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뱅크먼-프리드. 연합뉴스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렸던 '가상화폐 왕'이 몰락했다.
미국 법원이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32)에게 징역 25년형을 선고했다. 110억달러(약 15조원)의 재산 몰수도 명령했다.
뉴욕 남부연방법원은 28일(현지시간) "뱅크먼-프리드는 자신이 초래한 재앙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앞서 뉴욕 남부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지난해 11월 뱅크먼-프리드에게 제기된 송금 사기, 사기 음모, 자금세탁 등 7개 혐의에 대해 유죄로 평결했다.
검찰은 뱅크먼-프리드가 고객 자금을 유용해 고급 부동산 투자 및 정치자금 기부 등에 지출했다며 기소했고, 지난 15일 징역 40~50년 형을 구형한 바 있다.
이날 선고에 앞서 뱅크먼-프리드는 20분간의 최후 진술을 통해 "일련의 잘못된 결정을 내렸고, 모든 단계에서 일어난 실수에 대해 죄송하다"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들은 자신의 돈을 자선 활동에 사용하기를 좋아했던 자폐증을 앓고 있는 청년에게 5~6년 형이 더 적절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뱅크먼-프리드는 매일 아침 투자자들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 고민하는 무자비한 금융 연쇄 살인범이 아니었다"며 "마음속에 악의를 품고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머릿속의 수학을 바탕으로 판단을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뱅크먼 프리드가 또다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못박았다.
루이스 A. 카플란 판사는 "이 사람이 미래에 매우 나쁜 일을 할 위치에 있을 위험이 있고, 이것은 결코 사소한 위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플란 판사는 FTX의 투자자들이 그들의 자금을 대부분 회수했다는 변호인의 주장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FTX 고객들이 약 80억달러(약 10조7960억원), FTX의 주식 투자자들이 17억달러(약 2조2942억원), 뱅크먼-프리드가 설립한 알라메다리서치 헤지펀드 대출자들이 13억달러(약 1조7544억원)를 각각 잃었다고 지적했다.
FTX는 한때 세계 3위권의 마진거래 가상화폐 거래소였다. 뱅크먼-프리드는 가상화폐의 가치상승으로 인해 스포츠 분야에도 다양하게 진출해 인지도를 높이면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2021시즌 아메리칸 리그 MVP였던 오타니 쇼헤이를 홍보대사로 내세웠고, NBA에선 마이애미 히트의 홈구장의 명명권을 사서 'FTX 아레나'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그러다 FTX는 2022년 11월 대규모 인출 사태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지난 2022년 12월 FTX 소재지인 바하마에서 미국으로 송환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보석이 취소되면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