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EN:터뷰]공유를 패닉에 빠지게 만든 '서복'의 시험지



영화

    [EN:터뷰]공유를 패닉에 빠지게 만든 '서복'의 시험지

    영화 '서복'(감독 이용주) 민기헌 역 배우 공유

    영화 '서복'에서 기헌 역으로 열연한 배우 공유. 매니지먼트 숲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영화 '부산행' '밀정'에서 극한의 시대 혹은 사회 비판적인 좀비물 한가운데 놓였던 공유. 그는 '82년생 김지영'에서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에 놓인 아내를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점차 질문의 안쪽으로 깊숙이 다가갔기에 차기작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많은 사람의 시선이 향했다. 그 결과물이 '서복'이다.

    공유가 연기한 민기헌은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안고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전직 정보국 요원이다. 여기에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선고까지 받았다. 그런 기헌에게 삶을 연장해 주겠다는 달콤한 조건을 바탕으로 한 가지 임무가 주어진다. 살아 움직이는 불로초와 같은 존재인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을 이동시키라는 임무다.

    살기 위해 임무를 받아들인 기헌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서복과 둘만의 동행을 하게 되고, 조금씩 진짜 자신의 두려움을 마주한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공유는 기헌이라는 인물에 어떻게 다가갔고, 어떻게 그려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품어야 했는지 이야기했다. 그렇게 탄생한 기헌을 통해 공유는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영화 '서복'에서 기헌 역으로 열연한 배우 공유. 매니지먼트 숲 제공

     

    ◇ 연민에서 시작된 기헌, 그 안에 투영된 공유

    공유는 시나리오를 통해 처음 만난 민기헌이라는 인물을 굉장히 어둡게 봤다. 그는 "영화 준비 단계에서 기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 막연하게 생각한 그의 이미지는 영화보다 훨씬 더 어둡고 보는 사람이 불편할 수도 있는 인물이었다"며 "나도 몰랐는데, 선택했던 작품과 캐릭터를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시나리오에 손이 가고 캐릭터에 정이 가는 시작점이 그 캐릭터를 향한 연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공유는 "기헌 역시 연민에서 시작이 됐다"며 "좀 더 극단적으로 기헌을 바라봤다. 내가 그릴 기헌은 어둡고 타인에게 무례할 수도 있을 정도로 더 폭력적이고 난폭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지금 탄생한 기헌은 감독님께서 실제 공유가 가진 모습이 기헌에게 투영되면 좋겠다고 한 결과물이다. 아마 감독님께서는 그것이 더 인간적인 캐릭터로서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미셨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기헌이 서복과 동행하면서 나오는 여러 가지 자연스러운 모습에는 실제 공유가 가진 면과 흡사한 부분도 있다.

    영화 '서복' 스틸컷. CJ ENM 제공

     

    기헌은 영화 속 다른 인물들과 달리 서복에 관한 정보 없이 서복을 마주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기에 서복이 가진 능력에 대한 욕심은 있을지언정, 서복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 기헌의 시점은 마치 관객이 서복을 마주하는 시점과도 비슷하다. 관객 대신 관객이 서복에게 가질법한 질문을 대신 던지는 중개자이기도 하다.

    "사실 기헌은 서복이 복제인간이라는 설명을 들을 때도 큰 실감을 하지 못했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사실 저보다 손아랫사람을 대하는 마음으로 서복을 바라봤어요. 그렇기 때문에 타 인물과는 다르게 기헌만이 유일하게 서복을 순수한 측면으로 바라보지 않았나, 어떤 욕망이나 배경 없이 서복을 옆에서 바라보고 여러 상황을 같이 하고 그의 이야기를 순수하게 들으면서 서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영화 '서복' 스틸컷. CJ ENM 제공

     

    ◇ '서복'의 질문, 눈 감는 순간까지 답할 수 있을까

    죽지 않는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무한한 존재인 서복과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 도망치려는 유한한 인간 기헌을 통해 영화는 죽음과 삶, 인간의 두려움과 욕망에 관해 질문하고 또 질문한다. 철학적이고 근원적인 물음을 관통하는 영화를 찍으며 공유는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졌을까.

    공유는 "평소에 사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긴 하다. 애초에 시나리오를 처음에 다 읽고 난 다음 덮으면서 이미 머리가 아팠다. 그래서 겁이 나기도 했다"며 "뭔가 갑자기 멱살 잡히는 느낌? 그래서 고민을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막상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와 다르게 촬영하면서는 기헌이 되어야 했고, 기헌에 충실해야 했기에 그런 부분에 관해 따로 고민하기보다 기헌으로서 느끼는 감정들이 더 주가 됐다"며 "오히려 영화가 끝나고 완성된 영화를 본 뒤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영화를 빗대어 이야기하자면, 영화에서 물어보는 질문에 누가 과연 명확하게 답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어요. 아마 더 나이가 들고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인간은 이런 부분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리지 못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뭔가 깨우침을 갖고 눈을 감는다면…'이라는, 그런 잡생각들을 많이 했어요."

    영화 '서복' 스틸컷. CJ ENM 제공

     

    ◇ 서복이 낸 시험에 기헌도, 공유도 패닉에 빠졌다

    영화의 마지막 서복과 기헌은 서로 중대한 갈림길에 선다. 서복은 기헌에게 마지막 시험과도 같은 선택지를 내밀고, 기헌은 자신의 목숨과 트라우마가 복잡하게 얽힌 시험지를 받아들고 고뇌한다. 결국 기헌은 서복으로부터 받은 시험에 자신만의 답을 내놓는다.

    "제 생각에 서복이 유일하게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은 기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동시에 저는 그 장면이 중의적이라고 보는데, 서복이 기헌을 테스트한 것이기도 해요. 이건 제가 서복을 신격화시키는 건데, 전 서복이 없으면 죽는 사람이니까요. 지옥을 연상케 하는, 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이 있는 구덩이를 앞에 두고 서복은 계속 저를 종용해요. 악몽이 계속되는 악순환을 택할 건지, 모든 것을 끝낼 것인지 말이죠."

    영화 '서복' 스틸컷. CJ ENM 제공

     

    공유는 서복의 부탁이자 시험을 받아든 기헌이 겪는 감정의 크기는 우리가 봤던 것보다 훨씬 더 컸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의 시간이 엔딩 신의 호흡보다 훨씬 더 길었다. 감독님께 너무너무 힘든 순간이었다고 계속해서 피력했다"며 "지금 영화에서는 그 부분이 축약돼 나왔는데, 실제 연기할 때 상황은 그 시간이 너무나 길었고 너무너무 어려운 순간이었다. 그만큼 패닉이었다"고 전했다.

    리허설하면서도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움직였고, 서복이 내민 시험지 속 답안과 달리 자신의 모든 것을 끝내는 방향이라는 제3의 선택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만큼 서복과의 동행을 통해 수없이 고뇌하고 잊고 지냈던 감정을 깨닫고,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 마지막에 이르러 그 어떤 선택도 쉽게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공유는 "지금의 선택에 있어서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만약 기헌이 아닌 공유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내렸을 것 같냐는 물음에 그는 제3의 선택지를 골랐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서복'에서 기헌 역으로 열연한 배우 공유. 매니지먼트 숲 제공

     

    ◇ 공유의 바람…"'서복'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길"

    영원이라는 시간에 갇힌 채 실험실 안 세상에서만 살아온 서복은 기헌을 통해 난생처음 진짜 세상을 마주한다. 서복을 연기한 박보검은 순수한 아이 같은 모습부터 서늘한 눈빛까지 감정의 진폭이 큰 캐릭터를 연기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공유는 박보검을 "기대되는 배우"라고 이야기했다.

    공유는 "보검씨가 군대 가야 하는 날이 정해져 있었기에, 군대 가기 전에 굉장히 바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자기가 힘든 걸 현장에서 티를 내지 않아서 어른스럽고 대견스러웠다"고 회상했다.

    또한 "대중에게 알려진 것처럼 스위트하고 맑은 기존 이미지와 달리 배우로서 고집스러움이 장점으로 느껴졌다. 또한 진중함도 가지고 있었다"며 "호흡을 맞추고 난 다음에는 이전에 보검씨에게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이미지를 서복의 눈빛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가 군대를 다녀오고 난 다음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영화 '서복' 스틸컷. CJ ENM 제공

     

    공유도 지난 20년간 배우로서 시간을 거치고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이제는 믿고 기대할 수 있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도 배우로서 공감하며 캐릭터와 영화에 다가갔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 관객들에게 영화의 메시지와 질문을 던졌다. 그렇기에 '서복'과 기헌을 통해 그가 무엇을 보여주고, 말하고자 했는지 기대할 수밖에 없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결정하고 찍는 내내 저에게도 절대 쉽지 않은 이야기였고, 쉽지 않은 영화임이 분명해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영화예요. 다소 철학적이고 어떻게 보면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가진 영화다 보니 관점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지 바람이 있다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영화가 가지고 있는 본질만 훼손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