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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계열사 저가입찰에…중소업체 "다 죽는다"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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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일반

    대기업 계열사 저가입찰에…중소업체 "다 죽는다" 아우성

    핵심요약

    GS건설이 100% 출자한 GS엘리베이터
    2021년부터 유지보수 시장에 뛰어들어
    표준유지 관리비 18만원대…GS는 4만원
    "시장 빼앗기" 초저가입찰에 중소업체들 반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가격대…안전 문제 우려"
    GS "합리적인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학계 "시장 혼탁 우려…법정 하한선 필요"


    대기업 계열사인 GS엘리베이터(이하 GS)가 평균가보다 현저히 낮은 비용을 제시해 다수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유지관리 업체로 선정되자 중소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저가입찰로 시장 질서를 뒤흔들고 다수 중소 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계열사의 저가입찰이 승강기 유지관리 업계 전반의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경우 부실한 유지·보수에 따른 심각한 안전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지적도 나온다.

    GS엘리베이터, 표준유지관리비의 20%로 낙찰


    22일 업계에 따르면, GS는 지난 2월 서울 답십리의 한 아파트 승강기 사업 및 유지관리 업체로 선정됐다. 당시 GS의 응찰가격은 약 7천 968만원으로, 엘리베이터 한 대당 환산금액은 약 4만원이었다. 다른 업체들이 대당 6만 3천원~10만원을 제시한 것에 비해 현저히 낮은 금액이다.

    GS엘리베이터는 GS 건설이 100% 출자한 자회사로 2021년부터 승강기 유지관리 입찰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기존 업체들이 제시하던 금액의 절반에 불과한 낮은 가격을 써 내 낙찰되는 방식으로 경기도 하남, 수원, 서울 고덕, 마포 등에 소재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유지보수 업체에 선정됐다.

    반면에 중소업들에게는 자본력으로 무장한 대기업이 등장하면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인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승강기 안전관리법 제41조'에 따라 올해 공표한 표준유지관리비는 엘리베이터 한 대당 18만 8천원이다. 표준유지관리비는 인건비, 경비, 제경비 등 통계 자료를 토대로 한 것으로 의무가 아닌 권고 금액이다.


    대한승강기협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보통 협회에서는 표준유지관리비의 85~87%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보고 있는데 4만원이면 20% 수준에 불과하다"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한 중소 승강기 업체 김 모 대표에 따르면 2인 1조가 한 달에 물리적으로 관리 가능한 엘리베이터가 150대이다. GS처럼 엘리베이터 한 대에 4만원을 제시하면 한 달 총 수익은 600만원인데 이 돈으로는 인건비도 건지기 어렵다.

    김 대표는 "대기업은 가격을 낮게 받아도 다른 곳에서 충당이 가능하겠지만 우리 같은 중소 기업은 600만원으로는 기사 두 명 인건비와 행정 직원 급여 , 주유비, 세금, 자재비 등을 감당해 낼 수가 없다"며 "그러다 보니 GS보다 더 싼값을 제시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최저가 낙찰 경쟁에서 모두 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GS "유지보수료 정해진 것 없어…자유경제 시장에서 문제 안돼"


    GS측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유지보수사업은 정확하게 정해진 가격이 없는데 저가 입찰이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경쟁을 통해 가격을 제시하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자유경제시장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유지·보수 사업에 뒤늦게 뛰어든 GS엘리베이터가 낮은 가격에 물량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행위는 또다른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 모 대학 승강기 관련학과 A교수는 "입찰 현장에서 표준유지관리비가 잘 적용되지 않고 대부분 저가 입찰로 진행된다"며 "현재 인건비, 자재비 등 물가는 많이 상승했는데 보수료는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건비도 안나오는 저가경쟁, 부실관리 불러올 수도


    GS의 사례를 시작으로 업체 간 가격 경쟁이 과도해지면 승강기 유지관리 품질 저하 및 안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한승강기협회 김원순 부회장은 "고품질의 유지보수를 위해서는 적정한 가격에 충분한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며 "GS는 그 돈으로 철저하게 유지관리를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앞서의 승강기협회 관계자도 "보통 2인 1조로 구성돼서 매달 승강기를 점검하는데 2명이 4만원으로 한 달 동안 운영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며 "저가 낙찰로 엘리베이터 유지관리 품질이 저하될 뿐더러 안전사고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승강기 관련학과 A교수는 "보수료가 지나치게 낮게 형성되면 업체들은 부품 교체가 필요할 때 제때 적정한 가격의 부품을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며 적정한 보수료 보장이 정상적인 유지 보수 업무의 필수 조건임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GS 관계자는 "여러 부분을 검토해서 합리적으로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며 "정상적으로 유지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GS "시장 어지럽히지 않아"


    연합뉴스연합뉴스
    중소 업체들 사이에서는 GS가 중소 업체들의 계약을 빼앗아간다는 불만도 나온다.

    승강기 업체 김 대표는 "GS가 승강기 유지관리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 현장을 많이 빼앗겼다"며 "이전에도 가끔 이름 없는 회사들이 최저가로 계약을 따는 일이 있었지만 대기업이 가격을 흔들면 파장이 매우 크다"고 호소했다.

    승강기협회 김 부회장은 "최근 중소 업체들의 계약이 많이 줄었다"며 "일부 아파트 협회들은 대기업도 4만원밖에 안 받는데 중소 업체가 왜 그 가격 이상으로 받으려고 하냐고 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GS엘리베이터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대기업은 관납 입찰에는 참여를 못하게 되어 있고 기본적으로 영세 업체들이 할 수 있는 작은 공사 입찰에는 안 들어가고 있다"며 "GS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부분은 잘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승강기 관련학과 A 교수는 "현재 보수료가 특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지 못하게 강제하는 법적인 부분이 없다 보니까 시장이 혼탁한 경우가 많이 있다"며 "법적으로 보수료의 하한선을 정해서 그 이하로는 응찰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정상적인 유지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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