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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자의 쏘왓]4세대 실손 등장, 갈아타요 말아요?



금융/증시

    [홍기자의 쏘왓]4세대 실손 등장, 갈아타요 말아요?

    가장 큰 특징은 '비급여 보험료의 차등화'
    비급여 보험금 많이 탄 사람은 '할증', 보험금 안 탄 사람은 '할인'
    기존 실손에 비해 기본 보험료는 저렴해진 반면 자기부담금은 높아져
    내년 7월 4세대 실손 출시되지만, 차등제 적용은 3년 뒤…"실손 문제 해결할 지 의문"

    국민 대다수가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이 벌써 세 번째 대수술을 한 끝에 네 번째 이름을 달게 됐습니다. 첫 번째 2003년 ①'실손보험'이란 이름으로 출시된 이후 ②2009년에는 '표준화 실손', ③2017년에는 급기야 '착한 실손(新실손)'이라고 불리더니, 이제는 ④'4세대 실손'이 됐습니다.

    실손보험 제도는 왜 자꾸 개편되는 걸까요? 이 4세대 실손은 대체 기존의 실손과는 어떤이 다를까요? 그렇다면 기존의 실손 가입자들은 갈아타야 유리한 걸까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취재해봤습니다.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1. 4세대 실손 내년 7월 출시 예정, 너는 뭐니?

    금융위원회는 실손의료보험의 대대적 개편 방향을 어제(9일) 발표했습니다. 4번째 실손이라 쉽게 '4세대 실손'이라고들 하는데요. 이 4세대 실손의 가장 큰 특징은 '보험료 차등제'입니다. 쉽게 말해서 병원을 더 많이 가면 보험료를 더 많이 내고, 병원을 덜 가면 보험료를 깎아준다는 겁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현재의 포괄적 보장구조(급여+비급여)를 분리시키고 '비급여 보험료'에만 차등제를 도입합니다.무조건 병원에 많이 간다고 보험료가 비싸지는게 아니라, 비필수·선택적 의료성격인 '비급여' 항목의 의료 이용이 많을 수록 보험료가 비싸지는 것이지요.

    이 비급여 보험료는 비급여 의료를 얼마나 이용하는지에 따라 5등급으로 단계를 나눕니다. 1년 동안 비급여 보험금을 한 푼도 안 탄 가입자(전체 73% 추정)는 보험료가 5% 할인되고요, 비급여 이용량이 100만원 미만인 2단계 가입자(전체 25% 예상)는 할인이나 할증 없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보험금 상위 2% 가입자는 보험료가 오릅니다. 비급여 보험금이 100만~150만원이면 2배, 150만~300만원이면 3배, 300만원 이상이면 4배가 될 전망입니다.

    할인은 5%, 할증은 최대 400%까지 하는 이유에 대해서 김동환 금융위 보험과장은 "할인 받는 사람은 대다수 사람들이고 할증 받는 사람은 극소수"라면서 "300% 넘게 할증을 받은 돈을 대다수 국민에게 할인 혜택으로 주려면 개인에게 가는 할인 폭이 적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보험료 갱신 전 12개월 동안의 비급여 지급보험금을 기준으로 다음 해 비급여 보험료가 결정되고요. 보험금 지급 이력은 1년마다 초기화됩니다.

    '그럼 아픈 사람은 실손을 이용하지 말라는 말이냐!' 라는 불만이 나올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해 불가피한 의료 이용자는 차등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건강보험산정특례 대상(암질환, 심장질환, 희귀난치성질환자 등), 장기요양대상 중 1~2등급 판정자(치매·뇌혈관성 질환 등)등이 해당됩니다.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2. 기존의 실손보험들과 차이점은?

    4세대 실손의 기본 보험료는 기존 실손 상품보다 조금 저렴합니다.금융위에 따르면 2009년 이전에 판매된 '표준화 이전 실손'보다는 약 70%, 2009~2017년 '표준화 실손'보다는 약 50%, 2017년부터 지금까지 판매되고 있는 '착한실손'보다는 약 10% 저렴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금융위는 또 기존 상품의 높은 손해율을 감안할 때 기존 상품과의 보험료 격차는 향후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고요.

    그러나 이때 기존 실손 보험료와의 비교는 '기본 보험료'입니다. 차등제에 따라 비급여 의료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면 더 내야 하고 덜 이용하면 덜 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사실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동환 보험과장은 "새 보험상품은 자기 부담률도 기존보다 10% 올라갔고 통원 공제금액도 올라가 본인 부담분이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실손만 믿고 굳이 안가도 될 때까지 병원에 가는 일은 많이 없어질 것"이라면서 "거기다 비급여에 대해서는 할인이나 할증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제는 '실손 있으시죠' 한다고 해서 아무런 판단 없이 비급여 의료 서비스를 받는 일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실제로 시뮬레이션을 돌려 계산을 했을 때 자기부담금이 올라가면 기존의 보험사들의 경우 지급됐던 보험금이 줄어들어 보험사 손해율이 떨어졌고 보험료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4세대 실손은 병원 이용 후 가입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자기부담금'을 높였습니다. 현재는 급여 10~20%, 비급여 20%에서 앞으로는 급여는 20%, 비급여는 30%로 높아집니다. 외래 1만~2만원, 처방 8천원인 통원 공제 금액은 앞으로는 급여 1만원(상급·종합병원은 2만원), 비급여는 3만원으로 비싸집니다. 보장 범위는 주계약(급여)와 특약(비급여)를 모두 가입할 경우에만 종전과 동일하게 대다수의 질병·상해 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질병·상해로 인한 입원과 통원의 연간 보장한도를 기존과 유사하게 1억원 수준(급여 5천만원, 비급여 5천만원)으로 책정했습니다.

    또 4세대 실손의 재가입주기가 5년입니다. 기존 상품들의 재가입주기는 15년 그대로이고요. 기존 실손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입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건강보험의 보완형 상품으로 건강보험 정책 방향에 부합되게 운영할 필요가 있고, 의료 환경 변화에 시의 적절하게 대응할 필요 때문에 줄였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이 재가입주기란 '보장내용 변경주기'일 뿐이라, 보험사가 실손 재가입시 과거 사고 이력 등을 이유로 계약 인수를 거절하지 못한다고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15년 강제 조항을 5년으로 확 줄인건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3. 왜 4세대 실손보험까지 나왔죠?

    사실 이렇게 4번째 실손까지 나온 근본 이유는 실손 비급여 과잉 진료로 인한 손해율 악화 때문입니다. 도수치료, 각종 주사제 등 꼭 받아도 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 서비스를 받아서 보험사는 손해가 막심해져 지속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었고요. 소수의 과도한 보험금 청구가 나머지 대다수 가입자에게 전가됐다는 형평성 문제도 떠올랐죠.

    실제 수치로도 증명됩니다. 그간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손해율이 130%대까지 치솟았다며 두 자릿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손해율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인데요. 올해 상반기 신손 손해율은 131.7%였습니다. 가입자에게 보험료 100만 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31만000원을 썼다는 얘깁니다. 높은 손해율 때문에 일부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거나 가입 연령 한도를 낮췄고요. 지난 5월 기준 실손보험을 취급했던 보험사 전체 19곳 가운데 11개사가 판매를 중단습니다.

    보험료만 내고 보험금을 타지 않은 대다수의 가입자가 피해를 보는 것도 수치로 증명됩니다. 2018년 기준 의료 이용량이 많은 상위 10% 가입자는 전체 보험금의 56.8%를 받은 반면, 보험금을 전혀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를 포함해 전체의 93.2%는 평균(62만원)보다 적은 보험금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비급여를 과도하게 받는 상위 1.8%의 보험료를 확 올려받겠다는 겁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4. 기존 실손보험 가지고 있는 사람들, 갈아타요 말아요?

    내년 7월 4세대 실손 상품이 출시되면, 이제 실손을 가입하려는 모든 금융 소비자들은 이 4세대 실손에 가입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존 실손 상품에는 차등제가 적용되지 않는데요. 만약 기존에 실손에 가입된 금융 소비자가 차등제를 적용하는 4세대 실손 상품에 가입하고 싶다고 하면 계약을 전환할 수 있습니다. 이때 계약 전환을 위해 별도의 심사가 필요한 경우를 제한적으로 정하고, 그 외의 경우는 모두 심사 없이 전환해주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아직 그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존 실손에서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타야 하는지는 보장 내용, 자기부담금 등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본인의 건강 상태, 의료 이용 성향 꼼꼼히 확인한 뒤 결정해야 합니다. 특히 4세대 실손은 내년 7월에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지만, 충분한 통계 확보 등의 이유 때문에 3년 이후부터 차등제가 적용됩니다. 가입자 수, 청구건수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통계적으로 안정된 할인·할증율 제공이 가능하다는 건데요. 이말은 즉슨, 4세대 실손의 가장 큰 특징이 '차등제'인데, 가입하고도 3년 이후에 적용이 되는 셈이죠.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이에 대해 "4세대 실손의 가장 큰 특징이 차등제인데 3년 후부터 적용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소비자를 우롱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4세대 실손이 출시되어서도 기존의 실손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은 것 아니냐"면서 "반드시 실손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보험사들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데이터들을 돌려서라도 등급을 산출해서 빠르게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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