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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품없이 늙어버린 양양 보호수 '엄나무'…고사 우려도



영동

    볼품없이 늙어버린 양양 보호수 '엄나무'…고사 우려도

    춘천~속초고속도로 개통 후 나빠진 환경
    주민들 "의미 큰 엄나무…점점 망가져"
    양양군 "주기적으로 영양제 주입 등 관리"

    양양군이 지난 1982년 보호수로 지정한 양양 6호 엄나무로, 고속도로 개통 후 현재는 햇빛이 들지 않은 환경에서 나뭇가지들이 잘려나간 채 볼품없이 늙어버렸다. 유선희 기자

     

    강원 양양지역에서 지난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된 엄나무(지정번호 양양 6호)가 현재는 햇빛도 잘 들지 않는 환경에서 볼품없이 늙어버렸다. 고사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양양군 서면 범부리 인근에 위치한 엄나무(음나무)는 보호수임에도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의 도움으로 좁은 도랑길을 굽이굽이 따라 들어가서야 겨우 만날 수 있었다. 나무 사이사이 이끼에 끼어 있었고, 나뭇가지가 군데군데 잘려 나가 있었다.

    엄나무 너머로 춘천~속초 고속도로가 보였다. 높이 35m에 달하는 엄나무 위쪽으로 자동차들이 바람을 가르며 쌩쌩 달렸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환경에서 엄나무는 더 까맣게 보였다. 엄나무 주변으로는 어수선하게 널브러진 나뭇가지, 돌멩이들과 함께 쓰레기도 보였다.

    보호수라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볼품없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보호수'라는 알림푯말이 눈에 띄었다. 약 300년 이상 됐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양양군은 지난 1982년 11월 13일 해당 엄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해왔다. 한때 주민들은 이 엄나무를 신성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춘천~속초 고속도로 개통이 완료되면서 환경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고속도로 개통 이후 도로에서 흘러내린 물이 뿌리에 영향을 미쳤고, 햇빛도 제대로 받지 못한 점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300년 이상된 양양 엄나무로, 작은 알림푯말만이 '보호수'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유선희 기자

     

    주민들도 더이상 찾지 않게 된 보호수 엄나무는 그저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주민 김모(74)씨는 "예전에는 미신을 많이 믿어서 무슨 날이면 엄나무에 종이를 매달아 놓고 기도도 하는 등 주민들에게는 정말 의미가 있는 나무"라며 "잎도 멋있게 피고 했는데 지금은 고속도로가 들어오면서 다 망가졌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나뭇가지를 다 베어냈는데 양양군에서 제대로 관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벌써 저도 여기서 54년째 살고 있는데, 주민들끼리는 나이를 먹는 우리처럼 같이 망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하지 뭐.."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와 관련해 양양군은 "과거에 한 차례 한국도로공사 등에 보호대책을 촉구해 배수로 공사 등이 진행되기는 했다"며 "하지만 나무가 오래되기도 했고, 고속도로도 개통되면서 나무가 자라는 상태가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양양군은 고사 위기를 막기 위해 주기적으로 영양제를 주입하고 있다"며 "오는 3월에도 영양제 주입을 계획하고 있고, 토양개량제 살포와 물 빠짐 공사, 주기적인 현장 방문 등을 통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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