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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韓 야구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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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韓 야구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2010년대는 가라' 2020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NC 선수들이 두산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이른바 '집행검' 세리머니를 펼치는 모습.(사진=이한형 기자)

     

    2020년은 한국 야구의 위기이자 기회였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모든 스포츠 종목처럼 타격을 입었지만 KBO 리그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메이저리그(MLB)와 일본 야구가 중단된 사이 ESPN을 통해 KBO 리그가 중계되는 의미 있는 결실을 거뒀다.

    코로나19에도 큰 사고 없이 시즌 완주를 이룬 것도 값졌다. 시즌이 축소된 MLB나 일본 야구와 대조를 이루면서 KBO 리그의 위상도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KBO 리그는 막내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NC가 창단 첫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KS)까지 통합 우승을 이뤘고, kt도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의 쾌거를 달성했다.

    두산과 키움은 여전한 저력을 보였지만 모기업의 경영난과 수뇌부의 일탈 속에 신생팀들의 약진을 막지 못했다. 그러면서 2020년대 KBO 리그도 패러다임이 달라질 조짐을 보였다. 명암이 교차했던 2020년 한국 야구를 돌아본다.

    ▲ 위기 속에 기회를 찾은 韓 야구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를 한국 야구도 피해갈 수 없었다. 올해 초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은 KBO 리그 초유의 사태를 낳았다. 각 팀들이 간신히 해외 전지 훈련은 떠났지만 불안하게 마무리하고 돌아온 가운데 리그 출범 뒤 처음으로 시범 경기가 취소됐다.

    3월 28일 개막할 예정이던 정규 시즌 일정도 거듭 연기됐다. 4월 중으로 미뤘던 시즌 개막은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안갯속으로 빠졌다. 결국 5월 5일 어린이날 시즌 개막이 이뤄지게 됐다.

    그나마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다. 도쿄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KBO 리그도 휴식기를 없애면서 빠듯하게나마 일정을 맞췄다. 올스타전도 취소된 가운데 추위가 찾아올 11월 중순 이후 포스트시즌(PS) 경기는 실내 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에서 치르기로 했다.

    코로나19 속에 펼쳐진 KBO 리그는 ESPN을 중계되면서 외신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사진은 KBO 리그 경기를 취재하는 외신 기자의 모습.(사진=이한형 기자)

     

    하지만 기회도 찾아왔다. KBO 리그 개막 당시 경기가 열리지 않은 MLB와 일본 야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미국, 일본이 손을 내밀었다. 미국 ESPN과 일본 스포존(SPOZONE)이 자국 야구 콘텐츠 대신 KBO 리그를 중계하겠다고 나선 것. 물론 중계권료는 대단할 것이 없었지만 야구 선진국에서 KBO 리그가 중계된다는 것만도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특히 독특한 한국 야구만의 문화는 큰 화제를 낳았다. 미국에서는 이른바 '빠던'(타자가 홈런을 친 뒤 방망이를 던지는 세리머니)은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MLB에서 금기시되는 빠던이 KBO 리그에서는 활발하게 펼쳐지는 모습에 미국 팬들은 SNS 등을 통해 환호했다. ESPN은 '이 주의 빠던'을 선정할 정도였다.

    결국 세계 최대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KBO 리그를 미주는 물론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130개 국가에서 중계하기에 이르렀다. KBO가 "중계권료 액수로는 판단하지 못할 가치가 있었다"고 강조한 이유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벌벌 떠는 가운데 한국은 프로야구를 진행한다는 인식을 심어 국가의 위상까지 높여줬다는 것이다. MLB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등은 KBO 리그의 지침이 크게 반영된 코로나19 방지책을 내놓기도 했다. 세계 야구의 중심으로 한 걸음 다가선 한국 야구였다.

    ▲ 막내들의 약진, 2020년대 KBO 판도 바꿀까

    이렇듯 쉽지 않게 진행된 올해 KBO 리그는 막내들이 주름잡았다. NC가 2011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정규 시즌을 제패한 데 이어 한국시리즈(KS) 우승컵까지 들어올리는 역사를 만들었다. kt도 2013년 창단 뒤 처음으로 PS에 진출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당초 NC는 올해 엄밀히 따져 강력한 우승 후보는 아니었다. 지난해 한국 최고 포수 양의지를 4년 125억 원에 영입하긴 했지만 정규 시즌 5위로 가을야구에 턱걸이한 NC였다. 올해를 앞두고 이렇다 할 보강이 없었던 터라 상위권은 몰라도 우승까지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NC는 시즌을 치르면서 무섭게 치고 올라갔다. 양의지, 나성범, 박민우 등 기존 주축 타자들에 애런 알테어, 강진성이 웬만한 중심 타자를 능가하는 괴력을 뽐내면서 막강 타선을 이뤘다. NC는 올해 팀 홈런(187개), 득점(888개) 1위의 공격력을 자랑했다. 알테어가 8번에 배치된 NC 타선은 하위 타순도 쉬어갈 수 없는 두려움을 안겼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야구가 빛났다. 전반기 토종 좌완 에이스 구창모가 9승 무패의 엄청난 페이스로 팀을 이끌었고, 후반기에는 송명기(9승 3패)가 구창모의 부상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다.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는 다승 2위(19승 5패)로 정규 시즌을 든든히 버텼고, KS에서는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ERA) 0.69의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했다.

    NC의 우승은 KBO 리그에 시사하는 바가 적잖다. 굴지의 대기업이 아닌 게임 회사를 모기업으로 둔 NC는 상대적으로 구단 운영이 빠르고 유연하다. 김택진 구단주의 의중이 신속하게 반영되는 점은 단점도 있지만 장점이 더 많다는 평가다. 우승 주역인 양의지가 시상식에서 김택진 구단주에 대해 "택진히 형으로 불러도 되죠"라고 말하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는 IT 기업 구단의 상징적인 장면이다.

    올 시즌 2006년 류현진 이후 14년 만에 고졸 신인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며 kt 돌풍을 일으킨 소형준.(사진=연합뉴스)

     

    막내 kt의 선전도 눈부셨다. kt 역시 시즌 전 가을야구는 힘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달랐다. 당당히 정규 시즌 2위로 형님들을 제치고 플레이오프(PO)에 직행했다.

    kt에서도 막내인 우완 소형준(19)의 활약이 올 시즌 '마법사 군단'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소형준은 신인답지 않은 당찬 투구로 13승(11패)을 따내며 전체 7위, 국내 선수 중 1위에 올랐다. 여기에 kt는 에이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15승)와 윌리엄 쿠에바스, 배제성(이상 10승)까지 탄탄한 선발진을 바탕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타선에서는 멜 로하스 주니어가 펄펄 날았다. 홈런(47개), 타점(135개), 득점(116개), 장타율(6할8푼)까지 4관왕과 함께 정규 시즌 MVP까지 거머쥐었다. 여기에 강백호(23홈런), 황재균(21홈런)까지 kt는 어느 팀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강타선을 구축했다. 물론 로하스가 일본 한신으로 이적한 공백이 있지만 kt는 배정대, 심우준까지 젊은 주축들이 건재한 만큼 NC와 함께 리그 판도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 왕조의 쇠퇴, 무산된 비원, 수뇌의 일탈

    당초 올해 우승 후보로는 서울 연고의 세 팀이 꼽혔다. 2연패 및 최근 6년 동안 4번째 우승을 노리는 두산과 26년 만의 정상에 도전하는 LG, 창단 첫 리그 제패의 꿈이 무르익은 키움이었다.

    두산은 올해 2010년대 후반 구축한 왕조의 쇠퇴를 절감해야 했다. 2015년부터 6년 연속 KS에 진출했지만 4번째 우승은 이루지 못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황금기를 이룬 주전들의 피로 누적과 부상이 잇따른 가운데 KS 진출만도 대단한 일이었다. 경영이 어려운 모기업 사정으로 김현수(LG), 양의지, 민병헌(롯데) 등 주역들의 이적을 막지 못한 두산은 올 시즌 뒤에도 최주환(SK), 오재일(삼성)이 팀을 떠났다. 외국인 에이스들까지 미국과 일본으로 진출한 두산이 2020년대에도 왕조를 이을지는 미지수다.

    LG 박용택(왼쪽)이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패한 뒤 자신의 현역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함께 했던 이병규 코치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특히 LG의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1990년 창단 이후 30주년을 맞는 해인 만큼 LG는 시즌 전부터 우승에 대한 야망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강력한 외국인 원투 펀치에 국가대표 불펜 고우석을 갖춘 마운드에 그토록 갈망하던 외국인 거포를 장착한 타선까지 LG는 우승 꿈에 부풀었다.

    시즌 초반 LG의 기세는 매서웠다. 로베르토 라모스의 홈런포 속에 6월까지 선두 경쟁을 펼쳤다. 그러나 주전들의 줄부상 속에 차츰 순위가 내려갔고, 시즌 막판 최하위 한화에 지는 악재 속에 4위로 정규 시즌을 마무리한 게 뼈아팠다. 결국 잠실 라이벌 두산의 벽에 막혀 KS 진출이 무산됐고, 팀 전설 박용택도 무관으로 19년 선수 생활을 아쉽게 마감해야 했다.

    사실 키움이야말로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박병호, 김하성, 이정후 등 강타자들과 마무리 조상우 등 국가대표들이 즐비하고, 외국인 원투 펀치까지 갖춘 키움이었다. 주전들의 부상에도 키움은 상위권을 지켰지만 시즌 막판 구단 수뇌부가 문제였다. 허민 구단 이사회 의장의 갑질 논란 속에 손혁 감독이 자진 사퇴하는 변수가 생겼다. 결국 5위로 가을야구에 나섰지만 씁쓸하게 PS를 접었다. 허 의장은 KBO로부터 직무 정지 2개월 징계를 받았고, 구단도 향후 팬 사찰에 대한 사법 처리가 이뤄지면 추후 징계를 받는다.

    나머지 팀들은 저마다 내년 권토중래를 노린다. KIA는 거액을 들여 외국인 원투 펀치를 구성했고, 롯데는 시행착오를 겪은 허문회 감독에게 내년 기대를 건다. 2010년대 초중반 왕조를 건설했던 삼성은 오재일 영입으로 반전을 노리고, SK와 한화는 각각 구단 레전드와 구단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을 선임해 분위기 쇄신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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