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김태주(가운데) 세제실장이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현행 '종합부동산세법 시행령'은 '1주택'을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한 경우 공동소유자 각자가 그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1주택자'가 부모 사망으로 다른 형제들과 주택을 공동으로 상속받으면 신분이 '2주택자' 즉 '다주택자'로 바뀐다.
'조정대상지역'이 아니라면 1주택자든 2주택자든 종부세에 큰 차이가 없지만,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이라면 사정이 아주 달라진다.
1주택자 종부세율은 0.6~3%이지만, 2주택자에게는 1.2~6%의 '다주택자 중과세율'이 적용돼 종부세 부담이 두 배 이상으로 급증하는 것이다.
본인 의도와 무관하게 상속으로 다주택자가 돼 급증한 세 부담을 감당하게 되는, 이른바 '억울한 종부세'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현행 종부세법 시행령에도 공동 상속 주택을 종부세율 적용 시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는 예외 규정이 있기는 하다.
상속 주택 지분이 20% 이하이면서 동시에 해당 지분 공시가격이 3억 원 이하일 때다.
하지만, 자녀 수가 세 명 이상인 경우가 드물고 최근 몇 년간 주택 가격이 급등한 상황을 고려하면 현행 지분율과 가액 요건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특례 기간 끝난 후에도 계속 보유하면 주택 수에 포함
특히, 공동이 아닌 '단독' 상속 주택은 종부세율 적용 시 주택 수 제외 특례를 전혀 적용받지 못한다.
이에 정부가 6일 '상속주택의 주택 수 제외 요건 합리화' 등 내용을 담은 '종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주택 수 제외 특례의 지분율과 가액 요건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상속 주택 지분 100% 즉, 단독 상속 주택에도 특례가 적용되며 상속 주택 가액이 아무리 높아도 특례에서 배제되지 않는다.
1세대 1주택자(공시가격 10억 원, 조정대상지역)가 지난해 3월 1일 1주택(공시가격 6억 원, 조정대상지역)을 상속받은 경우 종부세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세 부담 변동 내용. 지난해 6월 1일(종부세 과세기준일) 계산분은 다주택자 중과세율이 적용됐지만, 올해부터 특례기간 종료 때까지는 중과세율이 적용되지 않는다. 기재부 제공다만, 개정안은 주택 수 제외 특례 기간을 설정해 해당 기간이 지나도 상속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주택 수에 포함해 중과세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특례 기간은 수도권과 특별자치시(읍·면 지역 제외), 광역시(군 지역 제외)는 상속 개시일로부터 2년, 주택 거래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도권과 특별·광역시 이외 지역은 3년이다.
다주택자 전환에 따른 종부세 급증 부담을 피하려면 특례 기간 안에 상속 주택을 처분하라는 뜻이다.
기획재정부는 "상속 주택은 본인 의사와 무관히 예기치 못하게 보유하는 주택인 만큼 이로 인한 다주택자 중과세율 적용을 일정 기간 유예할 필요가 있다"고 시행령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고지분부터 특례 적용…"소급 적용은 고려 안 해"
이와 함께 기재부는 "특례 기간에 상속 주택이 종부세율 적용 시 주택 수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상속 주택 가액이 과세표준에는 합산된다"고 강조했다.
상속 주택으로 인해 중과세율이 적용되지는 않지만, 과세표준이 늘어나는 만큼 세액은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투기 목적이 아닌 주택에 대한 종부세 부담 완화를 위해 일반 누진세율 등이 적용되는 법인에 사회적기업 및 사회적협동조합과 종중을 추가했다.
사회적기업 및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일반 누진세율 등 적용은 정관상 설립 목적이 취약계층 주거 지원이고 해당 목적에 사용되는 주택만 보유한 경우로 한정된다.
개정안은 또, 종부세 합산배제(비과세) 대상 주택에 주택건설사업자 등의 멸실 예정 주택과 시·도등록문화재 및 어린이집용 주택을 새로 포함했다.
어린이집용 주택은 현행 시행령에는 '가정어린이집'만 합산배제 대상인데 개정안은 이를 '직장어린이집'과 '국공립어린이집' 등 모든 어린이집용 주택으로 확대했다.
이번 개정안은 다음 달 중 공포·시행돼 그 이후 납세 의무가 성립하는 분 즉, 종부세 과세기준일인 오는 6월 1일 계산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여권이 지난해 종부세 고지분에도 시행령 개정 내용을 소급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기재부 김태주 세제실장은 "소급 적용은 고려하지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