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진환 기자
4.7 재보선에서 여당의 기록적인 참패는 차기 검찰총장 선정 과정에도 강력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로 공석이 된 검찰 수장의 자리는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채워지지 않고 있다. 윤 총장 사퇴 당시부터 후임 인선은 재보선 이후 본격 진행될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1년의 향배가 재보선 결과에 좌우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재보선이 끝나면서, 신임 총장 선임 절차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법무부는 지난달까지 진행된 대국민 천거 대상자들의 명단을 정리하는 한편 예비 총장 후보자들에게 인사검증에 필요한 인사검증 동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 추천위는 이르면 다음 주 초 첫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추천위가 후보자들의 자격을 검토한 뒤 3명 이상의 총장 후보를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하면 장관은 이 가운데 1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게 된다. 이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이르면 이달 말쯤 새 총장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신임 총장 인선 절차가 본격화 됐지만 누가 새로운 검찰총장으로 임명될지 예측하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여권이 재보선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이 가시화 되면서 청와대와 여당의 상황이 훨씬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이성윤이냐 아니냐" 좀처럼 풀리지 않는 딜레마
검찰 내·외부를 통틀어 가장 유력한 총장 후보는 역시 이성윤(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이 검사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친문' 검사로 불린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로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요직을 빠지지 않고 거쳤다. 전북 고창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이기도 한 이 지검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이 지휘하는 사정비서관실의 특별감찰반장을 맡는 등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이어왔다.
조국 사건으로 윤석열 전 총장이 현 정부와 선명하게 대립각을 세우자 이 지검장이 최전선에서 방패막이를 자처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 때 채널A와 MBC 사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놓고 본격적인 갈등을 빚기 시작한 뒤 정권과 연관된 사건마다 이 지검장은 윤 전 총장과 대립했다. 문재인 정부에 부담스러운 수사의 템포는 가급적 늦춘 반면 윤 전 총장을 겨냥한 수사에는 수사팀을 채근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 전 총장 부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지시하자 적극적으로 수사팀을 다그친 일이 대표적이다. 정권 의도에 절대 반하지 않는 행보만큼이나 청와대와 여당의 신뢰도 단단하다.
황진환·윤창원 기자
반면 이런 정치적 '선명성'이 현 상황에서는 '양날의 검'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재보선 국면을 거치면서 문 대통령과 여권의 지지도가 급속도로 하강하는 상황에서 이 지검장의 차기 총장 선임은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정부의 방패막이를 자처하면서 입은 '상처'도 만만치 않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신설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 지검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진욱 처장의 관용차를 제공하는 등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가뜩이나 좋지 않은 여론이 더욱 악화됐다.
정부를 무리하게 옹호하다 후배 검사들의 항의에 직면하면서 통솔력마저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비울 경우 대체재가 마땅치 않다는 것도 여권의 고민거리다. 서울중앙지검이 현재 과거사위의 윤중천 보고서 허위 작성과 청와대 허위 보고 의혹 및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무마 의혹 등 문재인 정부와 관련된 민감한 사건들을 수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성윤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반면 정권 말기로 갈수록 대통령의 검찰 장악력이 약화된 전례를 감안한다면 이 지검장을 반드시 후임 총장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불가피론'도 여권 내부 강경파를 중심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