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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원칙도 명분도 없는 의사국시 재시험, 이것이 공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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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원칙도 명분도 없는 의사국시 재시험, 이것이 공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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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형 기자
    정부가 31일 지난해 의사증원반대 등을 내세워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에게 결국 재시험 기회를 주기로 했다. 국가 주관의 시험에서 응시거부 수험생에게 시험기회를 다시 부여한 경우는 처음이다.

    정부가 재시험 허용의 기준으로 제시했던 국민의 수용성과 관련해서는 코로나로 인한 의료공백을 내세웠다.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최우선적 소명이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했다.

    국민의 생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재 응시 기회를 주지 않으면 코로나방역의 공백이 우려된다는 정부의 논리는 군색하다. 현재 코로나 환자의 대부분은 공공병원과 지방의료원이 담당하고 있다. 의사국시 합격 후 이들 의료기관에서 수련의 과정을 밟고 있는 의사는 100명 중에 5명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공백이 완전히 없다고 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공동체의 원칙을 훼손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계 파업 중이던 지난 9월 응시자들이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험일을 한차례 연기한데 이어 추가 접수 기회까지 주었지만 응시생들은 끝까지 거부했다. 특히 단 한차례의 사과도 없었고, 지난 9월에 낸 성명에는 “정부와 국회가 잘못된 의료정책을 강행하는 순간 재차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협박까지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저런 명분을 끌어들여 시험기회를 준 것이다.

    국민이 기대하는 공정과 정의에 반하는 것으로 무원칙, 무책임, 무기력이 빚은 산물이다. 공정과 형평은 한 국가를 건강한 공동체로 유지하는 기본 가치로 결코 함부로 훼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공정과 정의를 유난히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에서는 더욱 그렇다.

    어쨌든 이번 재 응시 조치와 별개로 정부는 당초 추진한 의료인력 증원과 지방공공의료 개선 등의 의료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어떤 걸로 명분을 포장하든 의료계 집단행동의 본질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집단이기주의다. 공인회계사시험, 사법시험 등 자격증이 보장하는 기득권은 민주화와 함께 우리사회에서 상당부분 사라졌다. 하지만 의사자격증 만큼은 여전히 신분, 소득 등에서 평생의 기득권이 보장된다.

    의사가 누리는 기득권은 언제부턴가 상위권수험생들을 의대가 싹쓸이하는 현실이 대변한다. 유능한 인력이 특정분야에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은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사회에서 의사의 기득권이 보장되는 것은 인구 대비 의사수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구 1천 명당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2.4명으로 OECD국가 중 가장 적다. 의사수가 부족하다 보니 먹고살 것이 보장되고, 그렇다 보니 굳이 지방이나 의료 취약 지역에서 근무할 이유가 없으며 외과 등 어려운 분야를 전공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의료계는 지역과 공공의료, 전공별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의료수가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한다. 이 논리는 모든 의사들의 수익을 공급자의 요구에 맞춰달라는 것에 불과하다. 수요공급의 시장원리를 무시하는, 의료계의 카르텔 구조를 인정하고 거기에 맞춰 국민 세금을 집행하라는 논리와 다름 아니다. 어느 직종도 그런 경우는 없다.

    이한형 기자
    의대를 졸업하면 사실상 전원 의사가 되는 현재의 시스템도 개선돼야 한다. 의대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려 의사시험에도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 특히 제약회사, 연구인력 등 의료분야 인력수요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꼭 의사가 아니더라도 의료전문 인력의 확충이 필요하다. 법학이 변호사 뿐 아니라 사회의 많은 분야에 필요한 법률전문가를 배출하는 것처럼 의학도 마찬가지다. 차제에 의료인력 양성 전반에 대한 구조적인 개선책을 만들어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의대생들의 아무런 사과나 반성 없이, 국민의 공감대나 이렇다 할 명분도 없이 시험 기회를 다시 준 것은 두고두고 정부의 오점이자 나쁜 선례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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