였다. 이후 경기도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 일대 풍광이 기가막힌다. 정말 아름답다. 승효상 선생, 임옥상 선생 등 건축 설계나 예술계 대가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다. 그 분들이 한결같이 "여기가 아름답게 꾸며지면 후손들이 행복해지고 세계적 명소가 될 것"이라고 극찬을 했다. 밑에 물이 있고 가운데는 천연 에코(메아리)가 가능한 구조로 암벽이 형성돼 있는 구조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무대가 물에 뜨는 플로팅 형태로 기획을 하면 뭔가 좋은 문화예술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계획대로 울림이 있고 아름다움이 넘치는 공연과 문화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문화재단이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시에서 시설을 구축하고 나면 우리 재단이 운영을 맡아 관리해야 된다. 이런 자연이 준 선물 같은 문화자산이 있는 안산이 정말 행운이 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이 아름다운 도시 안산에 외지, 외국에서 온 분들도 특히 많은데 이런 분들이 모두 아름다움의 가치를 공유한다면 앞으로는 안산에 걱정도, 슬픔도 없을 것 같다.

    김미화 대표는 취임 이후 자신이 좋아하는 꽃들을 지역 문화시설 등에 식재하며 가꾸고 있다. 그는 도심 곳곳에 시민들이 쉴 수 있는 작은 문화예술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사진=박창주 기자)

     

    - 안산에 대한 애정, 혹은 진심이 느껴지는 것 같다.
    = 안산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매우 역동적이기도 하다. 큰 기업은 없다지만 여러 분야의 기업들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다문화가족들도 다양한 형태의 삶으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갯벌을 메워 터전을 만들고 도심에는 코로나19에도 밝은 표정의 사람들이 거리에 북적인다. 자연 또한 굉장히 아름답다. 도시 곳곳에 녹지공원이 가득하다. 물론 슬픔과 아픔, 공포와 관련한 이슈들이 있기는 했지만 안산은 결코 어둡지 않다. 조두순이 돌아오는 것과 관련해 언론에서 많이 걱정들을 해주시는데, 사실 이런 걱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게 되면 오히려 범죄로부터 더 안전한 도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안산을 더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연극 분야의 꿈나무 청소년들을 발굴하기 위한 지원이라든가 대부도의 예쁜 동네 만들기 사업 등이 그런 고민과 맞닿아 있다. 제2의 앰비규어스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양질의 문화예술 토양을 만들어야겠다. 특히 안산은 조선시대 예술인들이 술도 기울이고 시도 읊으며 서로의 예술관을 논하던 곳으로 알고 있다. 그분들의 후손들이 이곳에 많이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예술에 대한 갈증, 사랑이 엄청난 것 같다는 느낌도 받는다.

    - 코미디언 경험이 문화경영에 어떤 밑거름이 될까?
    = 코미디만 줄곧 했다면 이런 용기를 못 냈을 것이다. 코미디뿐만 아니라 시사 프로그램도 했다. 그러다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물러났던 시절도 있다. 시골에 가서 산 속 끝자락에 살고 있는데 농부들, 예술인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며 문화예술 놀이터를 용인에 만들었다. 그렇게 작게 시작해서 전문적인 예술인들도 만나고, 동네에 있는 문화예술인들 만나서 작은 무대를 만들었다. 안산문화재단에서 하는 일들이 문화예술인들 지원 해주고, 코로나19로 설 자리를 잃은 분들 찾아서 위로도 해주는 것으로 안다. 그간 내가 해왔던 개그나 방송, 또 문화경영 활동을 더 넓게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재단의 내부 조직문화는 어떤 방향으로 가나?
    = 행정경험은 없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어떻게 해줘야 편하게 일하고 같이 행복할까 고민을 많이 한다. 사업본부장은 거리극축제 등 문화사업에 경험이 많은 인물을 새로 영입했다. 경영본부장은 시에서 공무경험이 풍부하신 분이다. 행정적으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아침마다 각종 회의에 시간이 부족하지만 1시간마다 간부들과 매일 얘기하며 조직이 한방향으로 가기 위한 얘기를 나눈다. 2년마다 대표가 바뀌면 혼돈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것을 최소화하고 문화예술에 있어서 만큼은 직원들이 '함께', '즐겁게' 하자고 강조한다. 김홍도 선생의 진품 그림이 경매를 통해 안산에 돌아오게 됐는데, 이와 관련한 행사를 하면서 우리 직원들이 A부터 Z까지 유기적으로 협업을 해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뿌듯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는 게 느껴져서 좋았다. 재미있게 일하고 놀이처럼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 문화란 그래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20여년 전 개그콘서트 후배들이랑 먹으러 다니고 여러 공연을 보러 가면서 '본드십'을 형성했던 기억이 있다. 놀러 다니면서 아이디어도 떠올리고, 모티브를 따서 스토리텔링을 하고 그랬다. 1주일 내내 놀러다녔다. 마찬가지로 이곳 안산문화재단도 그런 일터가 되길 바란다. 행복한 놀이터가 됐으면 좋겠다. 임기 2년 동안 잘 놀겠다.(웃음)

    김미화 대표는 안산문화재단 직원들과 주기적인 회의를 진행하며 소통 경영을 펼치고 있다.(사진=안산문화재단 제공)

     

    - 이른 질문이다. 임기 마친 이후 다음 인생 계획은?
    = 별다른 계획은 없다. 뭔가 이게 재밌겠다 싶으면 실행한다. 시골에 있으면서는 남편이 악기를 잘 다루고 내가 진행 솜씨도 있고 해서 동네 농부들과 놀아보자는 마음으로 놀이마당을 한 것이다. 생각이 나면 바로 실천하는 거다. 2년 뒤에 뭐가 되겠다고 하는 건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다. 살다보면 안 되는 일이 많지 않나. 거창한 계획을 하기 보다는 그저 행복하고 싶다. 2년 동안 맡은 일 열심히 하고 끝나고 나서 시골에 갈 수도 있고 또 다른 재미있는 일이 주어지면 한번 해볼 것이다.

    - 끝으로 못다 한 이야기나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 안산에 많은 분들이 놀러와줬으면 좋겠다. 나는 꽃심기를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한다. 안산시에서 오래된 대형 화분들을 폐기하려고 했었는데 이것들을 가져다가 우리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앞 마당에 놓았다. 새싹보리를 심어 행사도 했다. 지금 싹이 많이 올라와 있다. 다들 오셔서 꽃도 보고 공연도 보고 전시도 보시길 바란다. 그럴싸한 무대와 전시장뿐만 아니라 계단, 복도, 길거리 어디든 볼만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마련할 테니 부족한 부분들이 있으면 시민 여러분께서 채워주시고 또 즐겨주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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