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10시쯤 대전현충원 내 순직공무원묘역. 김미성 기자
먹구름이 잔뜩 끼어 흐린 날씨가 이어지고 바람도 강하게 불던 16일 오전 10시.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아 대전현충원을 찾은 순직 교사들의 유족은 묘비 앞에 선 뒤 한참을 바라보았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시 안산 단원고 2학년 제자들을 구하던 중 순직'이라고 쓰인 묘비들. 김미성 기자
'2014년 세월호 침몰 시 안산 단원고 2학년 제자들을 구하던 중 순직'이라고 쓰인 차가운 묘비를 어루만지던 한 유가족은 직접 가져온 과일과 꽃을 정리했다.
이날 대전현충원에서는 대전의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세월호 순직 교사 기억식 및 묘역해설이 진행됐다.
기억식에서 대전작가회의 김채운 시인은 '사월, 그 일곱 번째' 추모시를 낭독했다. 추모시에는 양승진·박육근·유니나·전수영· 김초원·이해봉·이지혜·김응현·최혜정·고창석·남윤철 교사 한 명 한 명에 대한 설명이 담겼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교사 故 김초원씨 유족은 준비한 편지를 읽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교사 故 최혜정씨의 아버지는 "오늘도 잊지 않고 기억해주고 추모해줘서 감사하다"며 "항상 고마운 마음으로 감사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기억식 참석자들이 순직 교사들에 대해 헌화 및 합동 참배를 하고 있다. 김미성 기자
참석자들은 희생자를 기억하며 묘비를 둘러본 뒤 줄지어 참배했다.
앞서 국민주권실현적폐청산대전운동본부 '4.16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대전현충원 순직공무원 묘역에서 세월호 참사 7주기 대전 기억다짐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이제 불과 1년 남짓 남았다"며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아무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심지어 최근에는 책임자들에 대한 무혐의, 무죄 판결이 남발되고 있다"며 "오히려 지난달 대법원에서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나섰던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에게 유죄판결이 내려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강조했다.
운동본부는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자신이 공약한 대로 성역 없는 진상규명 약속을 반드시 임기 내에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사월, 그="" 일곱="" 번째="" -="" 현충원에="" 묻히신="" 세월호="" 순직교사를="" 기리며="" 추모시="" 중=""> |
"탈출하라" 제자들 구하느라 당신의 구명복마저 내어주고는 배 안 가득 차오는 물속으로 추락하신 양승진 선생님! 영인, 현철 두 학생 곁 지키느라 여태 그 차디찬 바다에 머물러 계신가요?
선실 밖으로 나온 제자들 탈출시키고는 배 안에 남은 제자들 구출위해 다시 4층 선실로 내려갔다 끝내 돌아오지 못하셨지요, 힘겨운 제자들 큰 품으로 알아주시던 박육근 선생님! "다시 돌아와 저희를 안아주세요"라는 살아남은 제자들의 절절한 부름 들리시나요?
열아홉 명의 제자를 구하고도, 구조를 기다리는 학생을 위해 주저 없이 다시 선실로 들어가셨다지요 "걱정 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이 갈 테니까" 이것이 선생님이 남긴 마지막 말씀이셨지요, 유니나 선생님!
배는 자꾸 기우는데 구명조끼 변변히 입지도 못한 채 5층 객실에서 4층 객실로 내달리던, "아이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야 한다"는 전언이 어머니와의 마지막 통화셨다지요, 전수영 선생님!
"멋진 하늘빛을 감상할 줄 알고 풀, 나무, 꽃과 같은 생명을 소중히 여겼으면, 마음이 따뜻한 교사, 맵시 있는 선생님" 되길 꿈꾸셨다지만, 당신은 이미 훌륭한 선생님이셨지요. 구명조끼 없는 제자에게 자신의 구명조끼 아낌없이 내어주시고는 이승에서의 마지막 생일에 사랑하는 제자들과 함께 별이 되신, 김초원 선생님!
기우는 세월호 난간에 매달린 제자 십여 명을 탈출시킨 뒤에도, 선실에 갇힌 제자들 구조하기 위해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갔다 끝내 돌아오지 못하셨지요, 이해봉 선생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큰딸이자 선한 언니, '가브리엘라' 탈출하기 쉬웠던 5층 교사 선실에서 제자들 구출위해 한달음에 4층 선실로 내려가셨다지요. 마지막 순간까지 제자들과 함께하며 구명복도 입지 않은 채 희생되신 이지혜 선생님!
"큰 배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갑판 출입구까지 제자들 인솔해 대피시키며 침착하도록 이끄셨다지요, 제자들을 구출하려고 4층 선실로 들어갔다가 끝내 나오지 못하신, '아빠'처럼 자상하며, 제자들 위해 시를 읽고 노래를 불러주던 낭만파, 김응현 선생님!
"걱정하지 마, 너희들부터 나가고 선생님은 나중에 나갈게" 그 말씀 남기고는 구조를 기다리는 제자들에게 향해 달려가셨다지요, 많은 제자들을 구조했으나 정작 당신은 구명조끼조차 입지 못한 채 희생하신 2년 차 새내기, 최혜정 선생님!
"어서 빨리 배에서 탈출하라" 선실 구석구석 목이 터져라 외치며 뛰어다니셨을 마지막 그 모습을 아프게 떠올려 봅니다. 학교에선 제자들이 유독 잘 따랐다는 '또치쌤' 고창석 선생님!
그리고 비록 이곳에 머물지 않으시지만, "걱정 말고 침착해라. 그래야 산다" 구명조끼 입혀 제자들 서둘러 갑판으로 올려보내려고 눈앞의 탈출구 버려둔 채 급물살 밀려드는 선실로 달려가셨다지요, 남윤철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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